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상호 신뢰구축 노력 필요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올해 2월27~28일 하노이에서 개최된 제2차 북미정
상회담이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아쉽
게 마무리 되었다. 사전 실무협상은 순조로워 보였고 한
반도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 합의가 소식이 전해
지기도 하였으나 기대하였던 ‘하노이 선언’은 발표되지
않았다. 당연히 반세기 넘게 이어져 내려온 적대적 한반
도 냉전체제가 종식되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과정이
순조롭게 예상했다면 지나친 희망적 사고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일괄타결 거래를 제안한 반면 북한은 동시-단계적 접근
방식을 고수하였다. 미국은 북한이 영변 이외 비핵화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았으며 제재 해제는 과도한 수준이
라 판단하였고 북한은 신뢰가 아직 충분히 조성되지 않
은 상태에서 미국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체제 안
전 보장이 없는 위험한 선택이라 인식하면서 북미 간 합
의 실패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과
중국의 비핵화 해결방식과 달리 미국의 요구는 매우 포
괄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많은 비핵화가 필요하
다”고 밝히면서 영변 이외 핵시설을 지목하였고 폼페이
오 국무장관은 탄도 미사일, 핵탄두 무기체계 등을 언
급하였으며 볼턴 백악관 안보 보좌관도 생화학 무기까
지 폐기를 거론했다. 즉 미국은 영변은 물론이고 영변 이
외 핵시설 폐기, 핵무기급 프로그램(탄도 미사일, 핵탄
두, 핵물질)과 생화학 무기 시설에 대한 포괄적 신고, 폐
기, 검증까지 매우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조치들의 이행
을 한 번에 공약하는 빅딜을 요구하였다.
‘하노이 선언’ 무산
포괄적 폐기 VS 단계적 폐기
미국은 동시적-병행적의 단계적 비핵화 접근 해결방
식을 접고 모든 핵시설과 대량살상파괴무기(WMD)를 한
번에 모두 폐기하는 빅딜을 추진 할 것을 주장하고 있
다. 그동안 북한과의 실무협상을 주도했던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3월 11일 기존 단계적 비
핵화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완전한 비핵화만이 유일한
협상 조건으로 규정하였다. 반면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
이 미국 핵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양국 간 공동 작업으
로 영변의 모든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것이고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의 영구 중단을 문서로 확약
할 것이라는 의사를 표명했으며 지속적인 신뢰조성 단
계를 거치다면 한반도 비핵화 과정이 더 빨리 진전될 것
이라 밝혔다.
한편 북미 간 첨예한 입장 대립 와중에 최선희 외무
성 부상은 1월 15일 평양 북한 주재 외교관들과 외신기
자 간담회를 열고 “미국이 지난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
에서 황금 같은 기회를 버렸다”면서 15개월 동안 북한이
취한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 중단조치에 상응하는 미국
의 조치가 없다면 협상을 이어갈 생각이 없으며 조만간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중단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공
식 성명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하였다. 특히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미국
쪽으로 돌리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적대적이고 불신하는 분위기
를 만들었고 이들이 북미 양 정상 간 건설적인 협상을
위한 노력을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당시 미국의 이상한 협상
자세를 보고 당혹스러워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
적으로 협상을 하려는데 반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
턴 안보보좌관은 단호하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
난하면서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일괄타결식 先비핵화-後보상조치의
속전속결(速戰速決)형을,북한은단계적접근(Progressive)
과 동시적(Synchronous Measures)접근인 쌍궤병행(雙
軌 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병행)을 주장하
고 있어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 2009년 북
한 핵시설 사찰 및 검증문제 등으로 북미 협상이 결렬
된 과거사례가 있어 북한은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불
능화-동결-검증-폐기로 넘어가는 각 단계마다 이에 부
합하고 상응하는 미국의 보상조치(예: 대북제재 완화와
해제,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 등)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접
근방안을 거부하고 지속적으로 일괄타결식 先비핵화-
後보상조치의 속전속결형을 요구한다면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
기 대가로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하였으나 미국은
영변 핵시설뿐만 아니라 다른 우라늄 시설 해체, 미사
일 시설과 핵탄두 무기시스템 해체, 핵 목록 신고까지
포함한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이후에야 대북제재
를 해제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끝내 협상이
결렬될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전
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닌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의 대가
로 부분 제재완화를 요구하였다며 미국의 주장을 반박
하였다. 따라서 향후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조절을 통해
영변 핵시설 이외 다른 우라늄 시설, 미사일 시설과 핵
탄두 해체등과 같은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대북제재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북한은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의 일방적인
先비핵화-後보상조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해결방식을 반대하며 단계적 접근과 동시적
조치인 쌍궤병행을 강조하고 있어 다시금 중국, 러시아
와 긴밀한 전략적 소통과 공조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
다. 아울러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나타난 한
반도 비핵화 분위기 조성악화 방지를 위해 중국, 러시아
와 공동보조를 모색하면서 지난 2005년 9·19공동성명
원칙에 따른 6자 회담 재개를 모색해 나갈 가능성도 전
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진척에
따른 대북제재 해소,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 본격화, 유
엔사와 주한미군 문제 등 매우 다양한 문제들이 있으
므로, 이러한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는 무엇보다 4자 혹은 6자 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
할 것으로 보인다.
종전 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 공감대 형성
부분적 성과로 평가
한편 북한은 북핵문제의 구조적이고 근본원인을 한국
전쟁 이후 축적된 북미간 적대적 대결관계로 인식하고
있어 점진적인 신뢰구축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구축이 되지 않는 이상 소위 리비아식 모델인 先비
핵화-後보상조치의 일괄타결 해결 방안은 실현 불가능
한 방안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중국식 쌍괘병행
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해결방안을 도모하지 않고 여전
히 승자패자식의 제로섬에 기반한 해결방안을 시도한다
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북중수교 70
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북중관계 구축을 강조한 이상
중국 역시 미국의 과도한 대북제재 혹은 일괄타결식 해
결방안 요구할 경우 받아들일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
다. 따라서 우리 역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함께
병행하는 차원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중단→한미
군사훈련 중단→상호 호혜적 대화개시→상호 무력불사
용, 불가침, 평화공존 기본원칙 확정→대북제재 해결과
북미관계정상화→북핵문제를 포함한 모든 한반도 문제
를 일괄타결로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및 동북아 다
자안보체제 구축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하노이 회담 합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일부 중요
한 진전을 보여주었다. 우선 하노이 회담 준비과정에서
북미 양국은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 필요성에 상
당한 공감대를 나누었다. 지난 1월 31일 스티븐 비건 대
표는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
령 역시 북미연락사무소 설치에 대해 “연락사무소 설치
는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북미 양자관계에서 연락사무소 설치는 공식적인 외교
관계 수립을 위한 첫 걸음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종전선언은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중
요하지만 평화협상 착수의 입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물론 조만간 북미 간 협상 재
개 가능성이 높지만 타결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아직
까지 협상재개 시점도 미지수이며 일정 기간 동안 기싸
움 내지 교착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최대한 협상 재개를 빠르게 당기고 일정수준의 합의
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 정부의 능동적이고 적극적
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은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귀국길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게 북한과의 중재자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러
한 매우 중요한 시점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
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적극 주도해 나
갈 필요가 있다.
지난 2017년 일촉즉발 한반도 군사긴장 상황 하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제안하고 대북특사를 파견하여 3월 5일 남북합
의를 이어 3월 8일에는 대미특사를 미국에 보내 북미정
상회담 합의를 이끌어 내었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대북, 대미특사를 파견하여 남북,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적극 모색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북미 최
고 지도부의 입장과 의중을 파악하고 다시금 협상을 중
재해야 한다. 북미 간 요구를 어느 선까지 수용할 수 있
는지와 양국관계 악화에 따른 안보적 긴장(상호 비방,
제재 강화, 핵·미사일 실험 등)을 자제하도록 이끌고 상호
수용 가능한 구체적인 중재안을 만들어 제안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제한적 남북경협(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등) 및 대북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영
변 핵시설 이외의 추가 합의를 도모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영변 이외 추가적 비핵화 조치 수준과 범위
그리고 미국의 상응조치 수준과 범위에 대한 타협 가능
한 중재안 논의를 이끌어 나가는 노력이 요망된다. 아울
러 북한 영변핵시설 이외 추가적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
응조치로 대북제재 완화와 북한의 안보우려 불식차원에
서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논의 등도 본격화해 나
가야 할 것이다.
유관국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공조가 절실
향후 3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괄타결 방식으로 비핵
화 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한반도 평화협정
이행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안보구조에
도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이 성
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판문점 선언에서 제시한 ‘올해
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여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실질
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사실 평화
체제는 평화협정 체결, 평화 보장방안 마련 등 평화 정
착에 관련된 절차, 규범, 협정 등을 제도화시키는 것으
로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단계적 접근
이 필요하며 모든 문제를 풀기에 앞서 상호 신뢰 구축
노력이 중요하다. 아울러 평화협정 과정에는 다양한 이
슈와 상호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각종 이
슈별로 협정을 체결할 수도 있고 관련국별로 협정을 체
결할 수 있다. 그리고 각종 이슈별 혹은 관련국별로 체
결된 평화협정들을 하나의 패키지 혹은 문건으로 일괄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위해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이
보다 신속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유관국들과의 적극적
인 소통과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한반도는 역
사적 대전환 시기를 맞이하고 있어 과거의 냉전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남북을 포함한 주변국 모두 평화와 공
영인식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들을 적극 해결해 나
가는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지난해 남북 및 북미, 북중 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완화되고 한반도에
평화협력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와
더불어 평화체제 수립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등
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주변국들 의견을 포함한 유관 전문가들의
다양한 입장과 시각을 파악하고 동북아 다자평화안보
체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과 창의적
인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