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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북한의 '민족공조' 주장에 대한 비판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
장소 자유센터 자유홀
일시 2003년 2월 24일 07:30 ~ 09:00
인사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

"北 핵개발 '민족공조'로 정당화될 수 없다"

지난 1월 북한의 노동신문 등 3개 신문은 신년공동사설에서 북한 핵문제로 빚어진 한반도의 대결구도는 '북과 남의 조선민족 대 미국'이라고 주장하면서 남북한간의 '민족공조'를 강조했다. 이 사설 이후 북한은 핵개발로 빚어진 한반도 위기상황과 연계해 하루가 멀다하고 민족공조 공세를 펴고 있다.

이들의 의도는 '민족주의'를 무기로 한.미동맹을 와해시키려는 통일전선전술의 하나로 파악된다. 북한의 핵개발 문제가 민족공조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북한의 핵개발은 1994년 미국과 맺은 제네바협정의 3분의 2를 부담하는 한국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남북한이 1992년 체결한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에 전면 위배되는 것이다.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을 준수해 가공할 핵무기로부터 7,000만 한민족 전체를 보호하는 것이 진정한 민족공조다. 북한이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구실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에 대한 위협문제이기 전에 우리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반민족적 행동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민족공조'란 말이 우리 사회 일각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한국의 민족주의는 외세에 반대하는 '저항적 민족주의'로,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정신으로, 분단 이후에는 통일국가를 염원하는 열정으로 표출됐다.

이런 이유에서 민족주의가 국제사회의 경계 대상이 되고 있는 지구촌 시대에도 한국에서는 그 영향력이 막강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민족주의는 특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족주의는 부르주아의 이익을 위한 반동사상이라는 당초의 주장을 번복하고 주체사상의 형태로 그들 나름의 '민족주의'를 발전시키더니 지금은 현 집권층, 즉 김일성.김정일을 옹호하는 교리로 이용하고 있다.

북한의 집권층을 옹호하는 정치공세인 '민족공조' 요구에 우리나라 좌파청년들이 가슴을 설레는 현 상황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한 데는 북한의 집요한 민족주의 공세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에 항변할 이론적 대응방안을 만들지 못한 우리 사회 기성세대의 책임이 더 크다. 1980년대부터 나타난 좌파적 시각의 현대사 재해석과 광주 민주화운동 등으로 빚어진 반미 감정은 경제적 번영과 민주화를 이룩한 남한이 오히려 '사대주의 세력'으로, 수백만 인민의 인권과 자유를 말살하는 북한의 독재체제를 민족적 정통성을 차지한 '민족주의 세력'으로 보는 경향을 불러왔다.

우리는 월맹의 민족주의 공세로 패망한 월남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리가 이러니 저들도 이럴 것'이다식의 무모한 민족주의 신봉은 국가 안보에 치명적이다. 북한의 '민족공조'공세를 경계하고 대외적으로 최대한 자주성을 지키면서 국가이익을 살릴수 있는 개방적인 민족주의와 국제협조 원칙에 입각한 새로운 한반도 평화전략을 마련해 한국민족주의를 제자리에 복귀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