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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4.15 총선평가와 향후 정치전망 (김영희 대기자)
장소 자유센터 자유홀
일시 2004년 4월 21일(수) 07:30 ~ 09:00
인사 김영희 대기자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


"정치지형에 과거와 다른 질적 변화 일어나"

지난 4월15일 실시된 제17대 국회의원 선거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질적인 변화를 한국의 정치지형에 가져다주었다. 이념적으로 중도좌파라고 할 수 있는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이 제1당이 되고, 좀더 왼쪽으로 기울은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이 원내에 처음으로 진출함으로써 우리가 지켜야하고 새롭게 추구해야할 가치와 기조가 어쩌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4·15 총선 결과를 놓고 신문, 방송 등 언론에서 수많은 분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여기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바로 '상생정치'다. 총선 이후 청와대나 정치권에서도 이 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 매우 다행이지만 그 실현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 총선에 따른 의석분포는 거의 '황금분할'에 가깝다고 하겠다. 우리당은 단독으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탄핵안 가결 이후 여론의 역풍을 맞던 한나라당의 의석도 120석을 넘어섰다. 국민은 한쪽에는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을, 그리고 다른 쪽에는 극단적인 독주를 견제할 만한 힘을 각각 준 셈이다. 이밖에 민주당과 자민련의 몰락, 민노당의 제도권 등장 도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국민, 여에 '개혁추진' 야에 '독주견제' 힘줘
우리당·민노당 제휴…대북지원 확대할 듯

그러나 이와 같은 미시적이고 현상적인 분석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현시점에서 변증법적 역사발전의 법칙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961년 5·16 이후 우리는 발빠른 근대화와 산업화를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모순이 쌓인 끝에 결국 박정희 정권[正]에 대응해 79년 부마사태[反]가 일어났고 그것은 10·26으로 이어졌다. 한국 현대사에서의 정·반·합의 발전은 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승리를 가능케 한 밑거름이 됐다고 본다. 4·15 총선 또한 이런 흐름 속에서 이해돼야 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문제다. 우리당과 민노당의 개혁노선, 그리고 북한과 미국에 대한 지원정책과 자주노선이 총선 민의를 바탕으로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추진력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는 '중도이동'(shift to right)이 수반돼야 상생정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향후 국가경영에서 '신자유주의' 노선이 후퇴할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경쟁과 시장 원리를 강조한다. 여기서는 성장 위주의 정책이 중시될 수밖에 없다. 특히 민노당의 경우 부유세를 신설해 있는 자들의 것을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가 하면 신용불량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국가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렇듯 총선기간부터 지금까지 나온 여러 가지 정책이나 구호를 볼 때 성장보다 분배에 역점을 두는 4년이 될 전망이다. 재계와 경제부처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면 당면한 주요 이슈들을 점검해보자. 먼저 이라크 파병문제다. 민노당은 물론 우리당도 부정적인 입장에 서 있다. 우리 '자이툰부대'의 파병 시점은 오는 6월로 잡혀 있지만 그 이전에 이라크내에서 게릴라전이 격화될 경우 상황이 어떻게 될지 점치기 어렵다. 스페인군이 철군할 때 병력 규모(3,600명)로 세 번째가 되는 한국군의 파병 자체가 만약 철회되거나 대폭 축소될 경우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구성된 연합군의 정당성이 심각하게 흔들리게 된다.

최근 국내 언론에서는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매우 비관적인 보도를 하고 있지만 작금의 추세를 볼 때 6월30일 주권이양 전까지 상황이 호전될 것 같다.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와 주한미군 문제다. 우리당과 민노당은 힘을 합쳐 이니시어티브를 쥐고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적극 확대하려할 것이다. 그동안 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서 더 이상 나가지 못했다. 앞으로는 대북지원 등이 훨씬 활기를 띨 것이다.

아울러 시장경제 기조나, 특히 민노당이 중시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도 주목거리다. 이밖에 간과하기 쉽지만 실제로 매우 긴급한 것이 교육문제다. 현재 국회에 사립중고등학교 관련법안이 상정돼 있다. 이 법안은 학교설립자가 학교운영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인데, 자칫 교육사업에 대한 참여의식과 투자의욕을 꺾을 수 있다.

다음은 대외관계다.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국회에 진출한 정치신인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보다 중국이 우리에게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약 55%에 가깝게 나타난다. 노 대통령이나 우리당도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는데 여기서 '자주'노선이 부각된다. 미군 3만7,000명이 주둔하고 있는 나라에서 100% 자주가 가능한 것인지 모두가 한번 자문할 문제다.

총선 이후 '상생정치'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제 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고 민노당은 사회·경제적 이슈에서 우리당과 제휴하며 입지를 넓혀가게 됐다. 향후 4년 동안 한나라당은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견제할 것은 견제하며 국정운영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