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헌법개정 논의와 동북아평화협력
무조건적 대일비판보다는 실제적·합리적 논의와 검토 필요
이면우(세종연구소 부소장)
참의원 통상선거의 결과 및 평가
지난 2022년 7월 10일에 실시된 일본의 제26회 참의원의원 통상선거(參議院議員 通常選擧; 대체로 정해진 시기에 진행한다는 의미에서의 ‘통상’선거; 이하 참의원 선거)는 기존의 의석수에서 8석을 더 확보한 자민당의 승리라는 결과를 낳았다. 참의원의 총수는 248명(이번 선거를 기준으로)으로, 임기는 6년이고 그 반수가 3년마다 선거에 임한다. 따라서 이번의 제26회 참의원 선거에서는 총 125명(개선수)을 뽑게 됐고, 선거에 임하지 않은 의원수(비개선수)는 123명이었다. 또한 유권자는 선거구와 비례대표구에 각기 한 표씩, 총 2표를 행사했는데, 집권 연립여당의 하나인 자민당이 단독으로 개선의석수(이번 선거의 대상인 125 의석)의 과반수를 넘는 63 의석을 차지했다는 것은 집권 연립여당에 대한 지지가 확실히 나타났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를 집권 연립여당에 대한 확고한 지지라거나 자민당의 ‘대승’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에서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
첫째, 자민당이 선거구에서 9석을 늘리는 큰 승리를 거뒀지만 비례대표구에서는 오히려 1석을 잃었다. 둘째, 선거구 중 총 32개의 1인 선거구에서 28 의석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는 예를 들어, 2013년에 자민당이 1인 선거구에서 거둔 28 의석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다. 이번의 28석은 총 32석 중에서 나온 것으로 야당이 4석을 차지, 2013년의 28석은 총 30석에서 나온 결과여서 2석 획득의 야당 측을 좀 더 압도한 자민당의 승리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본 고에서는 우선 이번 선거의 결과가 제시하는 의미와 특징에 대해 알아보고, 이번 선거에 의해 최대 관심사로 제기된 헌법개정의 가능성과 한국에의 함의에 대해 간략히 검토한다.
의석수를 늘린 자민당의 선거 결과에도 불구하고 집권 연립여당에 대한 확고한 지지가 나타났다고 보기에는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위에서 언급한 것에 더하여 집권 연립여당의 또 다른 축인 공명당 역시도 기존의 14석에서 1석 감소한 13석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자민당이나 공명당의 의석수 감소는 비례대표구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석감소는 서로 다른 이유 때문이겠지만, 연립여당에 대한 견제 및 비판 투표가 던져졌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하겠다.
자민당의 경우, 비례대표구에서의 득표수는 약 1825만 표로 선거구에서의 득표수인 2060만 표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자민당의 지지자들이 선거구 또는 지역구에서는 자민당 후보에게 투표하고 비례대표구에서는 다른 정당의 후보에게 표를 던지거나 기권한 것을 의미한다. 공명당의 경우에는 반대로 비례대표구에서의 득표수가 618만 표로 선거구에서의 360만 표 보다 많았다. 이는 공명당의 선거구 후보자가 많지 않았기에 지지자들로 하여금 비례대표구에서의 투표를 독려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는데, 그럼에도 이전보다 줄었다는 것은 역시 공명당에 대한 투표가 지지자들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 이상으로 큰 성과를 거둔 정당이 야당의 일본유신회라는 점도 집권 연립여당에의 지지가 확고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시모토 토오루 전 오사카부(府) 지사에 의해 탄생한 오사카유신회를 전신으로 하는 일본유신회는 비례대표구에서의 득표수가 784만 표를 기록하여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677만 표를 능가했고, 비례대표구 득표수가 선거구 득표수보다 많았다는 것은 비례대표구에서의 자민당 이탈표가 야당이지만 같은 보수계 정당인 일본유신회로 옮겨간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반면에 제1야당의 위상을 가진 입헌민주당은 선거구에서 10석, 비례대표구에서 7석을 획득하여 종전의 23석에서 6석이 감소하는 참패를 겪었고, 전통의 야당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공산당이나 사민당 역시 2석이 줄어든 4석과 1석을 획득했다. 이와는 달리, 소위 미니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레이와(신선조)당이나 NHK당, 그리고 참정당(參政黨)의 3당이 2% 이상의 득표율을 획득해서 비례대표구에서 각기 의석을 확보했다. 특히 레이와는 선거구에서도 1석을 획득해 총 3석을 얻었는데 이로써 종전의 의석과 합해 총 8석을 가진 정당이 되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22년 7월 일본의 제26회 참의원 통상선거의 결과는 연립여당을 구성하는 자민당의 승리와 공명당의 현상유지, 보수계 정당인 일본유신회의 약진과 레이와당과 같은 미니 정당들의 선전, 그리고 입헌민주당과 같은 전통 야당들의 대패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보수정당인 자민당에 의한 현상유지라는 방향과 일본유신회나 레이와당과 같은 미니정당에 의한 새로운 정치에의 요구라는 다소 상반된 측면을 보여준다.
개헌 4당의 의석수 3분의 2 확보
이번 선거에서 무엇보다도 관심을 모았던 부분 중 하나는 참의원에서 헌법개정에 필요한 의석수의 3분의 2를 개헌에 긍정적인, 소위 말하는 개헌 4당, 즉 자민당, 공명당, 일본유신회, 그리고 국민민주당이 얻을 수 있는 가의 여부였다. 선거구의 조정에 의해 참의원의 총 의석수는 이번 선거로 해서 248석이 되었기에 3분의 2는 166석이 되는데, 개헌 4당은 자민당의 119석과 공명당의 27석, 그리고 일본유신회의 21석과 국민민주당의 10석을 합하면 총 177석이 되기에 3분의 2를 크게 상회하는 의석수를 갖게 되었다. 그럼에도 기시다 수상이 헌법개정을 과연 추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다.
이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 기인한다.
첫 번째는 무엇보다도 개헌 4당이 제시하는 개헌의 이유가 서로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개헌의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네 가지, 즉 자위대의 헌법 내 명기, 긴급사태조항의 신설, 참의원의 개선, 그리고 교육충실화가 제기되는데, 자민당의 경우 이들 네 가지에 대해서 공히 주장하지만, 연립여당에 참여한 공명당은 평화조항이라는 9조에 대해서 논의를 할 수 있지만 폐기하거나 자위대의 헌법 내 명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따라서 개헌 4당이 의석수의 3분의 2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 내에서 헌법의 개정안을 통과시키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개헌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뿐만이 아니라 국민투표에서 과반수로 통과되어야 하는데, 이와 관련된 국민의 개헌의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국민여론의 향배는 여론조사를 통해 알아볼 수 있는데, 여론조사의 결과는 다소 이중적이다. 예를 들어, 이번 선거 후 진행된 ‘니혼테레비’의 여론조사에서는 “헌법개정의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58%의 응답자가 기대한다고 답했고, 기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37%였다.
반면에 최근의 내각개조에 따른 8월 10일의 긴급여론조사에서는 “기시다 내각이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과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경기 및 경제대책’이나 ‘교육 및 육아’를 제기한 응답자는 32%와 16%였던 반면에, ‘헌법개정’은 4%에 그쳤던 것이다. 헌법개정에 적극적이었던 아베 수상이 2019년의 제25회 참의원 통산선거에서 개헌 4당에 의한 참의원 3분의 2 의석을 획득했음에도 헌법개정에 돌입하지 못했던 것도 국민여론의 미성숙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그만큼 헌법개정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세 번째는 헌법개정에 적극적이었던 아베 전 총리의 서거이다. 아베 전 총리의 서거는 헌법개정에 대한 영향이라는 측면에서 두 가지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나는 헌법개정에 적극적인 리더십의 부재로 인해 헌법개정을 추진하기 쉽지 않을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헌법개정에 대한 아베 전 총리의 관심은 잘 알려져 있어서 그것을 이어받으려는 추종자가 있고 유언으로 작용하여 기시다 총리로 하여금 헌법개정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 가능성이다.
그럼에도 기시다 총리가 리더십을 발휘하기에는 다소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중갈등의 악화나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헌법개정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크지 않고, 최근에는 자민당과 구 통일교의 연관이라는 정치스캔들이 결코 작지 않은 파장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기시다 총리는 헌법개정보다는 취임 초부터 제기한 안보 3문서(국가안보전략, 방위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의 개정과 방위비 조정 등의 대응에 더욱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헌법개정 가능성과 한국
이번 참의원선거에 대한 한국의 관심은 크게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하나는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의 승리를 이끌어내면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기에 아베 전 총리의 영향에서 벗어나 한일관계의 개선에 있어서도 좀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이고, 다른 하나는 헌법개정의 가능성 여부다. 전자와 관련해서,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자민당의 승리에 의한 기시다 총리의 리더십 강화는 다소 미묘한 상황이고, 또한 리더십이 강화된다고 해도 기시다 총리가 한일관계의 개선을 위해서 리더십을 발휘할지는 아직은 의문이라고 하겠다. 스페인에서 개최된 나토정상회의에서의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시다 총리 역시 다른 일본의 정치가들처럼 한일관계의 개선에 있어서는 한국의 관계개선의지가 행동으로 옮겨져 나타나기를 지켜보는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자의 헌법개정과 관련해서도,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그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헌법개정과 관련된 절차를 추진할 수는 있지만, 여태까지의 헌법개정 논의가 그러했던 것처럼 실제적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처럼 전후 일본에서의 헌법개정 논의는 이처럼 자유민주적 절차 속에서 진행됐는데, 이를 고려하면 이제 한국으로서는 일본의 헌법개정 및 방위력 강화에 대해서 다른 인식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독재적 부상에 의해 ‘우크라이나 사태’나 ‘대만 위기’와 같은 국제정치적 환경의 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동북아의 자유민주적 질서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좀 더 부합하는가에 대해서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적인 대일비판보다는 비무장의 평화주의 일본이 과연 한국에 도움이 되는지 개정된다면 어떻게 대응하고 접근해야 하는지 등과 같은 실제적이고도 합리적인 논의와 검토가 요구되는 정세이고 시대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