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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회 일각의 현대사 왜곡과 대응 (이성무 전 국사편찬위 위원장)
장소 자유센터 자유홀
일시 2005년 10월 25일(화) 07:30 ~ 09:00
인사 이성무 박사 (전 국사편찬위 위원장)


"역사학은 객관적이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이 광복 이후 많은 어려움을 딛고 성공적인 역사를 만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현대사 학계 등 사회 일각에서 그 정체성(正體性)을 부정하는 목소리가 급격히 높아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역사학이 정치의 시녀가 됐기 때문이다. 역사학은 객관적이어야 하고 가치중립적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기도 하다. 부르스 커밍스(Bruce Cumings) 류의 수정주의 사관도 여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과거 3공화국 시절 개발독재에 의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의식화된 젊은 역사학자들이 양산됐고, 이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좌파적 성향의 민족주의가 학계는 물론 사회 전체로 확산됐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1960~70년대 산업화에서 싹튼 것이다. 이러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결과 일제 식민통치와 분단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게 됐으며, ‘자주’와 ‘통일’이 강조되기에 이르렀다. 달리 말해 독재체제의 여파로 우리 사회에 ‘좌향좌’ 현상이 배태됐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60년대 산업화 산물
국력 뒷받침되지 않는 자주.자립은 공허한 메아리

좌파 민족주의의 출현은 역사적인 추세였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동참한 학자들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냉전체제를 유독 동아시아에서만 온존시키고 있기 때문에 통일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그렇게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 속에 살고 있다. 아울러 한 세기 전 조선을 식민지로 전락시켰던 열강이 다시 6자회담에 나와 우리의 미래를 논의하고 있다. 감상적인 민족주의만을 내세울 때가 아닌 것이다. 좀더 현명하고 다원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시장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있는자와 없는자 간의 격차가 심해지고 세대간 가치관의 충돌로 인해 사회가 양극화로 치닫게 되면 자유민주체제 유지가 어렵게 될 위험성이 있다. 우리가 겪었듯이 외세는 이같은 틈새를 노리게 돼 있다. 21세기는 화해와 협력의 시대다. 갈등과 전쟁을 20세기의 유물로 돌리고 상호 이견(異見)의 폭을 좁혀나가야 한다.

국력에 뒷받침되지 않는 자주와 자립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기 쉽다. 돈이 많아지고 힘이 강해지면 저절로 자주와 자립을 성취할 수 있다. 냉엄한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객기’만 부려서는 안 된다. 따라서 세계화 시대에 걸 맞는 균형 있는 사고와 대국적(大局的)인 시야가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