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월남 패망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 (이대용 전 월남 한국대사관 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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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 자유센터 자유홀 |
일시 | 2003년 4월 23일(수) 07:30 ~ 09:00 |
인사 | 이대용 (전 월남 한국대사관 공사) |
월남 패망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
한국과 베트남은 일란성 쌍둥이와 같은 역사를 갖고 있다. 중국 한문의 사용, 남북분단과 전쟁의 경험 등이 그것이다. 굳이 비교한다면 한국이 한 수 위인 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남한(대한민국)과 남월(월남공화국)은 각기 자유민주주의 체제 국가를 출범시키며 북쪽의 공산정권을 '주적'으로 명시했다. 따라서 친공(親共)은 이들에게 금기시됐다. 그러나 이 금기는 1967년 9월 남월의 대통령선거로 깨졌다. 선거 결과 웬반티우가 당선됐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미국의 북폭(北爆)중지 등을 내세운 쭝딘쥬가 2위를 차지, 정계의 새로운 거물로 떠오르게 됐다는 사실이다. 그는 미 의회의 유력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미국을 파리평화회담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68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과 북월이 평화협상을 시작했고, 이듬해 1월 남월 정부와 베트콩(베트남민족해방전선) 대표단이 참석했다. 4년8개월 간에 걸친 지루한 협상 끝에 73년 1월27일 휴전협정(베트남전 종식과 평화회복에 관한 협정)이 조인됐다. 파리휴전협정은 한 마디로 평화적 자유총선에 의한 통일 달성을 규정했다.
당시 남월에서는 겉으로나마 평화와 안정, 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듯 했다. 파리협정 체결의 주역인 헨리 카신저(H. Kissinger) 미 국무장관과 레둑토 북월 정치국원의 노벨평화상 수상 결정, 대규모 유전발견, 경제개발 지원을 위한 미 답사단의 입국활동 등 '경사'가 겹치다 보니 남월인들은 국방을 소홀히 하게 됐고, 더구나 75년 9월로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정쟁마저 심화됐다.
반면 북월에서는 극비리에 적화통일을 위한 남침 총공세 준비를 진행시키고 있었다. 74년 10월 북월 하노이에서 열린 공산당 정치국과 군사위원회 합동비밀회의는 남침을 감행하더라도 미국이 국내사정상 남월에 대한 방위공약을 지킬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어 75년 1월 정치국 회의에서 18개 사단 등 모든 무력을 북위 17도선 이남에 총투입, 남월을 무력으로 통합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드디어 1975년 3월10일 새벽을 기해 중부 고원지대에서 전면공세의 봇물이 터졌고 북월군은 4월30일 사이공 독립궁을 점령, 무조건 항복을 받아냈다. 이로써 적화통일이 이룩됐다.
99년 10월 서울 전경련 포럼에 온 키신저는 파리평화회담과 관련,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잘못된 일이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북월의 대남 전략목표를 40억 달러의 퍼주기와 휴전협정 서명으로 저지하려 했던 것은 그가 북월 당국의 속셈을 미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산화 통일 직후 수많은 학살을 자행하던 북월 당국은 미국의 압력에 밀려 75년 5월2일부터 학살행위를 중단하고 그 대신 '인간개조교육센터'라는 정치범수용소를 만들어 이른바 '반역자'와 '반동분자'를 집중 수용했다. 이들 중에는 군·공무원 경력자와 그 가족, 정치인, 회사 중역 등이 포함됐다. 수감자들의 인권은 처참하게 짓밟혔다 . 나는 외교관 신분인데도 4년7개월 동안 강제 억류돼 변호사나 가족, 외부인사와의 면회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남월인들은 너도나도 '보트피플'이 됐다. 106만명이 탈출을 시도했으나 95만명만 가까스로 성공했을 뿐 나머지 11만명은 남중국해에 빠져죽었다. 이처럼 생지옥과도 같은 세월이 무려 11년이나 지난 뒤 86년 말 구소련의 개방바람 속에 공산 베트남이 '도이모이'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인간개조교육센터'가 폐지됐다.
美, 월맹 당국 속셈 몰라 파리휴전협정 실패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절체절명의 최고 가치
우리는 남월 패망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 전략을 꿰뚫어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적화전략은 북월의 그것과 한 치의 차이도 없다. 이는 김정일이 살아 있는 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민족지상'이나 '자주'니 '평화'니 하는 것은 적화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용어일 따름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우리 민족을 풍요롭게 하고, 우리 민족이 세계 경제 5대국 안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장한다. 그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절체절명의 최고가치다. 그럼에도 일부 친북세력은 상황판단을 거꾸로 하고 있다.
우리 자유민주주의 가치 수호세력은 이제 침묵을 깨고 나서야 한다. 아울러 초강대국 미국과의 유대는 더욱 더 강화해나가야 하겠다. 이렇게 해야만 남월 패망의 전철을 피할 수 있고 세계로 웅비하는 경제대국, 살기 좋은 낙원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