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오징어게임 열풍과 한국의 방송 OTT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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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10-29 15:08:18
  • 분류 : 자유마당

드라마 오징어게임 열풍과 한국의 방송 OTT 산업

넷플릭스, 디즈니 등 공룡 OTT의 공세와 토종 OTT의 역차별

 

김동하(한성대학교 자율교양학부 교수)

 

 

강남 스타일’, ‘기생충’, ‘BTS’, ‘오징어게임’. 전 세계 사람들을 한국이 만든 문화 콘텐츠로 안내하는 걸작’, 이른바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들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 대중문화 시장에서 영미권 외 콘텐츠가 이렇게 사랑받는 새로운 역사를, 한국이라는 아시아의 반도국가에서 주도적으로 써 내려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과거 언제, 어디서, 누가 이런 지금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열풍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고 미묘하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고. 오징어게임을 만든 건 한국 기업과 한국 사람들인데,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거둔 건 OTT 플랫폼 기업 넷플릭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10년 넘게 외면받던 창의적이고 도발적인 시나리오를 채택, 기회를 제공한 건 분명 넷플릭스다. 하지만 253억 원이라는 제작비만 주고 수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흥행의 모든 이익은 넷플릭스만이 가져가는 넷플릭스식 게임의 룰을 두고는 착취 논란까지 불거진다.

K팝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K영화, K드라마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시장에서 찾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러브콜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넷플릭스뿐 아니라 디즈니 플러스, HBO MAX, 애플TV 등 세계 최대 공룡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OTT들도 속속 상륙하면서, 한국의 콘텐츠를 주무기로 싣고 있다. 과연 한국의 방송사와 토종 OTT는 안방을 지켜낼 수 있을까.

 

한국이 만든 오징어게임, 돈은 넷플릭스가

이제는 인기나 열풍이라는 말이 식상할 정도.

‘#SquidGame(오징어게임)’은 하나의 콘텐츠를 넘어 글로벌한 문화현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게임과 결합한 드라마 시리즈이기 때문일까. 음악에나 성행하던 패러디리액션들이 넘쳐난다. 컨셉, 스토리, 사건은 물론이고 의상, 소품, 먹거리(달고나, 라면땅) 등을 재해석하고 게임으로 챌린지하는 현상이 국경 없이 펼쳐지고 있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유명인이나 지인의 모습을 합성한 영상들도 밈(MEME)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한 방송사가 오징어게임의 승리라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따라 했다가 중국 내부에서도 비난을 받고 사과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한국 제작사가 한국 감독과 한국 배우, 한국 스태프로 한국에서 만들었지만, ‘오징어게임의 공식적인 모든 권리(Master Right)는 미국 기업 넷플릭스가 갖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콘텐츠의 경우, 일반적으로 제작비용의 5~10% 정도의 마진을 제작사에 주고 콘텐츠 IP(Intellectual property)의 전부를 넷플릭스가 갖는 일종의 통 큰 매절계약을 맺는다.

지난달 13일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이 창립 이래 가장 많은 시청자 수를 기록한 역대 최고 흥행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오징어게임은 지난 917일 개봉 이후 4주간 전 세계 약 14200만 가구가 시청했고, 미국을 포함한 94개국에서 시청 순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의 기존 최고 흥행작은 오징어게임 편당 제작비에 비해 약 3.5배에 달하는 제작비가 투입된 브리저튼으로, 28일 만에 전 세계 8200만 명이 시청한 기록을 갖고 있었다. 오징어게임은 단 17일 만에 11000만 명의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며 새 역사를 썼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시청자가 오징어게임을 시청한 시간이 무려 14억 시간이며, ‘오징어게임의 경제적 효과는 9억 달러(160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오징어게임개봉 이후로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와 주가는 크게 올랐다. 넷플릭스는 3분기에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438만 명의 신규가입자를 모았고, 분기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100% 가까이 늘었다. 오징어게임 런칭 후 1개월 넘는 동안 주가는 10% 넘게 꾸준히 오르며 사상 최고가로 치솟았다. 1021일 현재 넷플릭스의 기업가치는 282000억 원 수준, 3조 원 가까운 기업가치가 오징어게임과 함께 늘어났다는 의미다.

 

글로벌 공룡 OTT, 콘텐츠 쩐의 전쟁

올 들어 주목할 현상은 한국이 글로벌 OTT 플랫폼들의 서비스경쟁뿐 아니라, 콘텐츠를 한국에서 수급하는 제작의 격전지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콘텐츠 제작에 쏟아붓는 자금 규모는 역대급 쩐의 전쟁이라 할 만큼 치열하다.

가장 앞서 한국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넷플릭스는 최근 5년간 한국 콘텐츠에 7700억 원을 투자했고, 올 한해만 55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외에도, ‘킹덤시리즈, ‘스위트홈’, ‘D.P.’, ‘마이 네임등의 드라마 시리즈에 전액을 투자했다. ‘인간수업’, ‘무브 투 헤븐’, ‘나홀로 그대’, ‘페르소나’, ‘보건교사 안은영’, ‘좋아하면 울리는’,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YG전자모두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시리즈다.

오는 11LG유플러스와 손잡고 한국에 상륙하는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그룹 디즈니의 OTT 디즈니 플러스도 500억 원 규모의 20부작 드라마 무빙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고,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일 예정이다. ‘무빙은 만화가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조인성, 한효주 등의 배우가 출연한다. 디즈니 플러스는 강다니엘 주연의 너와 나의 경찰수업과 드라마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의 신작 제로제작에도 투자해 서비스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기업 애플의 OTT 애플TV+도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의 소설 파친고원작의 드라마 제작에 약 1000억 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했다. 드라마 파친코의 주연은 한류스타 이민호, 아카데미 영화제 조연상의 윤여정이며, 연출 역시 한국계 미국인인 코고나다(한국명 박중은)와 저스틴 전(한국명 전지태)이 공동으로 맡았다. 정웅인, 정은채, 김민하 등의 한국 배우와 재미 일본인 배우 안나 사웨이, 소지 아라이, 가호 미나미 등이 참여하며 언어도 한국어, 일본어, 영어 3개 국어로 제작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애플TV+는 김지운 감독, 이선균 주연의 드라마 닥터 브레인에도 투자했다.

 

토종 OTT로 맞서는 한국의 방송, 통신, 콘텐츠 진영

글로벌 공룡 OTT의 공세에 맞서는 국내 기업들의 행보도 분주하다. 방송, 통신, 콘텐츠 진영의 키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OTT 확대에 공을 들이며 합종연횡을 계속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토종 OTT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전략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 마블을 보유한 세계 최대 디즈니와 DC코믹스, 왕좌의 게임(HBO) 등을 보유한 워너미디어 모두 자사 OTT인 디즈니 플러스, HBO MAX를 출시하면서 다른 OTT로의 콘텐츠 공급을 차단해 가고 있는 점은 분명 오리지널 콘텐츠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토종 OTT 원조 격인 CJ ENM의 티빙은 JTBC 스튜디오와 네이버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올해 초 JTBC 스튜디오와 합작법인을 만든 데 이어 네이버, 라인과 함께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CJ ENM2025년까지 5조 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을 예정이며, 올해 8000억 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해 총 2000개를, 2023년까지 약 100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해 유료 가입자를 800만 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과 MBC, KBS, SBS 지상파 방송 3사가 함께 만든 OTT 웨이브도 최근 드라마 검은 태양’, ‘원더우먼등에 직접 투자하면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웨이브는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1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KT그룹의 OTT 시즌도 2023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4000억 원 이상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카카오TV, 쿠팡플레이, 왓챠 등 여타 토종 OTT들도 한국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지만 다양한 콘텐츠 수급을 위해서는 험난한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위기의 토종 OTT, 역차별 우려도

토종 OTT들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로 무장하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글로벌 OTT 공룡들과의 쩐의 전쟁에서 자본력으로만 승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글로벌 OTT가 안방을 장악하는 가운데, 국내 OTT 진영의 역차별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방송, 통신, 콘텐츠가 융합된 OTT 산업을 육성하고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일관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OTT 산업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 원칙과 최대한의 진흥 원칙을 수립하고 범부처 컨트롤 타워를 마련했다. 하지만 방송, 통신, 콘텐츠가 융합된 OTT 산업의 관할부처는 여전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 상영관에 부과하던 영화발전기금(관람료의 3%)OTT에 부과키로 한 점도 토종 OTT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웨이브와 티빙, 왓챠 등 토종 OTT들은 관련 법제도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 징수를 강행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웨이브는 최근 국회에 의견서를 내고 제도개선과 공정경쟁 환경 조성, 최소규제원칙 유지, 저작권 이슈, OTT 특화 펀드 조성 방안 등을 요구했다.

OTT 경쟁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내 업체들이 해외 빅테크 기업에 비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공정한 경쟁 환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가 인터넷망 이용 무임승차이슈와 계약구조의 문제점이 등을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플랫폼에 대한 규제만 강화되고 있다는 시각에서다.

 

무너지는 경계창작자의 발칙한 상상을 잡아야

넷플릭스는 최근 자사 오리지널 영화를 국내 최대 극장 체인인 CGV에 먼저 개봉한다고 발표했다. ‘더 하더 데이 폴’, ‘, !’, ‘파워 오브 도그’, ‘언포기버블’, ‘신의 손’, ‘돈 룩 업6개 영화를 자사 플랫폼보다도 2주일 전에 영화관에 개봉키로 했다. 지난 8월에는 먼저 넷플릭스에 개봉했던 승리호’, ‘사냥의 시간’, ‘8일의 밤등 한국 영화 7편을 CGV가 상영하

는 특별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불과 4년여 전.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는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옥자가 동시상영을 요구하자 일제히 거부한 바 있다. 4년 전만 해도 양측이 양보할 수 없었던 홀드 백일정이, 다양한 형태의 협업으로 바뀌는 급격한 변화다. OTT로 촉발된 방송, 통신, 콘텐츠 진영의 합종연횡은 오프라인 상영관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한국의 제작 생태계를 리그로 본다면 한국 감독, 한국 배우와 같은 자원들을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에서 검증된 한국의 자원들이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와 같은 글로벌 OTT를 선호하면서 그쪽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OTT 플랫폼의 제작 및 유통 생태계엔 자원 이동에 있어서 관세형태의 개입도 없고, 축구나 야구의 소속팀에서 이전하는 이적료개념도 없다. 창작자 개인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부분도, 유럽과 달리 한국의 저작권법에는 빠진 부분이다.

얼마 전 KBS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왜 오징어게임을 못 만드는가라는 질문은 일종의 허무 개그처럼 회자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허탈한 웃음을 안겼다.

한국에서 10년간 거절당했던 오징어게임 시나리오가 넷플릭스의 품에서 탄생한 점을 볼 때, 결국 콘텐츠의 성패는 창작자의 다소 무모한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흡수하는 데 있어 보인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방송, 영화, OTT의 관행과 규제 생태계 속에서, 창작자들의 발칙한 상상은 얼마나 많이 실현될 수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창작진영의 마이너 리그를 만들어 차세대 오징어게임의 씨를 뿌려놓는 게 토종 OTT와 한국 콘텐츠의 미래를 위해서도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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