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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한국 경제를 다시 살리는 길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장소 자유센터 자유홀
일시 2004년 11월 24일(수) 07:30 ~ 09:00
인사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먼저 우리 경제의 위상을 살펴보자. 전세계에서 국내총생산(GDP) 11위, 교역량 12위, 외환보유고 4위, 연구개발투자비 7위를 기록하는 등 적어도 총량규모 측면에서 엄청난 성장을 이룩했다. 또한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에서도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정보 및 물류 인프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 경제는 건전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저성장 고착화의 가능성이다. 우리는 지난 1994년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아직도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과거 일본은 1만 달러 달성 후 6년 만에 2만 달러 시대를 열었고, 싱가포르는 5년 만에, 미국은 10년 만에 2만 달러로 갔다.

아울러 연간성장률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94년 8.3%이던 것이 이제는 3%대로 낮아졌다. 게다가 내수와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뒤바뀌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더욱 벌어져 경제가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SKT, 한전 등 5대 기업으로의 집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전체 상장사 영업수익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으며, 설비투자만 하더라도 전체의 4분의 1을 넘고 있다.

5대 기업의 이같은 ‘선전’(善戰)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대다수 기업이 느끼고 있듯이 우리 경제는 왜 어려워졌는가. 무엇보다도 민간소비와 투자의 위축을 지적할 수 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초생활자 등 저소득층이 늘고 있다. 물론 이들에게 소비를 기대하기는 곤란하다. 중산층도 과다한 주거비와 사교육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고 금리인하로 인한 가처분소득마저 줄어들어 소비력이 감소했다. 고소득층은 고소득층대로 경기침체 속에 투자보다는 안전한 저축을 선호하고 있다.

투자 / 소비 위축…유가인상 등으로 수출경쟁력 약화
윤리경영 / 노사 동반의식 / 기업에 대한 사랑 등 필요

한편 투자도 부진하다. 1996년 이래 기업의 설비투자가 하락세에 있고 상장사의 공장시설도 축소되고 있다. 그러니 일자리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이밖에 원자재 및 석유값 인상, 달러화 약세가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경제주체 모두가 자기 맡은 바 기본 역할을 다해야만 우리 경제가 되살아난다. 국민들은 경제가 어렵다 하니까 무조건 허리띠만 졸라매고 있다. 정치권도 달라져야 한다. 최근 정치권은 기업하기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는 경쟁력과는 무관한 데 힘을 소모하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기업은 탈진상태에 빠졌고, 지방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 나쁘다.

경제회생을 위해 지난 몇 년간 별 처방을 다해봤다. 재정투자, 금리인하 등 안해본 게 없을 정도다. 결국 다소 고통스럽고 오래 걸리더라도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밖에 없다. 다른 묘책은 없다. 정부는 규제철폐 등 기업환경 개선에 주력해야 하고, 기업은 투명?윤리경영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근로자도 투쟁주의에서 탈피, 회사와 동반의식을 키워야 하며 국민도 기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가진 자는 가진 자 대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렇게 모든 경제주체가 자기 역할에 충실할 때 우리 경제는 역동성을 갖고 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