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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북한의 급변과 우리의 대응 (박재규 전 통일부장관)
장소 자유센터 자유홀
일시 2002년 10월 29일 07:30 ~ 09:00
인사 박재규 (전 통일부장관)

"北核문제 해결, 시간 두고 접근해야"

최근 남북관계를 서해교전과 북한의 경제관리 개선조치, 신의 주 특구 설치, 핵문제 재부각 등 4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분석해 보겠다. 6.29 서해교전은 남북정상회담 당시 '앞으로 무력충돌은 없을 것'이라는 북한측의 약속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난 사건이어서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북한체제의 특성상 이 사건의 성격은 우발적일 수 없다. 아마도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서해북방한계선(NLL)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해교전 자체가 긴장고조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뒤 이산가족 상봉, 북한 선수단의 아시안게임 참가, 장관급회담 재개 등이 마치 봇물 터지 듯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나온 7.1 경제관리 개선조치와 신의주 특별행정구 설치는 북한식 개혁.개방이라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7.1 조치는 50여년 사회주의 계획경제하에 주민들이 나태해지고 근검정신이 약해진 데 대한 국가 차원의 조치로, 무엇보다도 노동생산성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성과급 제공 등 자본주의적 인센티브제가 도입된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제는 의료, 교육을 제외하고는 월급으로 해결해야 한다. 시장이나 호텔 등의 종업원들이 과거와는 달리 어떻게든 물건을 팔려고 애쓰고 있다.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다'는 생각이 확신된 결과다.

남북대화. 경협 지속, 핵 해결에 도움
'신의주 특구'는 北 개혁.개방 시발점

7.1 조치가 경제난 해소를 위한 내부적 노력이라면 신의주 특구 설치는 대외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곧 달러벌이를 노린 것이다. 신의주를 홍콩식으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은 2000년 5월 김정일 위원장이 베이징 IT단지를 방문했을 때부터 나온 것으로 지난해 1월 김 위원장의 상하이 방문을 통해 더욱 굳어진 것으로 안다.

양빈(楊斌) 문제로 우여곡절이 있긴 하지만 신의주 특구를 북한식 개혁.개방의 시발점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한편 10월 초의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 방북 이후 다시금 불거진 북한 핵문제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복잡하게 하고 있다.

사실 북한은 이번 북.미 평양대화에서 처음에는 기대가 컸던 것 같다. 클린턴 행정부 이래 북한이 내걸어온 체제보장, 경제제재 해제, 불가침조약 체결 등 이른바 3대 조건에 어떤 '성의'를 보이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가동에 대한 정보를 제시하고 북한이 이를 시인하자 상황은 일변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NATO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밝혔듯이 현시점에서 미국 대북정책의 핵심은 '평화적 무장해제'로 정리된다. 10월 27일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강조됐지만 그게 안되면 '미국식'으로 나갈 수 있다는데 유의해야 한다. 북한 핵문제에는 시간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기존의 남북대화와 경협은 예정대로 추진하는 게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