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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여는 길 (김종인 국회의원)
장소 자유센터 자유홀
일시 2005년 2월 23일(수) 07:30 ~ 09:00
인사 김종인 국회의원 (새천년민주당)


“2만달러, 국민행복.분배 보장해야 의미 있어”

양극화와 실업자 증가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근 우리 경제상황에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은 큰 의미가 없다. 세계적으로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는 나라의 경우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안정적으로 발전해 있다. 결국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는 그 수준에 맞게 모든 정치.경제.사회적 여건이 잘 이루어졌을 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경제는 평균성장률 5% 이상의 호황을 기록했으나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실업률만 해도 정부 발표로는 3.9% 정도지만 선진국 기준에서 볼 때는 8.5%가 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에 힘입어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있는데 ‘IMF 위기’를 전후해서 볼 수 있듯이 이같은 현상은 국민의 후생복지와는 실제로 상관이 없다. 요컨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언제 달성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현재의 경제성장률 4%만 갖고도 환율조정을 통해 3년, 아니 2년 안에라도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그 목표에 이를 수 있다. 2만 달러의 의미는 ‘국민을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는가’ ‘소득분배는 잘 되고 있는가’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지난 1960.70년대 우리 경제에서 항상 강조된 것이 ‘경제우선‘ 논리에 따른 ’선성장 후분배’ 정책이었다. 그 결과 적절한 분배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제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1980년대 말은 이 분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정책입안자 어느 누구도 경제구조의 체질개선에 나서지 않았다.

환율조정 통한 GDP증가는 국민후생과 상관없어
정책입안자, 중장기 경제정책 추진 혜안 가져야

지금은 어떤가. 외환보유고가 이미 2,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이제 곧 선진국이 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우리의 총량 GDP가 아니라 대한민국 상품이 국제시장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느냐는 것이다. 정치.사회적으로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리며 경제가 성장해야 진정한 선진국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1997년 이른바 ‘IMF 위기’가 닥치자 ‘왜 이런 상황을 맞게 됐는가’를 놓고 많은 연구가 진행됐으며, 압축성장으로 인한 경제구조의 취약점이 노출된 것인 만큼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그 전부터도 항상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지적됐지만 경제관료들은 성장에 익숙한 국내 경제환경을 개혁하는 데 소극적이었고, 기업들도 자사의 이해관계 때문에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사고와 행태는 개선되지 않았고 마침내 IMF 구제금융이라는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우리는 ‘IMF 위기’를 겪고도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오늘의 경제난국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정부의 ‘신경제성장’ 전략 아래 신용카드가 남발돼 가계부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기업의 과잉투자로 인해 금융기관의 부실마저 초래됐다. 가계.기업.정부의 능력 이상의 소비와 지출이 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심화시킨 것이다. 그러자 최근 정부당국은 공공부문의 부채를 늘려 수요를 진작시키겠다는 ‘한국형 뉴딜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례로 국민연금 문제를 살펴보자. 현재 국민연금에 130조원 가량의 돈이 관리되고 있는데 여기서 30~40조원을 투자했을 때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할 것이지 잘 생각해야 한다.

정책입안자들은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에 급급하지 말고 중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추진할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우리 내부의 경제구조를 내실화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일본이 ‘구조’의 문제를 ‘경기’의 문제로만 접근함으로써 10년을 후퇴했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직도 우리는 과거의 시행착오에서 제대로 배운 게 없다. 똑 같은 정책과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별다른 노력 없어도 현재처럼 환율의 심한 변동이 이어질 경우 가까운 장래에 국민은 경제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가운데도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는 올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점차 거세지고 있는 이익집단의 목소리도 그동안 우리가 일궈놓은 모든 것을 잃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거리다. 이밖에 북한 문제 또한 우리 경제운영과 관련, 상당히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2,200만 주민이 어느 날 갑자기 대한민국에 편입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아 어떤 나라도 자신의 능력으로 국민을 부양할 수 없으면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북한의 경우 중국식 자본주의 경제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국민소득 2만 달러’에 과도히 집착하지 말고 경제기반을 안으로 튼튼히 하며 북한의 급변에 대비하는 경제정책 수립과 운영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