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교육 딜레마, 인성교육에 초첨 맞춰야

  • No : 2316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8-12-05 14:48:51
  • 분류 : 자유마당

유치원교육 딜레마, ‘인성교육’에 초점 맞춰야

공립유치원 확충이 능사는 아냐

노희상 -한국워라밸연구소장


정부의 교육 분야 적폐청산이 유치원교육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일부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들의 탈선과 비행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교육 당국의 감독 미비, 교사들의 자질문제와 유치원운영에 전반적인 검토가 요구되던 차제에 일부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회계 부정과 인사비리 등이 터져 유치원교육에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2018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유치원은 9029개, 원생 수는 67만여 명이다. 이 가운데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아동은 50만3628명(74.5%)으로 국·공립유치원생 17만2370명(25.5%)의 3배인데, 사립유치원의 비중이 매우 높다.


사립유치원 비리, 2012년부터 시작 ‘한유총’의 반발

1981년 5공정권은 ‘유아교육진흥종합계획’을 통해 유치원 취학률을 38%까지 높이겠다는 목표하에 사설 학원과 무인가 유치원에 인가증을 내줬다. 그 결과 1980년 861개였던 사립유치원 수가 1988년 3402개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후 2012년부터는 무상보육 정책(누리과정)을 도입하여 매년 2조원씩 무려 10조2411억원의 국고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 돈은 ‘보조금’이 아니라 ‘지원금’으로 분류돼 부정사용 시에도 횡령죄를 적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고를 지원하면서도 이를 감독할 체제를 갖추지 못한 역대 정부의 안일함 때문이다. 정부와 집권당은 지난 10월 25일, 유치원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공립유치원 1000개(학급)를 만들고 감독을 강화해 사립유치원의 병폐를 사전에 차단하고, 교육의 질을 신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당장 내년까지 1000개(상·하반기 각각 500개) 공립유치원 설립이 문제이다. 현재까지의 정부방침은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을 대폭 늘릴 계획으로 보인다.


국·공립유치원 증설요구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다. 이유는 원비, 시설, 교육의 질에서 소규모의 사립유치원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요 대 공급이 절대 부족해 국·공립유치원 들어가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반면에 사립유치원을 선호하는 측의 주장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는 정부가 ‘유아교육법 제24조(무상교육)’에 따라 유아 학비 지원금을 학부모에게 직접 지원하고, 유치원 선택을 학부모가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현재 공립(110만원)과 사립(32만원)의 차등 지원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육은 국가의 무상교육으로 하게 되어 있고 지원금의 차별은 엄연히 위법인 것은 사실이다. 또한 학부모들이 사립유치원에 보내고 싶어 하는 이유는 국·공립유치원의 한계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동탄·용인시 일부 지역에서는 국·공립유치원 설립계획이 발표되자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 일부 학부모의 강력한 반발로 설립이 취소되기도 했다.


유치원 원장은 교육자 겸 사업자 유치원교육과정 운영 개선
이를 ‘한유총’의 집단화된 권력과 일부 부유층 학부모, 이들을 보호하는 정치권이 방해한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교육문제는 학부모의 선택이 우선이다. 사립유치원장은 교육자이면서 개인사업자라는 이중성을 갖는다. 그동안 사업자는 이득을 취하려 들고 학부모는 자녀의 수준 높은 교육을 주문하면서 학부모의 부담이 어느 정도 있더라도 양해하고 수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사립유치원 회계처리 상의 비리를 지적하기 힘든 것은 자금 흐름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을 개정해 이를 유치원에 준용하고 있지만, 사립유치원들이 ‘개인사업자’에게 행정기관이 사용하는 시스템 적용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사립유치원 4282곳 중 87.0%인 3724곳이 법인이 아니라 개인의 사업으로 운영 중이다. 사립학교의 경우는 재단에서 투자와 운영을 책임지지만 사립 유치원은 개인투자로 운영된다. 다만 유치원교육의 공교육성을 담보 받아 국고를 매년 2조원 이상 지원받고 있어 국가의 회계감독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개인사업이라는 빌미로 이를 거부한다는 것은 고쳐야 할 일이다.


유치원은 엄연한 공교육기관인데 교육의 주체이자 학습자인 어린이는 거의 잊히거나 방치되고 있다. 또 시설과 급식에 과도한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도 교육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일이다. 인간의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 영유아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현대사회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부모의 역할과 가정의 교육적 기능이 쇠퇴하면서 유치원은 ‘제2의 가정학교’로 자리 잡아 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치원교육은 인성을 바로 잡아주는 제 활동을 생활속에서 터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유치원교육은 인성발달보다는 지식과 외국어교육 및 성인문화를 닮은 연예활동에 치중하고 각종 경연대회에 출전해 아이들을힘들게 하며 이를 홍보자료로 삼고 있다. 민주시민으로서의 공공정신, 개성의 존중과 발양, 문화예술적 소양의 함양이라는 다양한 가치교육은 매몰되고 있어 과도한 비교육적 경쟁과 비효율이 나타나고 있다.


유치원교육은 미래지향적이어야

유치원교육은 국가미래의 시금석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우리네 삶을 바꿔놓고 있다. 정보화와 지식혁명단계를 지나 이른바 초지능(超知能) 사회가 도래하여 지식습득의 방식이 변했고 인간노동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의 머리와 판단까지 대신함으로써 일자리가 사라지고 모든 조직에서 사람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그리고 대기업이 블록체인을 기본으로 하는 플랫폼기업에 밀려 추락하는 경제판도가 일상화되고, 소수 전문가집단의 판단에 따라 조직을 이끌어나가던 조직체가 군중(crowd)의 집단지정(集團知情)으로 이끌려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과 사물을 관찰하고 폭넓게 사고하는 상상력과 인간 본성의 힘을 키우는 감성 그리고 새로움에 도전하는 창의력을 함양하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워주는 일이다. 그런데 유치원을 상급학교 입시를 위한 예비학교로 오인한 학부모와 여기에 영합하는 유치원 경영진이 지식 쌓기와 사이비 영재 교육에 몰두하고 불필요한 경쟁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정부대응은 유아교육 공교육화
지난 10월 25일 교육부가 발표한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일방적 폐원 통보 및 집단 휴업 등으로부터 유아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다양한 시스템과 제도 정비 ② 2019년 1천개 학급 확대를 시작으로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마련 

③ 유치원 감사결과를 투명하게 공개 ④ 모든 유치원에 2020년까지 국가회계관리시스템 전면 의무화.


이에 대한 여론은 일단 호의적이다.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없는세상’은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조기 달성, 에듀파인 의무적용, 지원금의 보조금 전환 등이 사립유치원 비리를 근절하고, 유아교육계의 뿌리 깊은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사립유치원 비용부담 완화를 위해 ‘유치원비 상한제 제도화’ 도입, 어린이집 구조개선 대책도 시급히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제 교육부는 국회 등과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이행계획과 예산확보 방안을 꼼꼼히 마련하고 지역별 형평에 맞는 유치원 수요의 파악과 건립을 추진해 교사충원계획을 치밀하게 설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돈이 없어 시설을 짓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공립유치원 확충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저출산으로 학생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오늘날 막대한 세금을 들여 국·공립유치원을 세울 필요가 있을까? 또 그로 인한 교육공무원의 증가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수반한다.


유아교육은 인지발달, 인성형성에 중요하므로 가정 같은 따뜻하고 친숙한 분위기, 개방적이고 작은 규모가 바람직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공립유치원 교육과정 운영에 교육학적인 배려가 있어야 하고 사립유치원은 나름의 특색을 살려 다양성 있는 교육 경험을 체득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유치원 3법’ 효율성 제고로 풀어야
최근 여권에서 유치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이른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제안했는데, ‘한유총’ 등은 이를 사유재산권 침해로 몰아가고 있다. 개인재산(토지와 건물)을 들여 국가가 못했던 유아교육의 한 축을 담당해온 사립유치원의 역할은 높이 평가하나 ‘지원은 해주되 간섭하지 말라’는 식의 억지를 부리는 식은 잘못이다.


‘유아교육법개정안’은 사립유치원이 의무적으로 국가 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사용하도록 하고, 유치원이 정부보조금·지원금을 부당하게 사용한 경우 그 돈의 전부 또는 일부 반환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감사에서 비리 행위가 적발된 유치원이 징계나 중대한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름을 바꿔 다시 개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조항도 들어 있다.


‘사립학교법개정안’은 사립유치원 설립자가 유치원 원장을 겸직하거나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 또는 재산을 교육목적 외로 부정하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급식법개정안’은 부실한 급식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유치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일정 요건을 갖춘 자에게만 급식 업무를 위탁하게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유총’은 “헌법에 위배되는 제안” “일반 학교에 비해 재정적으로 취약한 유치원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아무튼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사립유치원의 투명성 강화와 비리 근절을 위한 대책을 함께 수립하고, 정책을 집행해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그동안 사유재산을 들여 공 교육의 일정 영역을 담당했던 사립유치원의 현실 등을 고려해 일부 정책은 탄력있게 조정되고 적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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