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평] “라테는 말이야” /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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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2-04 14:48:41
  • 분류 : 자유마당

[사회비평] “라테는 말이야” /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라테는 말이야(Latte is a horse).”
를 즉시 이해하지 못하면 안
타깝게도 ‘꼰대’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경험과 신
념만을 ‘절대 진리’로 생각하고, 상대
와 타협하지 않고 가르치려고만 하는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부른다.
영국 BBC는 지낸 해 9월 ‘오늘의 단
어’로 우리말 '꼰대(Kkondae)'를 선정
하면서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
이 많은 사람’이라 정의했다. ‘꼰대’에
대한 이야기에는 세대 간의 갈등이
숨어 있다. 그렇지만 모든 기성세대
가 꼰대는 아니며, 젊은이들도 기성
세대 모두를 꼰대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들이 기성세대를 ‘꼰대’로
만 생각하고, 기성세대의 경험이나
지혜로부터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
는다면 그들 역시 ‘젊은 꼰대’가 될 것
이다.
그러나 ‘한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격언이
요즘에 와서는 힘을 잃은 것도 사실
이다. 기성세대나 노인은 오래 살면
서 경험을 통해 터득한 지식이 많지
만, 생활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기성
세대가 젊은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생
각하는 지식과 실제로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지식이 다를 수 있다.
돈 탭스콧(Don Tapscott)은 디지
털 시대와 더불어 새롭게 등장한 세
대에 주목하여 젊은 세대를 ‘넷세
대’(1977~1997년생) 또는 ‘N세대’라 불
렀다. 그러나 1997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도 N세대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미국의 미래교육학자 마
크 프렌스키(Marc Prensky)는 N세대
를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라
불렀다. 디지털 원주민은 기성세대와
사용하는 말, 복장, 장신구, 스타일,
좋아하는 음악이 다를 뿐만 아니라,
본질적인 부분에서도 다르다. 이전
세대와 새로운 세대 사이에는 불연속
적인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그
원인은 20세기 마지막 10년에 발생한
디지털 기술의 발명과 보급이다.
디지털 원주민은 새로운 기술과 함
께 성장해 온 첫 번째 세대다. 그들은
컴퓨터, 비디오 게임, 디지털 음악 플
레이어, 핸드폰 등 디지털 시대의 장
난감과 기기 속에서 자랐다. 이들은
독서보다 비디오 게임이나 TV를 보
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컴퓨터 게임, 이메일, 인터넷, 스마트
폰은 그들의 삶에서 신체의 일부가
되었다. 휴대폰이 없으면 뇌의 반쪽
이 없는 것처럼 느낀다.
그들은 이전 세대와 전혀 다른 방식
으로 생각하고 정보를 처리한다.
프렌스키는 디지털 원주민 이
전 세대를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라 부른다. 이들은 아날로
그 기술과 함께 성장하다가 디지털
기술을 만나 그 세계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이들은 이메일과 컴퓨터의
문서를 프린트해서 읽는다. 그들은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로 확인한다.
디지털 원주민과 디지털 이민자는 아
주 다른 종(種)이다. 다른 종 사이에
는 갈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생각의 패턴이 다른 기성세대는 N
세대를, 기성세대가 그들의 나이였을
때보다 더 멍청하고. 컴퓨터와 인터
넷에 중독되어 사교의 기술을 잃어버
렸고, 운동이나 건강에 좋은 활동을
할 시간을 갖지 않고, 부끄러움이 없
고, 세상에서 방향을 못 잡고 표류하
고, 진로 선택을 두려워하며, 노동윤
리를 갖고 있지 않으며, 엉터리로 일
하며, 나밖에 모르는 ‘Me-generation’
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탭스콧에 따르면 디지털 원
주민인 넷세대는 적극적인 창조자이
며 협력자이고, 조직자이며, 독자이
자 작가다. 그들은 단순 관찰자의 입
장에서 벗어나 자신이 관심을 둔 일
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들은 묻
고, 모색하고, 토론하고, 논의하고,
증명하고, 비판하고, 정보를 교환한
다. 넷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더 똑
똑하고, 빠르고, 더 많이 다양성을 포
용한다.
그들은 정의(正義)와 당면한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고, 일반적으
로 학교나 직장, 커뮤니티에서 어떤
식으로든 시민 활동에 참여한다. 그
들은 선택의 자유를 중시하고, 물건
을 자신의 개성에 맞게 고쳐 쓰려 하
고, 협업에 뛰어나다. 강의가 아니라
대화를 즐기며, 성실성을 중시하고
학교와 직장에서도 즐겁게 생활하기
를 바라며, 스피드는 일상적인 것이
고, 혁신은 생활의 일부다.
누구보다도 N세대의 특성을 정확
하게 빨리 파악한 돈 탭스콧은 자신
의 딸과 아들에게 말하듯이 애정 어
린 눈으로 ‘새로운 세대를 위한 일곱
가지 지침’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① 대학에 들어가라. 고등학교 생활
보다 대학 생활이 훨씬 더 흥미롭다.
지식 경제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학력 이상을 가져야 한다.
② 직장에서 인내심을 가져라. 특히
낡고 오래된 기술과 관료적인 업무
처리 방식을 봤을 때 참아라. ③ 나쁜
제품을 사지 말라. 기업들이 성실하
게 행동하게 만들어라. 여러분은 기
업들을 감시할 수 있고, 조직적으로
집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갖
고 있다. 여러분은 기업들을 더 강하
게 만들어 줄 것이다. ④ 가족끼리 저
녁 식사를 같이 하라. 가족들이 모여
서 하는 저녁 식사는 아이들에게 가
치에 대해 말해 줄 좋은 기회다. 여러
분은 아이들의 온라인 안전과 사생활
을 지켜주고, 그들이 인생에서 균형
을 찾도록 그들과 친밀한 접촉을 해
야 한다. 헬리콥터는 양육방식이 아
니라 운송방식이 되어야 한다. ⑤ 경
험을 무시하지 말라. 여러분은 중요
한 뭔가에 있어서 권위자일지 몰라도
모든 것에 권위자는 아니다. 여러분
이 성인이 되면 가르쳐야 할 것도 많
지만 배워야 할 것도 많아진다. ⑥ ‘원
칙이 있는 중요한 삶’을 살도록 노력
하라. 여러분의 인생을 중요하게 만
들어라. 돈은 전부가 아니지만 부자
가 되도록 노력하라. 커뮤니티 속에
서 일하라. ⑦ 성인들이 여러분 세대
를 비판하더라도 그런 비판을 개인적
으로 받아들이지 말라. 여러분은 역
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다. 여러분은
최초의 글로벌 세대다. 여러분의 가
까이엔 더 좋은 세상이 존재한다. 손
을 뻗어서 그것을 붙잡고, 더 좋은 세
상을 만들어라.
이런 지침은 N세대뿐만 아니라 기
성세대가 젊은 세대였을 때도 동일하
게 따랐어야 할 지침이다. 세상이 아
무리 변해도 인간사에서 변하지 않는
원칙은 존재한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에게 과거를 존중하는 법뿐 아니
라, 미래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를 알려주어야 한다. 또한 기성세대
도 급변하는 세상과 그 세상에서 새
로운 방식으로 살아가는 젊은 세대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이해하
고, 받아들이려는 열린 마음을 가져
야 한다.
젊든, 나이가 들었든, 이 시대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서로 적대시
하고 배척해야 할 이방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역사의 동반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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