주제 | 북한의 경제정책 변화 (동용승 삼성경제연 북한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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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 자유센터 자유홀 |
일시 | 2002년 9월 24일 07:30 ~ 09:00 |
인사 | 동용승 (삼성경제연 북한팀장) |
"자본주의 실험 착수... 되돌리기 어려운 출발"
북한은 최근 경제 분야에서 종합적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단행한 경제관리개선조치는 물가와 임금을 현실화(인상)하고 사업장에 실적제를 도입하는 등 반세기 사회주의 경제의 기본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결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1990년대 이후 경제 분야에서 부분적으로 진행돼온 개선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물론 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연결 동시착공으로 상징되는 남북관계의 급진전과 북.일 정상회담 개최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겠다.
이러한 가운데 9월 21일 전격 발표된 신의주에 대한 '특별행정구' 지정소식은 북한이 이제 과감한 개방을 국가정책으로 선택했음을 의미한다. 신의주 특구는 외교.국방권을 제외한 입법.행정.사법권을 갖는 사회주의 북한 속의 '자본주의 나라'다. 더구나 북한이 초대 특구 행정장관에 네덜란드 국적의 화교인 양빈(楊斌) 어우야 그룹회장을 임명한 것만 보아도 이곳을 홍콩식으로 집중 개발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북한의 신의주 특구 조성과 관련, 중국 정부와 특구에 인접한 랴오닝성 당국의 입장간에는 거리가 있다. 중국 정부는 신의주 특구에 미국 자본이 진출하며 단둥에 있는 주요 군사기지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노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랴오닝성 정부는 단둥항을 개발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신의주 특구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넘어야 할 산 많아... 보완조치. 화폐개혁등 주목 필요
北변화 지속.확대되도록 통일준비 차원서 지원해야
현 시점에서 북한이 취한 일련의 개혁조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북한이 변화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고, 그 선택은 과거와는 달리 일국양제 방식의 자본주의 실험으로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북한 경제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런 측면에서 개혁을 n이한 보완조치, 새로운 내부 시스템과 대외 경제 부문의 연결고리 설정, 화폐개혁 등이 주목된다. 특히 신의주 특구의 경우 인적물적 자원의 확충, 외부세계의 관심제고 등이 시급한 과제다. 북한 당국이 바라는 투자유치와 외화획득은 이것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특구의 성공여부는 아직 불투명 하다.
한편 남북철도연결 문제와 관련해 간과해선 안되는 게 있다. 즉, 러시아와 일본은 경의선보다 동해선에 관심이 있고 북한도 동해안에 중화학공업단지가 밀집돼 있어 비슷한 이해관계가 있지만,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 때문에 서해안 지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요컨대 철도연결 자체에만 신경쓰지 말고 정치.경제적 파장 등 먼 미래를 내다보는 원대한 계획이 요구된다.
어쨌든 북한은 '모험'을 시작했고 되돌리기 어려운 출발을 했다. 우리는 북한의 모험이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고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한 밖으로는 우리의 국력수준에 걸맞게 한.미관계를 단계적으로 재정리하는 한편 안으로는 국민화합을 이룩함으로써 통일준비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