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포럼

  • HOME
  • 미디어
  • 자유포럼
기사 섬네일
주제 국가안보와 대북정책 (라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장소 자유센터 자유홀
일시 2003년 11월 27일(목) 07:30 ~ 09:00
인사 라종일 박사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한·미관계, 인간안보 측면서도 중요"

1970년대 초부터 안보 개념에 큰 변화가 생겼다. 그 전까지만 해도 안보하면 기본적으로 국가 영향력의 획득과 유지로 이해됐지만 이같은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와 함께 인간안보(human security)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새로이 제기됐다.

이처럼 안보 개념이 확대된 결과 부국강병을 안보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시대는 끝났다. 따라서 인권과 환경,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 등이 골고루 보장되지 않으면 진정한 안보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요즘 국제사회에서는 안보 개념에서 인간안보 외에 인간과 인간, 국민과 국민, 나라와 나라 사이에 협동을 이룩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중시된다.

이제는 시대조류가 일본 명치유신 시대의 유물인 부국강병보다는 부민선린(富民善隣) 쪽으로 기울고 있다.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민이 넉넉한 생활을 영위하고 이웃나라들과 좋은 관계를 지속해야 바람직한 안보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이런 논리를 실제 상황에 적용해보자.

우리 안보에는 매우 중요한 관계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미국과의 관계다. 물론 전통적 의미의 안보 때문에 대미관계는 우선적 가치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다. 미국과의 관계는 앞서 강조한 인간안보의 측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미국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역할과 관련해 튼튼한 지주가 돼왔고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도 미국의 경험에서 배운 바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정치지도자·외교관 등 대미관계 증진 힘써야
북한 식량난·교육시설 지원도 안보에 도움돼

1945년 이후 우리는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건국, 경제발전, 민주화의 각 시기마다 갈등이 있었다. 앞으로도 바로 이 갈등을 극복하며 한·미관계를 지켜나가는 것이야말로 정치지도자, 외교관, 언론인 등 모든 사람들의 과제다.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것은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북·미 양자관계를 고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과의 관계다. 이를 잘 관리하는 것 또한 우리 안보의 중요한 관건이다. 북한이 강력하고 발전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같은 민족이고 언젠가 통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해야겠지만 전통적인 국가안보나 새로운 인간안보 측면에서도 대북관계는 중요하다. 따라서 식량난, 낙후된 교육·의료시설, 환경오염 등 북한이 처한 어려운 상황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이 안보에 도움이 된다.

이 두 관계가 서로 상충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 안보와 외교의 당면과제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미국의 국익에 맞아야 하며, 반대로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북한의 우려를 해소하고 북한이 추구하는 바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이 두 관계를 어느 정도 상생적으로 운영해 왔다고 본다.

우리는 통일을 추진할 때도 인간적 어젠다(agenda)를 간과해선 안 된다. 통일이 가져다 줄 정치적 자유, 삶의 질, 도덕적 수준 등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 어젠다만으로 통일을 추진해 실패한 제국주의 시대의 역사적 경험을 되새겨야 한다. 포용정책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