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과거의 관성’과 ‘희망적 사고’에서 벗어나길

  • No : 4450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5-03 09:54:51
  • 분류 : 자유마당

특집 [새 정부 청사진 외교·통일]

남북관계, ‘과거의 관성희망적 사고에서 벗어나길

 

고유환(통일연구원 원장)

 

 

5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외교·안보·통일분야 대선 공약으로 당당한 외교, 튼튼한 안보라는 기조 아래 남북관계 정상화, 국익우선 외교, 튼튼한 안보국방등을 제시했다. 새 정부는 2019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전략적 모호성을 탈피하여 국익우선의 외교를 추진하며, 한미 확장억제(핵우산) 실행력 강화, 한국형 3축체계 복원과 핵·미사일 대응능력의 획기적 강화 등 안보와 국방을 튼튼히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8차 당대회에서 공식화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핵과 미사일 등 첨단무기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북한은 남측 국방장관의 선제타격주장에 반발하여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의 담화(44)를 통해서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하여 대남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은 20206월 대남관계를 대적관계로 전환하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최근 금강산지역의 남측 시설물들을 철거하고 있다. 북한은 금강산관광사업과 개성공업지구사업과 같이 남측 자본유치를 통한 협력사업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내보이고 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은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내세우고 민족보다 국가를 중시하는 담론과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한반도에 사실상 두 개의 국가가 공존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새 정부는 김정은 시대 달라진 북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전제로 냉철한 대북접근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세계 질서 재편이라는 대전환의 시기에 한국이 어떠한 선택을 하고, 핵을 가진 북한과 어떻게 공존하면서 비핵화를 실현할지, 평화담론 위주에서 어떻게 통일담론을 진전시킬지 등을 새로운 국가전략 차원에서 검토하고 맞춤형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먼저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비핵 교환 프로세스를 검토하고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재설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2018한반도의 봄을 계기로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 등 평화와 비핵 교환 프로세스의 큰 원칙과 방향을 잡는 성과가 있었지만, 하노이 노딜로 이행 로드맵을 만들지 못하고 교착국면에 빠졌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은 북미대결을 제재 대 자력갱생의 정면돌파전, 장기전으로 규정하고 핵무력 고도화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대선 과정에서 밝힌 대북 관련 공약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달성, 원칙과 일관성 있는 대북 비핵화 협상, 북핵에 대한 한미 확장억제 강화,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 한미 확장억제(핵우산) 실행력 강화, 한국형 3축체계 복원, ·미사일 대응능력 획기적 강화 등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 남한이 주적이 아니라고 하면서 전쟁주적론을 펴는 것은 핵·미사일 고도화 등 첨단무기 개발을 전쟁억제를 위한 것이라고 정당화하고, 북한식 힘을 통한 평화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남북한 모두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할 경우 한반도에서의 군비경쟁은 더욱 격화할 것이며 강대강 대치국면의 지속과 우발적 충돌의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 검토를 끝내고 조정된 실용적 접근에 따라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고, 한국 새 정부 출범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따라 싱가포르 북미합의에 기초하여 대북 관여정책을 지속할 수도 있고 아니면 트럼프 행정부 초기의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 노선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빠른 속도로 고도화하고 있어 전략적 인내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 새 정부가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가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확장억제력 강화 등 공포의 균형을 잡기 위한 새로운 국가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 정부는 평화-비핵 교환협상을 재개하느냐, 아니면 공포의 균형을 잡아나가느냐의 선택의 기로에 직면했다.

새 정부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대북제재를 지속하는 등 선비핵화론상호주의를 견지하겠다고 하고, 북한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내세우고 우리 국가 제일주의론을 펴면서 한반도에서 사실상 두 개 국가의 공존을 추구하고 있어 비핵-평화유핵-공존사이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선비핵화론을 접고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인정하고 핵능력 감축을 위한 중간단계를 설정하여 핵군축협상을 추진하지 않는 한 장기 갈등과 충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70여 년간 분단돼 있었고, 30여 년간 북핵문제를 다뤄왔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는 거의 다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복잡한 변수들을 단순화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북전략을 마련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자아준거적 시각에서 분단 현실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WMD실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우리의 역량을 객관화하여 실효적인 대북접근 방안들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늘 민족정체성과 국가정체성 사이의 충돌과 남남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새 정부는 지난 시기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북핵해법으로 돌아가는 과거의 관성희망적 사고에서 벗어나 한반도의 밝은 미래를 위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네티즌 의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