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바이든 행정부와 한반도
바이든 시대, 자유민주 가치 공유하는 한미동맹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냉전이 끝나고 한미동맹은 2009년도에 동맹변 환을 이루었다. 즉, 그동안 한반도에 국한된 안보문제에 집중했던 한미동맹을 이제는 지역, 글로 벌 차원의 동맹 그리고 안보 이외의 이슈 등으로 확 대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소위 ‘포괄 적 전략동맹’은 그리 실질화되지 못했다. 한국과 중 국 간의 경제관계가 매우 깊게 형성되기 시작했기 때 문이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국 정책 을 체제대결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내 반 중 정서는 70% 이상으로 높아지게 됐으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 같은 대중국 강경책을 보다 촘촘하게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바이든 정부는 미중 전략경쟁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변화 내지 붕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 아래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정책적 수단은 하나하나 진전되고 있는 상태이다.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대중 국 강경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여론에 기반해 중국정책은 공화, 민주 양당이 초당적으로 강경한 방향으로 의견을 일치하고 있다.
한미동맹은 현재 가치와 인권에 기반해 점차 경제 동맹, 기술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글은 현 바이 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대중국정책, 그리고 이에 기 반해 한미동맹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기술해 보고자 한다.
가치와 인권에 기반한 경쟁 심화
민주주의 가치를 중심으로 동맹을 강화하고 국제 협력을 이끌어서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것이 바이든 외교정책의 핵심이다. 외교 최우선순위 어젠다는 자유세계와 단합해 부상하는 독재정권에 대항하고, 인권문제를 지적하면서 민주주의 국가들과 단합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2021년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했으며, 중국의 인권상황을 이슈화 했고, 이를 기반으로 대중국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민주주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대중국견제는 향후에도 파트너국가들을 단 합시키는 중요한 수단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2월 위구르족 강제 노동금지법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신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강제노역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 하지 않는 한, 신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일절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태양광 패널의 핵심 재료인 폴리실리콘의 세계 공급량의 45%가 신장지역에서 생산된다. 중국 신장지역 이외에도 35%는 중국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다. 이러한 조치는 향후 친환경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려는 미국에도 파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2월에는 미 상원에서 초당적으로 제품 생산에 강제 노동이 동원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해당 기업이 감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노예 없는 사업 인증 법안’)이 발의 됐다.
유연한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매우 느슨한(informal) 형태의 쿼드개념으로부터 시작했다. 실제로 2021년 3월 21일 가진 첫 번째 쿼드 화상 정상 회담은 자유롭고 개방되고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강조했으며, 기후변화, 기술, 코로나 협력을 강조했다. 쿼드국가들 간의 군사 의제는 빠졌으며, 중국이라 는 단어도 담기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느슨하고 유연한 형태의 쿼드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국가들 의 협력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미국은 AUKUS(오커스)를 통해 군사적 소다자주의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처럼 이슈별 소다자주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바이든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특징 중 하나는 EU 국가들의 참여 확대에 있었다. 이 같은 현 상은 2022년도에 더욱더 확대됐다. 현재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많은 EU 국가들이 쿼드국가들 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2027년까지 5G 통신망에서 화웨이 퇴출을 약속했다. 영국은 2017년 미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발리카탄 훈련(Balikatan Drills)’에, 2019년 미국과 호주의 ‘탈리즈만 세이버 (Talisman Saber)’훈련에 동참하였다. 영국은 2021년 5월 인도·태평양 지역에 신형 항공모함인 퀸엘리자베스 항모 전단을 파견하고 영·미·일이 공동훈련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프랑스는 2019년 5월 남중국해에서 미국 구축함 윌리엄 로렌스 함과 일본, 인도, 필리핀 해군과 함께 ‘항해의 자유’에 참여했다. 또한 프랑스는 2020년 인도, 호주, 프랑스 간 국장급 3자 대화에 참여했으며, 2021년 4월 쿼드 4개국과 함께 인도 벵골만에서 합동해상훈련을 실시했다.
이같은 다양한 국가들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는 더욱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서유럽국가들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미국은 아세안국가들의 미온적 태도를 보완하고 인도·태평양 전략을 보다 국제적 이슈로 부각시키려 할 것이다.
일본 역시 이러한 추세에 긍정적인 입장인데, 첫 번째로 유럽국가들의 인도·태평양 지역 참여를 통해 자국의 안보불안감을 상쇄시킬 수 있으며, 두 번째로 현재 추진 중에 있는 안보전략의 변경을 위한 긍정 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그 동안 정체되어 있단 한미일 협력체계를 적극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IPEF)를 출범시켰다. IPEF는 자유무역체제 복원, 공급망 안정화, 디지털경제(AI, 6G 등), 탈 탄소협력, 인프라협력 등 다양한 모듈로 구성되며, 각 모듈별로 적합한 국가들과의 유연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무역기구 구축과 비교해 포괄적인 영역을 다루는 기구이며, 중국이 점령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한 견제 역할의 의미도 지니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구축
글로벌 공급망 구축은 바이든 행정부 대중국 견제 의 핵심 정책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2월 24일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에 대한 100일간의 공급망 검토 행정명령을 내렸으며, 또한 향후 1년간 국방, 공중보건, IT, 운송, 에너지, 식품생산 분야의 공급망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쿼드 정상회담에서 주요 협력 의제는 보건 협력, 신기술, 기후변화였는데, 미일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 G7 정상회의에서도 협력의제는 동일하게 합의됐다. 즉 미국은 다양한 국가들과 코로나 보건 협력, 기후변화 관련 협력, 5G, 6G 등 신기술 협력을 이루어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 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공급망 구축은 점점 더 촘촘해지고 있는데, 이미 주요 파트너국가들의 반도체 분야 기업체들에게 정보제출을 요청했으며 중국에 대한 반도체수출을 줄일 것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미 국무부는 주요 첨단산업부문별 글로벌 공급망 지도를 만들고 있으며, 촘촘한 공급망 지도를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중국 배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공급망 구축을 통해 미국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참 여국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관련하여 2021년 6 월 미 상원은 미국혁신경쟁법(USICA)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무한프론티어법, 반도체 및 통신법, 전략적 경쟁법, 중국도전대응법, 2021무역법, 미국 미래수호법 등 총 7개 세부법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견제를 위한 모든 수단들이 총망라되어 있는 법인데, 미국가치 수호, 중국의 외교안보적 위협에 대응, 중국의 인권탄압 등에 제재 부가, 금융, 시장교란 등에서 중국제재, 미국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디커플링 추진 등 다양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글로벌 공급망 관련하여서는 반도체 산업육성을 위해 5년 간 520억 달러를 배정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어 2022년 2월 4일 미국경쟁법안(America COMPETES Act)이 하원을 통과했다. 주요 내용은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520억 달러를 지원하고 공급망 차질 완화 를 위해 450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막대한 지원을 통해 미국의 공급망 구축에 협력하는 해외기업들에 대해 추가적인 경제적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내용
2022년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전략적 경제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했다. 즉 한미동맹을 경제동맹과 기술동맹으로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안보실 차원에서 한미 경제안보대화 가 출범되었으며, 경제안보 관련 전략적 협의 채널을 구축하게 되었다. 또한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에 합의했다. 즉 조기경보시스템 연계협력을 통한 정보공유방안이 논의되었으며, 장관급, 차관급 회의를 개최하여 공급망, 첨단기술, 수출통제 등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한미 간 원전 협력 역시 강화되었는데, 소형 모듈 형원자로(SMR) 공급망 분야 협력을 통해 미국 주도의 제3국 역량 강화 프로그램(FIRST) 참여 등 시장 공동 진출 및 기업 간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으며, 한미 원전 기술 이전 및 수출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또한 한미 원자력고위급위원회(HLBC)를 통해 원 자력 제반분야에 대한 한미 간 협력심화에 합의했다.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심화하기로 합의했다. 민주주의,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 반부패, 인권 등 가치에 뿌리를 둔 글로벌 포괄 적 전략동맹 강화를 통해 한국의 다자무대에서의 역 할과 책임확대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인태지 역에서의 한미 간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였는데, 한국과 쿼드 간 협력의 유용성에 대해 한미 양국이 공감대를 구축했으며, 올해 안으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IPEF 가입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실익을 극대화하고 산업경쟁력을 제고하기로 했으며, 지속가능발전, 에너지안보, 인프라 투자를 포함한 고품질의 투명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도서국과의 협력을 증진하기로 약속했다. 한미 양국정상은 또한, “남중국해 및 여타 바다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 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을 유지하고, 항행, 상공 비행의 자유와 바다의 합법적 사용을 포함한 국제법을 존중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하고,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전세계에서 인권과 법치를 증진하기로 약속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 신정부의 한미동맹은 현재 자유민주 가치 공유, 글로벌 공급망 구축, 기술협력에 중점을 두는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한국은 인도· 태평양 전략 발표를 통해 과거 미진했던 지역차원의 한미동맹을 보다 발전시키려는 계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