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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해방 전후사와 6.25전쟁의 재인식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장소 자유센터 자유홀
일시 2006년 3월 22일 07:00 ~ 09:00
인사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2월 발간된「해방 전후사의 재인식」(1.2)은 자학적인 현대사 인식을 극복하고 현대사가 단절과 청산이 아닌 계승과 발전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논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해방 전후사 인식에서 가장 큰 쟁점이라면 대한민국 건국을 과연 잘못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를 들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민족분단의 책임을 이승만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북한과 구 소련의 책임은 애써 무시하려는 ‘외눈박이 역사인식’이 만연해 있었다.

해방 직후 북한이 먼저 單政 추진
선진화가 민족통일의 물적 토대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공개된 일련의 사료는 소련이 이미 1945년 9월말부터 북한 지역에 단독 정부를 수립하려는 계획을 진행시켜 나갔음을 말해준다. 그해 9월20일 북한주둔 소련군사령부에 보내진 스탈린 지령문에 따르면 이 사실은 아주 명확해지며, 1946년 2월이면 거의 정부형태에 가까운 통치체제가 북한에서 등장하게 된다. 실증적으로 볼 때 해방 직후 상황에서 단정을 먼저 추진한 쪽은 북한이었다.

또한 해방 이후 북한에서는 농지개혁 등 ‘사회혁명’이 잘 진행됐지만 남한에서는 미 군정의 ‘반혁명정책’으로 개혁이 좌절됐다는 주장도 문제다. 이처럼 ‘혁명-반혁명’의 양분법에 기초한 역사인식은 매우 편향된 것이다. 미국이 이 땅에 심어놓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는 한민족 5,000년 역사에 큰 획을 긋는 혁명적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이렇게 볼 때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통일지상주의 사고를 낳고 있으며, 바로 여기에 이념적인 함정이 있다. 북한의 ‘민족공조론’은 체제 문제의 중요성을 흐리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 요컨대 해방 전후사에 대한 인식은 단순히 해방 전후사를 둘러싼 역사 해석에 그치지 않고 통일과 21세기 민족의 진로를 둘러싼 논란과 밀접히 맞물려 있는 것이다.

남북한은 체제를 달리 하는 한 어떠한 방식의 통일을 이뤄도 제대로 된 국가의 모습을 갖출 수 없다. 이 지구상에 정치적으로 이질적인 국가가 국가연합이나 연방국가를 구성한 전례가 없다.
분단상태 하에서도 대한민국은 근대화와 민주화를 달성함으로써 우리 민족 전체에 대한 정통성을 확보했다. 대한민국의 발전은 북한식 세습 지배체제가 타당성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통일에 앞서 선진화를 달성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될 때 그 것이야말로 민족통일을 위한 물적 토대가 될 것이다.

한편 한국전쟁(이하 6.25)은 한반도 전체를 적화하려는 북한의 시도로 발발했다. 6.25는 대한민국의 핵심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도전이었고, 우리는 이를 유엔군과 함께 물리쳤다. 소련, 중국, 북한이라는 북방 공산 3국의 긴밀한 사전 협의 아래 수행되었다는 점에서 넓게 보아서는 자유세계 전체에 대한 공산진영의 도전이요, 이같은 도전에 대한 자유진영의 대응이었다.

1948~49년 김일성과 북한의 지도자들은 스탈린에게 남침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며 이 전쟁이 스탈린의 세계전략에 역이용 당함으로써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심각한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역사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6.25를 남북간 38선 충돌의 연장선상에서 보는 내전론도 이제 역사적 자료를 통해 설득력을 잃고 있다.
한국의 적화는 미국의 입장에서 봉쇄전략(Containment Strategy)의 아시아 거점인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6.25는 한반도는 물론 세계사적 차원에서 의의를 갖는 전쟁이었다. 결과적으로 한.미동맹 결성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세기 전반까지 청.일전쟁, 러.일전쟁,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6.25와 같은 대전란이 동북아 대륙을 휩쓸었다. 그리고 55년 넘어 큰 전쟁 없이 평화가 지속되고 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해방 전후사와 6.25의 맥락에서 볼 때 21세기에도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역사의 영광과 오욕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 21세기 민족의 활로를 모색키 위한 자기 성찰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