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 바뀌는 트렌드와 삶의 방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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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6-30 15:08:08
  • 분류 : 자유마당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 바뀌는 트렌드와 삶의 방식은?

 

정태선(뉴스핌 공공정책부장)

 

 

“2년이 걸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지난 2개월 만에 이뤄졌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월 열린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 2020'에서 한 말이다. 코로나19 확산이기업 업무 방식이나 학교 수업, 의료 등 각 영역에서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는 얘기다. 2차 세계대전과 비교될 만큼 코로나19의 충격은 컸다.

러다이트운동(기계파괴 운동)을 불러올 정도로 거부감이 컸던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상으로 성큼 들어왔고, 제도의 사슬에 묶였던 드론이 무인배송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반발이 컸던 보편적 기본소득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실제 다수 국가에서 지급됐다. 차선책이던 원격진료, 재택근무, 원격교육이 메인무대로 진입했다. 우리가 알던 삶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생한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사소한 악수부터 사무공간에 이르기까지, 인류 최악의 유행병이 지나면 쓸모없게 될지 모른다.

최근 발간된 '세계미래보고서 2035~2055'에서는 포스트 코로나시대 사라지는 8가지로 악수와 하이파이브 뷔페식당 무료샘플 재사용 가능한 시장가방 붐비는 줄 건배 콘서트 출장 등을 꼽았다.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 사이 악수나 하이파이브와 같은 신체 접촉은 질병을 전염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에 사라질 조짐이다.

미국에서는 FDA(식품의약국) 권고에 따라 코로나19가 발생한 이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뷔페·샐러드바 레스토랑이 폐쇄 명령을 받았다. 마케팅 수단이던 무료샘플 역시 금지했다. 코스트코 매장에서는 무료시식을 금지했고, 언제 이런 행사를 다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재사용 가능한 시장가방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환경을 염려해 비닐봉지를 제거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지만, 이제는 미국 대다수 주에서 재사용 가능한 식료품점 봉지를 금지한다. 붐비는 줄도 거의 사라졌다.

매장에서 줄을 설 때는 1미터 간격으로 표시한 곳에 서야 한다. 술잔을 부딪치는 '건배'도 신체 접촉의 일부이기 때문에 점차 사라질 위기다. 복잡한 콘서트장도 제한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출장 역시 급격히 줄어들고 온라인 회의가 그 자리를 발 빠르게 대신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세계가 대격변을 겪으면서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이나 표준 '뉴노멀'이 달라지고 있다. 이전에는 비정상이었던 것들이 새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홈 루덴스'집에서 안전하게, 놀고 즐기자

"집 밖은 위험해." 코로나19 사태는 '사람들이 많은 곳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홈 루덴스(HomeLudens)’ 문화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홈 루덴스족은 집을 뜻하는 'Home'과 놀이를 뜻하는 'Ludens'를 더한 말로 '''' 박혀 있는 '방콕'족과 달리 집에서도 밖에서 활동하듯 알차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집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나만의 안전한 공간에서 영화감상과 운동, 요리 등 취미를 즐기려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가정에서도 외식 못지않은 식사와 여가를 즐기려는 욕구가 홈루덴스 문화에 반영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문화의 확산은 음식·숙박업을 비롯한 서비스산업 전반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네덜란드 홈스윗홈(Homesuitehome)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중이었던 부활절 주말(4/11~12) 자신의 집에서 즐기는 호캉스 패키지를 판매했다. 이 패키지에는 온라인 체크인 왓츠앱(what’s app)을 통한 컨시어지서비스, 로컬특산품과 어메니티가 담긴 웰컴박스, 로컬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디너, 온라인콘서트, 스탠드업코미디 등 라이브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쁘띠델리에서 배달해주는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85유로, 150유로 2가지 가격대로 판매했는데 모두 완판됐다.

예컨대 호텔 주변에 있는 지역 소상공인들이 만든 초콜릿, 특산품 등 여러 가지가 담긴 웰컴박스가 집으로 배달되고, CD에는 요가영상, 음악 그 다음 컨시어지 스태프들의 환영인사가 담긴 CD가 온다. 배달받은 입욕제로 집에서 목욕을 하면 다음 날 아침엔 집으로 조식이 배달된다.

호텔에 가는 이유 중 하나인 '비일상성'을 판매 전략으로 삼은 것. 평소 쓰는 이불, 샴푸가 아니라 남이 골라준 색다른 제품을 써보는 호사를 누리는 경험을 구매한 것이다. 집은 호텔이 아니지만 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비일상적인 것, 아니면 경험하지 않았던 어떤 경험을 전달해주는 서비스인 것이다. 홈 루덴스의 확산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을 포함한 산업 변화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오피스·재택근무 등 기업문화 혁신 급물살, 에코로지 라이프 관심

"원하는 직원은 앞으로 계속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 수개월 재택근무를 해보니 업무에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셜미디어 트위터는 지난 5'무기한 재택근무'를 선언했다. 정보기술(IT) 업체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지만 퇴직 때까지 회사 밖에서 자유롭게 일하도록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대형 IT업체 중 트위터가 처음이다.

트위터는 오는 9월까지 사무실 문을 닫고, 올해 말까지 대면 행사도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구글도 재택근무를 올해 말까지 연장했다. 페이스북도 최근 대다수 직원이 연말까지 재택근무를 하도록 허용했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테크 업계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재택근무가 보편화할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트위터의 영구 재택근무제 도입을 계기로 사무실 근무 형태의 댐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테크기업들이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는 탈집중화 현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재택근무 필수품인 영상회의 솔루션 사용자는 폭증하고 있다. 전 세계 줌 사용자는 작년 말 약 1000만명이었지만 보안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3억 명으로 30배 급증했다. 재택근무 바람이 거세지면서 '오피스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IT업체도 '재택근무 일상화'는 예외가 아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이 심해지자 재택근무를 연장했다. 이들 기업은 IT인프라가 다른 기업보다 월등한 데다 온라인 협업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재택근무를 적용해도 업무에 지장이 없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도 자율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있다. 직원들 거주지에서 10~20분 위치를 선정해 서울·수도권 일대에 거점 오피스를 구축 중이다.

이 같은 재택근무 확산은 쾌적한 교외에서, 에코로지라이프를 재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공장이 멈추고 미세먼지·공해 없는 하늘을 본 사람들은 환경을 뒤돌아보게 됐다. 재택근무가 가능해지면서 오피스문화 붕괴를 엿본 덕이다. 아침에 햇살을 받으며 일어나고 저녁에 느긋하게 석양을 바라보는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랜선' 공연 · 홈트레이닝까지 '새로운 소비방식

코로나19가 몰고 온 언택트(비대면) 상황은 문화, 스포츠 등 다방면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영국 로열 앨버트홀의앤드루 로이드 웨버 작품,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무관중 공연 등을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전 세계적 팬덤을 기반으로 한 K팝 쪽에선 IT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콘서트를 선보였다.

방탄소년단(BTS)은 온라인 실시간 라이브 공연을 통해 전 세계 756600여 명의 팬들을 불러 모았다. 지난14일 온라인 실시간 라이브 '방방콘 더 라이브' 공연은한국과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총 107개 지역에서 관람했고, 최고 동시 접속자 수 756600여 명을 기록했다. 이는 5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 공연 15회에 달하는 기록이다. 전 세계에서 진행한 유료 온라인 콘서트 중 가장 큰 규모다.

유료 공연이었던 '방방콘'의 티켓 가격은 회원 기준 29000, 비회원 기준 39000원으로 책정됐는데 최소 250억 원 이상의 티켓 수익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공연은 기존 무대와 관객 거리를 없애고, 실시간 쌍방향 소통과 아티스트의 빈번한 클로즈업연출등으로 문화콘텐츠 생산 방식과 소비자들의 문화 소비방식에 일대 대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생활 곳곳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건강 피트니스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 미국, 영국 등 주요국에 2020년형 스마트TV'삼성헬스' 앱을 출시했다. TV용 삼성헬스는 홈트레이닝 영상을 제공하고, 운동시간이나 종류를 추천하는 등 디지털 트레이너와 주치의 역할을 겸한다. 다른 사용자와 기록 대결을 하는 챌린지도 가능하다. 콘텐츠는 명상, 수면 등 정신건강까지 관여하며,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한 헬스케어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한다. 삼성헬스는 스마트폰, 스마트워치와 연동해 고객의 건강관련 데이터를 축적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용량이 늘어나게 됐고, 안정적인 네트워크 통신망은 더욱 중요하게 됐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는 5세대(5G) 네트워크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이를 활용한 비대면 산업이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사람이 밀집한 지역을 피하려는 경향이 커지면서 비대면화가 빨리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포노사피엔스'로 잘 알려진 진화 인류학자 최재붕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 언택트와 초연결 분야의 성장을 전망했다. 키오스크, VR쇼핑, 챗봇, 온라인 수업 등 소비자와 만나지 않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 교수는 "온라인 주문과 배달앱을 도입한 업체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한 반면 준비가 안 된 곳은 직격탄을 맞았다"면서 "개인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발 빠른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OECD 국가 자영업자 평균 비율은 15%인데 반해 한국은 25%인 점을 고려하면 시스템 전환기에 도태한 자영업자 연쇄 도산을 막을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는 "이번 위기가 인간 삶에서 진짜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국민의 안전, 건강, 복지 등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장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19처럼 사람의 힘으로 예측과 통제가 불가한 변화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다가오는 변화를 빠르게 감지, 유연하게 대처하는 일"이라며 "코로나19로 우리가 고통 받는 사이 본래 모습을 되찾아 가는 자연을 보며 쉬어가는 것, 멈춤이 주는 의미도 새롭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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