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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대한민국 건국 55년 - 평가와 과제 (양동안 교수)
장소 자유센터 자유홀
일시 2003년 9월 24일(수) 07:30 ~ 09:00
인사 양동안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건국·국가보전·경제성장 등 기적의 연속선"


대한민국 역사는 기적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5년 동안 건국, 국가보전, 경제성장 등이 정말 기적과도 같이 이루어졌다. 먼저 건국을 살펴보자. 한반도에 38도선이라는 군사분계선을 그은 것은 미국이지만 이 선을 정치화한 것은 구소련이므로 분단의 책임은 소련 쪽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해방정국에서 미국, 소련과 좌익, 그리고 남북협상파의 반대라는 '삼면초가' (三面楚歌) 속에 건국운동이 어렵게 추진됐으나 결국 대다수 남한 민중이 건국운동세력을 지지, 대한민국이 세워지게 됐다.

6·25전쟁은 우리에게 두 번째 기적을 가져다주었다. 전쟁 초기 미국의 신속한 개입이 없었으면 한국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그 때 중국대륙이 공산화되지 않았었다면, 미 지도부에 트루만(H. S. Truman)과 맥아더( D. MacArtur)가 없었다면, 소련이 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석했었다면 아마도 서울함락 이후 1∼2개월 안에 한반도 전체가 적화됐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신속한 개입이 단행돼 신생 대한민국은 이 엄청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전쟁의 참화에 허덕이던 한국은 1962년부터 경제건설에 나섰다. 자원·자본·기술도 없고 안보부담마저 큰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정부와 국민이 한마음으로 매진한 결과 62년 당시 23억 달러에 불과하던 국내총생산액(GDP)이 87년에는 1363억 달러를 기록, 25년 만에 무려 59배나 늘었다. 무역고도 같은 기간 4억8,000만달러에서 8,883억 달러로 급증했다. 주한미군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확고한 안보지원이 있었다고 해도 이같은 고도성장은 일본이나 독일을 앞지른 것이어서 서방에서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린다.

2차대전 후 독립국 중 유일하게 민주주의-경제번영 함께 달성잠재력 되살려 국가발전 다시 이뤄야…정부 지도역량 큰 변수 이같은 기적을 바탕으로 우리는 1987년부터는 민주화 단계에 진입했다. 미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민주화 수준은 86년 5점(1점 만점)에서 2002년 2점(북한은 최저점인 7점)으로 눈에 띄게 개선됐다.

요컨대 대한민국은 성공적인 55년을 통해 자력안보 불능국에서 자력안보 가능국으로, 경제 빈곤국에서 경제 번영국으로, 민주주의 난망(難望)국에서 민주국가로 뿌리내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국 중에서 민주주의와 경제번영을 함께 이룩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과 정부는 대한민국을 별로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이는 피폐한 경제난 속에도 '공화국 창건' 50주년·55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른 북한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물론 건국 55년을 맞은 대한민국에게 반성할 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안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탄압이 있었고, 경제발전 과정에서 공정성이 무시됐고, 민주화 과정에서 경제성장이 소홀히 된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대한민국이 수행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한 마디로 민주화, 경제발전, 안보강화를 병행시켜 나가야 한다. 1997년 우리는 외환위기를 맞았으나 무궁한 잠재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현 시점은 민주화된 대한민국이 과연 과거와 같은 잠재력을 되살려 국가발전을 다시 성취할 수 있을 것인가가 주목되는 기로다.

국가발전의 성패는 발전지향적인 인구의 총질량(인구수 * 영향력)과 분배지향적인 인구의 총질량 중 어느 쪽이 크냐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와 지도역량이 중요한 변수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