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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오늘의 북한, 어떻게 볼 것인가
장소 자유센터 평화대연회장
일시 2008년 10월 28일
인사 남주홍 박사(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북한 ‘급변’은 우리 안보 위기다”

북한에게 올 겨울은 가장 춥고 긴 겨울이 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제사회를 휩쓸고 있으며 중국은 예전처럼 무조건적인 지원을 하기 어려운 입장이고 우리도 경제적으로 시련을 겪고 있어 외부로부터의 지원이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먼저 이 시기 북한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첫째, 핵 문제다. 북한의 핵무장은 기정사실화 돼 있다. 6자회담을 통한 해결을 지속 추구해야 하겠지만 이 문제는 한 고비가 넘어갔다는 게 정설이다. 따라서 북핵을 어떻게 동결 또는 폐기하느냐가 핵심 과제다. ‘비핵․개방․3000’ 구상은 최선의 시나리오고 비핵화와 개방이 안 되는 최악의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둘째,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다. 이는 북핵 문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상황, 즉 동결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과거 ‘제네바합의’로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며 우리 국가안보와 직결돼 있다. 셋째, 북한 지도부의 위기관리 방식이다. 북한은 핵카드로 ‘강성대국’을 건설하려 하고 있으며, 대미관계 개선으로 ‘조선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또한 코너에 몰릴 수록 오히려 대남 공작의 강도를 높이고 있으며 연평해전, 서해교전의 배경도 이런 측면에서 간파돼야 한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사고’를 치는 것이다.

식량․에너지난 등 7대 변수가 큰 영향
한미동맹 바탕 국제공조로 상황 대처해야

현재 북한 지도부의 분위기는 매우 침체돼 있다. 전쟁을 결심하기도 어렵고 우발 및 돌발사태의 충동을 느끼고 있는 한편 입만 열면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지만 막상 통일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제 북한 급변사태에 대해 진단해보겠다.

현실적으로 ▶식량․에너지․외화난의 구조적 영속화 ▶핵카드의 효용성 한계로 인한 피로증후군 심화 ▶김정일 와병과 후계체제 구축 난망 ▶탈북 행렬의 조직화와 규모화 ▶당․정․군 사기이완 및 혼선 ▶미국의 정권교체와 북한 인권문제의 휘발성 ▶중국의 이중적 대북정책 등 7가지 변수가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사견(私見)이지만 김정일 후계체제는 있을 수 없다고 본다. 북한은 1948년 이후 상시 국가동원체제를 유지해왔다. 이같은 병영국가(Garrison State)에서는 상당한 시행착오와 내홍을 겪지 않고선 권력이행이 불가능하다. 북한 정권의 평화적 교체 가능성은 희박하며, 김정일 유고시 어떤 형태로든 급변이 불가피하다. 여기서 ‘급변’이란 정책과 전략의 격변, 리더십의 격변, 제도와 체제의 격변을 포괄한다. 김정일 와병은 후계체제 구축의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뜻이고, 나아가 평화적 정권교체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며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여러 측면에서 볼 때 북한 급변사태는 이미 시작됐고 진행중이다. 북한 급변사태는 우리 안보의 위기이지, 통일의 호기가 아니다. 우리가 ‘급변’을 관리․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 인력, 전략 등을 갖추고 있을 때만 민족의 염원인 통일 상황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작금의 '급변‘을 관리․극복하는 데 북한 지도부의 역량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북한 급변사태는 한민족 내부문제를 넘어 국제평화와 안정에 관한 문제다. 따라서 강력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공조하며 대처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남북 모두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앞으로 우리 정책방향은 어떻게 돼야 하나.

첫째, 대북정책에서 안보와 통일 부문을 균형 있게 내실화해야 한다. 휴전선과 함께 우리 사회 내부의 대공(對共)전선을 튼튼히 해야 하며, 안보와 통일이 조화된 화해협력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김정일 정권에 대한 후원과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은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 아울러 대북정책 결정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보여주기식 대화와 협상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셋째,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위기관리책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급변사태는 우리 체제를 흔드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아닐 수 없다. 어떤 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

넷째, 한․미 안보동맹체제의 질적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자주국방 문제를 진지하게 숙고하고 통일에 대비한 한․미동맹의 발전방향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한반도 통일을 주도하고 전쟁을 획책하던 시대는 끝났다. 김정일 이후에 대한 불안감, 체제존속에 대한 자신감 결여, 후계체제의 불확실성 등이 북한 내부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모든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하며 통일은 그 다음에 논해도 늦지 않다.

통일은 시간과의 싸움이지 아이디어 싸움이 아니다. 그 싸움의 관건은 위기관리를 주도하는 측의 손에 있고, 당사자는 국제정세의 흐름에 순응하는 우리일 수밖에 없다. 통일은 분단관리-위기관라-통합관리로 이어진 종합적인 프로세스다, 우리는 지금 분단관리의 한 가운데 서 있다. 통일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