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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북한인권, 더 이상 외면해선 안된다 (제성호 교수)
장소 자유센터 자유홀
일시 2003년 5월 28일(수) 07:30 ~ 09:00
인사 제성호 (중앙대 교수)


'북한인권, 더 이상 외면해선 안된다'

인권이란 인간이 인간답게 살 권리 내지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대접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유엔(UN)이 창설되기 이전의 전통적인 국제사회에서는 인권이 국내문제로 취급됐지만 1945년 UN 창설 이후에는 국제사회를 이끌어 가는 하나의 기본가치로 자리잡게 됐다.

유엔은 '세계인권선언'과 '국제인권장전'을 통해 어느 국가도 일탈할 수 없는 인권보호의 최소 기준을 마련했다. 인권은 기본적으로 체제의 성격을 반영하고 있는 바 북한의 인권상황은 북한이 실패한 체제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척도가 되고 있다. 북한의 인권은 주체사상으로 채색된 '우리식' 인권 개념에 근거한다. 서구적인 천부인권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반당' '반 국가분자'의 권리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라는 집단주의에 기초(사회주의헌법 제63조)해 말살 당한지 이미 오래다.

미 국무부의 2002년 인권보고서는 북한을 '인권 열악국가'로 지목하고 인권실태 개선을 위한 국제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이러한 개입에 대해 북한은 '외래적'이고 '공격적'이라 며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북한에 대해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노골적인 내정간섭이라 보고 있다. 자국의 국가적·체제적 특성을 강조하며 시민적·정치적 인권보다는 경제적 인권, 평화적 생존권, 인도지원을 받을 권리 등을 더욱 중시하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인권에 대한 보편주의적 접근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제59차 유엔인권위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인권에 관한 결의문이 채택됐다. 이 조치는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인류가 각성하고 더 이상 방치·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여론을 의식한 것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국내외 NGO들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작 북한인권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 정부는 이날 표결에 불참함으로써 나쁜 선례를 남겼다. 북한의 눈치를 보는 '조용한 외교' 노선을 견지한결과다.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노력에 비추어 볼 때 인권은 침묵하거나 덮어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당사국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거론하거나 폭로함으로써 스스로 수치를 느끼도록 하는 정책(power of shame)으로 조금씩 개선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포용정책을 추진하며 남북대화나 남북교류협력사업에서 북한으 인권상황을 거론하거나 인권중심적인 접근을 한 예는 발견되지 않는다.

북한 인권문제는 어떤 면에서 진정한 남북 평화공존과 민족공동체 형성의 전제조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북정책을 추진할 때 '평화'와 '인권'은 동일한 비중이 돼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종합적인 대북 인권정책을 수립해 대내, 대북, 대외적 차원에서 전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물론 국내외 NGO와의 적절한 역할분담과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적어도 북한 인권문제에 관한 한 조용한 외교보다는 '당당한 외교'가 효과적이다.

또한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와 함께 정치범수용소, 탈북자 문제도 공론화해 동시다발적으로 국제사회에 제기하는 한편 북한 인권에 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 체계적으로 분석해 엠네스티 등 유력한 국제인권기구들에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