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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섬네일
주제 월드컵과 국가발전 (김경동 교수)
장소 자유센터 자유홀
일시 2002년 7월 12일 07:30 ~ 09:00
인사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

"한마음으로 미래 향해 국민의 氣 모으자"

우리는 지난 한달 동안 당초에는 기대조차 못했던 큰일을 해냈다. "대-한민국"의 함성과 4강 신화는 코리아의 잠재력을 전세계에 한껏 보여 주었다. 그동안 우리 가슴 깊이 꾸준히 흐르고 있던 강력한 기(氣)가 월드컵이라는 축제를 통해 국민적 에너지로 결집돼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현대사를 돌이켜볼 때 한민족의 기는 19060, 70년대의 고도 경제성장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힘차게 분출됐다. 그리고 이제 2002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전통의 신바람 문화와 접목돼 뜨겁게 폭발했다고 하겠다. 이번 월드컵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준 구체적인 성과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4,800만의 공동체인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모두가 갖게 됐다는 것이다.

월드컵은 현대사의 부침 속에 쌓여온 국민들의 한을 일순에 날려버리고 모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붉은 악마'가 이끈 붉은 응원의 물결은 오랜 세월 이 사회를 짓눌러온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를 말끔히 씻어주었을 뿐 아니라 우리의 힘과 기개를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 전체에 강렬하게 떨쳐 보였다.

서해교전사태가 발생했지만, 우리는 남북관계에서도 북한을 막연히 경계하고 두려워하기 보다는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저들의 실체를 냉철하게 직시하며 상황을 주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월드컵 통해 국민에너지 분출... 잠재력 과시
'축구 4강'서 '세계 4강' 위해 화합.단결해야

아울러 월드컵은 젊은 세대의 애국심을 확인할 수 있는 값진 자리였다. 태극기를 두르고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며 "오! 필승 코리아"를 연호하는 모습은 그 동안 대한민국을 세우고 지켜온 기성세대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놀랍고도 기쁜 일이었다. 더구나 전국적으로 수백만이 참여한 거리응원이 아무런 사고도 없이 질서있게 끝났다는 것이야말로 우리 시민사회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월드컵은 4,800만 국민을 하나로 묶었다. 우리 축구대표팀과 '붉은 악마'는 이 과정에서 국민에너지를 결집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대표팀이 경기 때마다 보여준 팀플레이(team play)는 화합과 단결의 의미를 뚜렷이 일깨워 주었다. 앞으로의 과제는 월드컵에서 결집된 국민적 에너지를 국가발전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데 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사회지도층의 헌신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 즉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필수적이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들이 구심점이 돼 지속적인 경제성장, 민주주의 정착, 정의로운 복지사회 건설 등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구조나 구태의연한 경영방식, 미비한 사회안전망으로는 안된다. 월드컵 성공에 힘입어 우리의 국가적 위상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대-한민국"의 함성으로 '축구 4강' 신화를 창조한 한민족의 잠재력으로 '세계 4강'의 위업을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