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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중국의 역사왜곡과 그 대응 방안 (최광식 교수)
장소 자유센터 자유홀
일시 2004년 1월 27일(화) 07:30 ~ 09:00
인사 최광식 교수 (고려대 한국사회학 교수)


중국의 국무원 산하 사회과학원 직속 邊疆史地硏究中心에서는 2002년 2월부터 '東北邊疆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이하 '동북공정'이라 약함)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5년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동북지방의 역사, 지리, 민족문제 등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를 학제적으로 다루는 국가적 중점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동북공정'에서 다루는 문제중에서 고구려를 비롯한 고조선과 발해 등 한국고대사와 관련된 한국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중국의 역사왜곡 배경

2001년 한국 국회에서 재중동포의 법적지위에 대한 특별법이 상정되자 중국 당국은 조선족 문제와 한반도의 통일과 관련된 문제 등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세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2001년 북한이 고구려의 고분군을 UNESCO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을 신청하자 국가적 프로젝트인 '동북공정'을 기획하고 추진하게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이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을 받게 되면 중국이 고구려사를 중국의 역사로 주장하는 명분이 사라질 가능성이 많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이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방해하고, 2003년 봄 오히려 집안시 주변의 고구려 고분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줄 것을 신청한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볼 때 남북통일후의 국경문제를 비롯한 영토문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역사왜곡 내용

'동북공정'에서 한국고대사에 대한 연구는 고조선과 고구려 및 발해에 걸쳐있지만 가장 핵심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주제는 고구려로서 전문주제로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이 우리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문제인데 고구려를 고대중국의 일개 지방민족정권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고구려의 역사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있었으나 국가적 프로젝트인 '동북공정'을 통하여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단정하여 공식적 견해로 확정하여 버린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몇가지 제시를 하고 있으나 사실에 기초하여 볼 때 수긍하기 어려운 궁색한 이야기들이다. 고구려가 중국영역내의 민족이 건립한 지방정권이라는 것, 활동중심에 있어 몇 번의 천도가 있었으나 결코 한사군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는 것, 고구려가 줄곧 중국역대 중앙왕조와 군신관계를 유지하였고, '중국' 밖으로 벗어나기 위해 그 관계를 스스로 끊지 않았다는 것, 고구려 멸망후에 그 주체집단이 한족에 융합되었다는 것 등을 내세워 고구려가 고대중국의 지방민족정권이었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고구려와 고려 및 조선족은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고구려의 고씨와 고려의 왕씨는 혈연적으로 다르며 시간적으로 250년이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역사적 계승성이 없다는 것이다.

역사 왜곡에 대한 대응방안

'동북공정'의 고구려사를 중국역사의 일부로 하기 위한 역사왜곡은 일본역사왜곡 교과서 사건보다 더욱 심각한 것이다. 왜냐하면 일본의 역사왜곡사건은 검인정 교과서 중에 하나인 '새로운 역사교과서'가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역사왜곡은 중국의 정부기관이 나서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훨씬 크다. 더구나 고구려사 뿐만아니라 발해사와 고조선사까지 왜곡하고 있으므로 한국의 역사는 시간적으로 2,000년 밖에 되지 않으며, 공간적으로 한강 이남으로 국한되게 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먼저 고구려사에 대한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해 먼저 그들이 주장하는 논리와 근거를 확실히 파악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에 대한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사실을 왜곡한 부분을 밝혀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역사왜곡문제에 대해 장기적으로 대비하기 위하여 중국의 동북지방(만주)에 대한 역사와 지리 및 민족문제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여야 한다. 여태까지 우리는 만주지역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였으며, 이에 대한 연구는 일천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한편 '동북공정'이 시작된 직접적 계기이자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북한이 UNESCO에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중국이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이 단독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다면 고구려의 역사가 마치 중국의 역사인 것처럼 오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구려의 역사는 남과 북 어느 하나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이므로 남북공조로서 고구려의 역사를 지켜낸다면 남북공조의 모범적 사례가 될 것이다.

고구려사연구센터의 설립

우리도 중국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연구중심에 상응하는 연구기관을 설립하여 중장기적 대응방안 특히 고구려사를 비롯한 고대 동북아역사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국민과 전세계에 홍보하는 학·민·관 네트워크를 구축하여야 한다. 고구려사연구센터를 설립하여 이를 중심으로 관련자료 수집, 중장기적 기초연구, 학문후속세대 양성, 민간전문기관 육성, 중국의 역사왜곡 실태 홍보 등의 제반 임무를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고구려사연구센터는 고구려사 뿐만아니라 고조선사와 부여사 및 발해사를 포함하는 한반도 북방지역의 역사를 연구하고, 한반도 북방지역의 영토문제와 민족문제에 대한 연구도 함께 수행하도록 하여야 한다. 다양한 기능과 이무를 복합적으로 수행하여야 하므로 정부나 민간 가운데 특정 부문이 주도하는 것보다는 정부와 학계가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시민단체가 측면 지원하는 학·민·관 공동 연구센터를 설립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