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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용천 열차폭발 사고와 남북관계 (남성욱 교수)
장소 자유센터 자유홀
일시 2004년 5월 21일(목) 07:30 ~ 09:00
인사 남성욱 교수 (고려대 교수)

지난 


"남북간 경협 - 평화정착 함께 이뤄져야"


4월22일 일어난 북한의 용천역 폭발사고를 놓고 테러설이 나돌고 있지만 일단 단순사고로 봄이 타당할 것 같다. 그 근거로는 미국이 사건 직후 신속히 용천 참사에 대해 '사고'(accident)라는 공식 발표를 내놓았고, 사고 발생 한 달도 되지 않은 5월17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열차편으로 용천을 거쳐 신의주를 방문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용천 참사는 철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의 부실과 낙후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다. 이와 같은 사고는 전에도 있었고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이 제2의 참사를 예방하고 경제회복을 도모키 위해서는 국제사회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가 필요하다. 북한 당국은 두달 안에 복구를 끝낸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완전복구까지에는 최소한 1년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이번 사고는 북한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과거 함흥, 원산 등에서 대형사고가 터졌을 때만 해도 피해를 감추는 데 급급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외부세계에 사고발생을 알리고 국제지구의 현장 접근을 허용하는 등 매우 탄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북, 제2참사 막기 위해 외부에 평화메시지 보일 필요
'용천참사' 남북 및 북미관계 개선 전기 마련할 전망

1987년 일어난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참사는 소련에 대한 외부세계 지원이 시작되는 계기가 됐으나 결국 공산체제의 붕괴로 귀결됐다. 북한은 현재 이러한 문제점을 직시하고 노두철 부총리를 중심으로 이번 사고가 체제 내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복구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용천 참사는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전기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의 지원은 냉전의 유산을 털어내고 '민족공조'의 대의을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이 처음의 입장을 바꿔 남한의 구호물자를 비무장지대(DMZ)를 통과하는 육로로 전달받은 것은 조기에 재해를 극복하려는 실용적인 자세로 평가하고 싶다.

아울러 이번 사고는 북·미관계 개선에도 전기가 될 수 있다. 용천 참사를 단순 안전사고라고 강조하며 북한과 코드를 맞추고 있을 뿐 아니라 핵문제와 별개로 연일 인도적 지원을 약속하고 있는 미 행정부의 태도는 주목할 만하다. 우리는 보통 용천 참사가 북한 개혁·개방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 체제의 특성상 직접적인 계기가 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다만 그런 쪽으로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하는 것은 동족인 우리 몫이다.

용천 참사로 인해 북한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인도적 차원의 빚을 지게됐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이 빚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은 본격적인 개혁과 개방으로 나서는 것뿐이다. 최근 주한미군 감축계획이 공개됨에 따라 우리의 안보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남북한은 군사당국자회담을 통해 주한미군 감축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도록 힘써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소모적인 군비경쟁으로 자칫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더욱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남북간 경제협력과 함께 평화정착 노력이 균형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