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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고교 역사교과서 '현대사 기술' 무엇이 문제인가 (박효종 교수)
장소 자유센터 자유홀
일시 2005년 3월 23일(수) 07:30 ~ 09:00
인사 박효종 교수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고교 역사교과서 ‘현대사 記述’ 무엇이 문제인가

일본이 한국에 대한 침략과 강점을 왜곡.미화하는 행태가 고쳐지지 않고 있다. 후소샤판(版) 교과서를 포함해 2005년 중학 역사교과서들에 대한 일본 문부성의 검정결과 발표가 4월5일로 정해져 침략과 강권의 역사를 미화하는 일본 교과서의 내용이 시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외상은 "공정하고 적절한 검정이 실시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교과서 검정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문부성조차 “이번 교과서에는 종군위안부, 강제연행 같은 말이 줄어서 좋다”고 말하는 등 그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우리는 올바른 역사관으로 근대사를 잘 가르치고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하다. 지금 우리 미래세대들은 교과서와 참고서를 통해 “대한민국이 잘못 태어났고 성장에 극심한 장애를 겪고 있는 국가”라고 배우고 있다.

전국에는 2,700여개의 고등학교가 있다. 그 중 한국근현대사 과목을 선택하고 있는 학교는 1,711여개다. 이 중 740여개 학교가 금성출판사에서 발행한 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 교과서는 고등학교 6종 국사교과서 중 최대점유율인 약50%를 차지하고 있다.

금성출판사 교과서에는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를 이룬 우리의 상상력, 근면함, 창의력, 열정 등은 통째로 빠져있고 오직 독재와 항쟁, 자본주의의 참담한 모순과 민중들의 눈물 등 ‘알리바이의 역사’가 내용의 주를 이루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또한 북한 역사 기술에 있어서도 최소한 중립적 기술과 최대한 우호적 서술로 일관하고 있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금성출판사 교과서, 북한 역사 최대한 우호적 서술
중.고교 교과서 속 왜곡 역사관 반드시 고쳐져야

그 사례들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건국과정에서 대한민국은 친일파를 척결하지 못한 반면 북한은 친일파 척결을 통해 정통성을 확립했다.

둘째 6.25 전쟁은 남북 간의 ‘작은 전쟁’이 6.25라는 ‘큰 전쟁’으로 에스컬레이트 된 것에 불과하다.

셋째 이승만과 박정희의 독재는 오로지 장기집권과 ‘권력에의 의지’를 불사른 독재였고 김일성의 독재는 ‘사회주의 가꾸기’를 위한 독재로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은 그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외의존심화, 재벌 등의 독점자본 산출 등, 세계경제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부작용을 나은 반면 북한의 경제실패는 사회주의경제나 계획경제의 태생적 한계가 아니라 과도한 국방비의 수요 때문이었다.

무릇 우리의 역사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의 역사에서도 자랑스러운 부분과 부끄러운 부분은 혼재돼 있다. 중요한 점은 우리에게는 부끄러운 역사를 압도할만한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냈고 평화적 민주화도 이룩했다. 대한민국은 인권, 민주화, 산업화, 복지제도 등 어떠한 기준을 들이대도 자부심을 가질 만큼 성장했으며 세계적으로도 제3세계에서 성공한 국가의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국가’의 역사학도들이 ‘성공한 국가’에 대한 성공의 평가에는 오히려 인색하고 도리어 모순과 상처를 들춰내고, 이에 반해 ‘실패한 국가’에 대해서는 ‘사회주의 가꾸기’로 이해와 동정을 표시하고 있다면 이것은 사실에 충실하지 못한 왜곡사관임에 틀림없다.

‘성공한 국가’의 민족적 정통성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실패한 국가’의 민족적 정통성을 인정하는 것은 ‘병적 민족주의’이지 ‘건강한 민족주의’라 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 걸어온 모든 길이 잘된 것’이라고 자화자찬하거나 ‘모순과 실패, 미완성조차도 완성’이라고 강변하는 것이 교과서를 집필하는 역사학도들의 책무”라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역사적 사실은 사실대로 써야 하며 그러한 기반 위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평가를 내려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을 따름이다.

아무리 ‘역사 쓰기’가 자유로운 아카데미즘의 결실이라 해도 ‘역사 쓰기’에는 사실과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 대한 엄숙함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중.고교생들이 사용하는 검인정 교과서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의 노력과 성취가 빠져있는 역사관, 대한민국을 북한보다 비하하는 내용의 교과서는 분명 잘못됐다.

교과서는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므로 이데올로기를 다뤄서는 안 된다. 또 대한민국의 역사를 미화해서도 비하해서도 안 된다. 교과서는 오로지 있는 그대로 우리가 치열하게 살아온 과거를 명경(明鏡)에 비춰보듯 진솔하게 바라보고 ‘실사구시(實事求是)’ 의 정신으로 써야 한다. 이렇게 할 때 대한민국의 자라나는 미래세대들의 정체성은 올곧게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