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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북한 핵실험 파장과 우리의 대응(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장소 자유센터 평화대연회장
일시 2006년 10월 30일
인사 김태우 박사(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북한이 10월9일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세계에서 9번째로 핵클럽에 가입했다. 미국은 유엔안보리결의안(제1718호)을 통해 북한에 대한 경제.외교제재 및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사회 일각에선 북핵실험을 ‘핵분열 물질의 일부만이 연쇄반응을 일으킨 실패한 핵실험’ ‘핵실험 치고는 소규모 폭발’ 등의 표현으로 의미를 평가절하하고 문제의 핵심을 흐리고 있다. 비록 핵분열 물질의 일부만 연쇄반응을 일으켰지만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이 약 20만 명을 살상한 전례를 봤을 때 협소한 한반도 공간에서 의미하는 바는 엄청나다. 폭발의 규모와 관련한 주장도 문제가 많다. 테러문제가 부상한 오늘날에는 가볍고 운반이 용이한 소형 핵무기가 테러세력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단으로 거대한 핵무기보다 더욱 위협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북한의 핵실험은 즉각적으로 보.혁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소위 개혁세력측에선 ‘핵실험 사태는 미국의 무분별한 대북압박이 몰고 온 사태’ ‘북핵은 우리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므로 무해하다’ ‘북핵도 통일되면 민족의 자산이므로 반대할 필요가 없다’ 등의 주장들이 흘러나왔다. 보수세력측에선 ‘핵실험은 포용정책이 야기한 화근’ ‘미국 전술핵 재반입’ 등의 주장이 흘러나왔다. 이러한 주장들은 상당부분 사실과 다르거나 위험한 발상이다.
북한은 1950년대부터 핵개발을 추진해 왔고 잠시도 멈춘 적이 없다. 제네바협정후 바로 파키스탄과 우라늄 농축기술을 거래했던 행동 등을 감안한다면 ‘미국의 대북 압박이 북한 핵실험 사태의 주범’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 ‘북핵은 한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위험한 발상이다. 사회적 안정과 경제를 위해 선의에서 출발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으나 만약 북핵이 미칠 파급효과를 간파하지 못한 무지의 소치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그리고 ‘북핵은 통일되면 민족의 자산이므로 반대할 필요가 없다’란 주장도 인터넷 공간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데 이것은 주변 강대국들이 핵을 가진 한반도의 통일을 절대로 용인해줄 리가 없다는 점만 따져도 엉터리 주장임을 알 수 있다.
반면 ‘포용정책이 핵실험을 야기했다’는 보수측의 주장도 북핵개발이 반세기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점을 봤을 때 옳지 않다. 이것 보다는 ‘포용정책이 북핵을 중단시키거나 지연시키는데 실패했으며 오히려 핵개발에 기여했을 개연성이 있다’ 정도가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북한 핵실험이 미칠 국제적 파장으로는 핵비확산 체제의 약화를 들 수 있다.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하고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행위가 국제적으로 용인된다면 다른 나라들도 핵무기 포기를 약속하고 NPT 회원국으로 남아 있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결국 국제 비확산 체제가 약화되어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이 촉발될 것이다.
그 동안 한국은 재래군사력에 있어 북한의 양적 우위를 질적 우위로 상쇄하면서 일정 수준의 억제력을 유지해왔다. 북핵은 이러한 전략적 균형을 일시에 무너뜨리는 비대칭 위협(asymmetric threat)으로서 재래군사력, 경제력, 종합적 국력 등에 있어 한국의 질적인 우위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렸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북한은 핵을 무기로 협상테이블에서 한국의 많은 양보와 후퇴를 강요할 정치.외교적 무기로 사용할 것이다. 결국 한국은 북한의 주도에 끌려 다니는 남북관계를 맞이할 우려가 크다.

한국은 지금까지 ‘남북공조’와 ‘국제공조’라는 두 개의 명제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것은 ‘분단 극복’과 ‘국제사회에서의 생존’이라는 두 개의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분단국으로서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는 지금까지보다 국제공조를 좀 더 강조하는 쪽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한·미공조를 재확인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이다. 다양한 이견과 상이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은 그동안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기본틀이 되어 왔고 향후 한반도 유사시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지금은 한.미동맹의 건재를 재확인함으로서 유사시 미국의 자동개입과 핵우산의 존재를 더욱 확실히 하기위해 PSI에 참여해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