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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새 정부의 대북정책과 남북관계 변화 전망
장소 자유센터 평화대연회장
일시 2008년 4월 11일
인사 유호열 박사(고려대학교 행정대학원장)


지난 10년 간의 대북 햇볕정책(포용정책)은 공과를 함께 남겼다고 할 수 있다.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반면 북한의 핵실험 등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도 있었다. 한마디로 많은 비용을 지출했으면서도 기대한 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북한 체제의 근본적 개혁을 유도하지 못한 채 상호주의는 실종되고 북한의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햇볕정책의 이같은 공과를 토대로 새로운 대북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비핵.개방.3000’ 구상이 바로 그 것이다. 지난 대선 이후 한 동안 남쪽을 관망하던 북한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비난의 포문을 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역도’ 운운하며 ‘비핵.개방.3000’ 구상을 반박하는 등 남북관계에 냉기류를 확산시키고 있다.

새 정부는 이에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당당하되 원칙과 목표에 입각한 유연한 접근 방식으로 나서고 있다. 햇볕정책의 교훈을 통해 좀더 성숙된 대북정책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문제는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고 자칫 무력충돌 등 파국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새로운 대북정책의 원칙과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상생공영의 남북관계를 위한 목표와 과제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와 ‘비핵.개방 .3000’을 구현하기 위한 남북경제공동체 구상 등을 보다 현실에 맞게 재정비.보완할 필요가 있다.

‘포용’ 기대만큼 성과 못거둬 …상호주의 실종
北 불만 경청하며 억지.협박엔 당당히 맞서야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화하는 것이다. 현재 국면은 남북관계의 전면 단절이라는 극단적 상황이라기보다는 남한의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조정기로 볼 수 있다. 정부로서는 북한의 요구와 상관없이 인도적 차원의 비료지원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함으로써 중단된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대화를 통해 새 정부의 진정성을 북쪽에 전달해야 한다.

‘비핵.개방.3000’ 구상은 북핵 해결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북핵 문제 해결과정은 2.13 합의나 10.3 합의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느리게 진척되고 있다. 더구나 북핵 문제가 미완인 채 부시 행정부가 임기를 마치게 되면 다음 미국 정부가 출범한 후 새로운 대북정책이 수립될 때까지 북핵 해결은 그만큼 늦어질 것이다.

설령 북핵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북한이 개방과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개혁조치를 취하기까지는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에 비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북한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지가 필수적이며 미국, 일본, 중국 등 국제사회의 협조와 동참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더구나 객관적 기준으로 1인당 연소득이 400달러도 못되는 북한이 10년 내에 소득 3,000달러를 달성한다는 것은 현재로선 요원한 중장기적 과제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남북관계를 정상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대북정책의 원칙과 주요 과제들이 제시됐다. 이제 출발이다. 햇볕정책의 전면 부정보다는 실패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남북관계를 과거로 회귀시키는 것보다는 미래로 나가는 창조적 파괴가 필요한 때다. 북한의 불만을 무시하기보다는 경청하는 자세가 요구되며, 북한의 억지 주장과 협박에는 굴하지 않는 용기와 지혜로 맞서야 한다.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가 우리에게 있음을 확신하며 북한과 주변 국제사회를 설득할 때 비로소 통일에 대비하는 의미 있는 남북관계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