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본 경기는 이제부터 두가지 시나리오 중 어디로 ?

  • No : 2105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8-07-05 10:04:38
  • 분류 : 자유마당



북.미 정상회담서 구체적 내용 담지 못해,

큰 틀 합의는 긍정적


북핵 해법 놓고 개최 전부터 난항 격은 북ㆍ미 정상회담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한반도에는 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한반도에는 훈풍이 불기 시작했고 문재인정부는 이 기회를 포착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포함한 한국의 대북특사단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접견을 통해 귀중한 합의를 도출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북ㆍ미대화 가능성을 확인한 정의용 실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정의용 실장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ㆍ미 정상회담을 수락했다. 이를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두 번에 걸쳐 방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두 번째 방북 후 귀국길에 북한에 억류돼 있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데리고 왔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재차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0일, 트위터를 통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ㆍ미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북ㆍ미 정상회담은 기정사실화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북ㆍ미 정상회담이 무산될 수 있는 암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 안보보좌관이 리비아식 해법을 주장하고 심지어 북한이 만든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부품 일부를 조기에 미국으로 반출해야 한다는 발언을 쏟아내자 북한이 이에 발끈했다.


5월 16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인 김계관이 개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면서 일방적 핵 포기를 강요하면 정상회담을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기정사실화 됐던 북ㆍ미 정상회담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김계관의 담화를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배후설을 제기했다. 급기야 5월 22일 개최된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연기 가능성마저 언급했다.


펜스 부통령도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를 대상으로 장난치지 말 것과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리비아모델처럼 김정은 체제가 끝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북한도 가만있지 않았다. 5월 24일에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개인 담화를 발표했다. 펜스 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용 발언은 물론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는 것과 심지어 미국과 핵 대결장에서 만날 용의도 있음을 밝혔다.


이렇게 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강력한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기를 신께 바라면서 정상회담 취소를 알리는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했다. 바빠진 북한은 김계관 제1부상을 다시 내세웠다. 김계관은 5월 25일 ‘위임에 따른’ 일종의 반성문 형태의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 내용은 그 이전의 두 번에 걸친 북측의 담화는 일방적 핵 폐기를 압박해 온 미국측의 지나친 언행에 대한 반발에 불과하며, 정상회담이라는 용단을 내린 트럼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고, 리비아 방식이 아닌 ‘트럼프방식’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으며, 만나서 한 가지씩 단계별로 해결해 나갈 것과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희망한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도 직접 나섰다. 5월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두 번째 판문점 정상회담을 가진 후 김영철 통전부장을 자신의 특사로 미국에 보냈다. 김영철은 6월 1일 백악관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를 계기로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복원됐다.


공동성명, 북핵 해법 구체적 내용 담지 못해
6월 12일 개최된 회담은 단독회담, 확대회담, 업무 오찬, 공동성명 서명 순으로 진행됐다.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은 4개항이었다. 제1항은 새로운 북ㆍ미 관계 수립, 제2항은 한반도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노력, 제3항은 4ㆍ27판문점 선언 재확인 및 북한이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 제4항은 미군 유해 송환 등이다.


공동성명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공동성명에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elarization)는 명시돼 있지만 정작 미국이 주장했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라는 문구가 빠졌다는 것에 대한 비판은 컸다. 미국은 줄기차게 CVID를 강조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모델’이 회자되었을 때에도 트럼프모델의 비핵화 목표는 CVID인 줄 알았다.


특히 미국은 5월 9일, 오바마 대통령 때 이란과 체결했던 핵협정(JCPOA : 포괄적 행동계획)에서 탈퇴함으로써 CVID에 대한 미국의 강한 의지마저 보여주었다. 따라서 미국은 CVID를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합의문에는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V&I)이라는 용어가 빠졌다. 이런 연유로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명기한 2005년의 9ㆍ19공동성명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둘째, 미국이 북한의 프레임에 넘어갔다는 비판도 있다. 이번 회담의 목적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회담임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에 대한 내용은 오히려 제3항에 명시돼 있고, 그동안 북한이 강조해 왔던 북ㆍ미 관계 개선과 체제 보장이 합의문의 제1, 2항에 명기돼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프레임은 제1, 2항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한반도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논리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비핵화가 독립변수가 돼야 하는데 오히려 종속변수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셋째, 합의문이 너무 단순하고 추상적이어서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4ㆍ27 판문점선언은 13개 항에 합의했고 내용도 구체적이었는데,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각각 한 문장으로 구성된 4개 항뿐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합의문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이나 타임 테이블의 명시 또는 핵무기나 핵물질의 일부를 제3국으로 이전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것이 없다는 것이다.


북ㆍ미 간 신뢰형성–관계정상화 토대 구축
물론 공동합의문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다. 가장 긍정적인 평가는 북ㆍ미간 신뢰 형성 및 관계 정상화를 위한 토대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미국과 북한이 70년간의 긴장과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최고 지도자들끼리 처음 만나 미래를 약속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했고 북한은 미국의 체제 보장을 요구했는데 이에 대한 맞교환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북한도 아쉬운 점이 있다. 미국의 대북 체제 보장은 체제 보장 대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용어로 명기됐기 때문이다. 양국 간에 합의를 할 경우 어느 일방에게만 유리한 합의는 있을 수 없다. 통상 서로가 덜 불만족스러운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진다. 그러나 이런 합의가 양국 간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제도화의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둘째, 이번 회담은 상향식(bottom–up) 방식이 아니라 하향식(top–down) 방식이기 때문에 실행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제네바 합의, 9ㆍ19공동성명, 2ㆍ13합의, 10ㆍ3합의 등 많은 합의가 실무자들끼리 있었지만 이것들이 실천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최고 지도자들끼리의 합의이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어기기 힘들 것이라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 시나리오와 한반도
북한의 비핵화 시나리오는 두 가지로 전망된다.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북한의 비핵화가 CVID 행태로 이뤄질 것이라는 시나리오이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수차례에 걸쳐 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는 점,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무산 위기에 처했을 때 김계관 제1부상을 통해 사과문 형태의 담화문을 발표하고 김영철 통전부장을 특사로 파견한 점, 회담 하루 전날 싱가포르 야경을 보면서 경제건설을 향한 의지를 밝힌 점, 공동성명 서명식에서 김 위원장이 “세계는 놀라운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발언한 점, 그리고 핵미사일 시험 유예 및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 점 등을 들 수 있다.


부정적인 시나리오는 북한이 비핵화 시늉만 낸 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등극한다는 시나리오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했기 때문에 올해는 핵탄두를 꽝꽝 생산해 실전배치할 것이라고 강조한 점, 4월 20일 제7기 제3차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것이 당의 새로운 노선임을 밝히면서도 마치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인 것처럼 핵군축을 위해 노력할 것과 핵무기와 핵기술의 이전을 하지 않을 것을 밝힌 점 등을 들 수 있다.


금명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해 북한측과 고위급 회담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한ㆍ미ㆍ일이 북한의 CVID를 위해 협조할 것과 향후 2년 반 이내에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으며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는 비핵화가 이루어진 후에 단행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북한 핵시설을 파악하는 작업이 앞으로 몇 주 동안 실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ㆍ미 고위급회담의 결과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회담이 잘 진행된다면 비핵화에 대한 로드맵이나 시간표가 정해질 것이다. 현재까지는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북한의 비핵화 정도와 북ㆍ미 관계의 진전 정도는 남북관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북ㆍ미 관계가 잘 돼야 남북 관계도 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행동을 추동하기 위해 한시적이나마 을지포커스렌즈(UFG) 연습 중단까지 발표했다. 몇 개 없는 큰 카드를 던진 것이다. 이로써 남북한과 미국은 미증유(未曾有)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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