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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주한미군 재배치와 한반도 안보 (유재갑 교수)
장소 자유센터 자유홀
일시 2004년 3월 25일(목) 07:30 ~ 09:00
인사 유재갑 교수 (경기대 국제학부 교수)


한.미동맹, 새 단계 진입... 지역동맹 전환

한·미동맹관계는 사실상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해 4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나온 공동성명은 '한국의 국경을 넘는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관계'를 언급했다. 이는 한·미동맹이 동북아 지역동맹으로 전환될 것임을 공식 시사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는 미국이 한국을 위해 한반도에 와 있었지만 앞으로는 한국이 미국을 위해 할 일도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우리에게 제기된 문제가 바로 주한미군 재배치다. 양국 간에 합의된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은 한강 이북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를 통합해 2006년까지 한강이남의 오산·평택 지역으로 이전 배치하는 것과, 이어 서울의 용산기지(한미연합사, 유엔군사, 미 8군사)도 2007년까지 한강이남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주한미군 재배치 결정 자체는 미 행정부의 해외 군사전략 변화에 따른 해외주둔기지 조정의 산물이다. 당초 계획으로는 유럽이 먼저 순위였고 아시아는 그 다음이었으며, 특히 한국은 가장 마지막 순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순서가 뒤바뀌게 된 데는 우리의 책임이 크다. 한국 내부에 확산된 반미감정이 결국 작금의 '위기'를 불러들인 셈이다.

미국은 이른바 '5차원 전쟁' 시대의 군사전략을 바탕으로 해외주둔기지를 중심기지(Hub Base), 전진작전기지(Forward Operation Base), 전진작전지역 등 3대 범주로 재구성했다. 여기서 한국은 두 번째에 속한다. 그 결과 주한미군 기지체계의 변경은 불가피해졌고, 주한미군은 오산·평택권과 대구·부산권 등 2개 중심기지와 한강이북의 연합훈련기지, 군산 공군기지를 축으로 운영되게 됐다.

신속투입·화력 보장되면 '버팀목' 역할엔 큰 영향 없어
'한강이남 재배치' 늦춰야…군비통제 차원 접근 바람직

그렇다면 주한미군 재배치와 기지체계 변경이 향후 한반도에서 어떤 전략적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지난 50년 동안 주한미군은 버팀목(linch pin)과 인계철선(trip-wire)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맡아왔다. 버팀목 역할이란 일단 유사시에 한국방위에 임할 대응태세로서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병력과 추가 증원군이 수행하는 방위능력에 해당한다.

미군의 신속투입과 타격화력, 전장(戰場)장악능력 등만 보장된다면 주한미군이 한강 이북에 있든 한강이남에 있든 별로 걱정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인계철선 역할은 다르다. 엄청나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경우 자동개입이 명문화돼 있지 않고 위협의 평가에서 대응책 결정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리의 입장에서 미군의 인계철선 역할은 사활적(vital)이라고 하겠다. 북한이 우리를 기습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갖고 있는 현실에서 미군기지의 남하는 자칫 대북 억지 및 방어효과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주한미군은 우리가 초청한 군대다. 상호방위조약 또한 우리가 간곡히 요청해 체결된 것이다.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 어느 정도의 비용은 부담해야 한다. 이제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원점으로 돌릴 수는 없게 됐다. 다만 시간을 지연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눈에 띄게 개선된 후 상호 군비통제의 일환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