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치가 응답할 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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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5-06 16:39:18
  • 분류 : 자유마당

이제 정치가 응답할 때다

총선과 한국정치, 그리고 민주주의

 

박명호 /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슈퍼여당의 탄생과 역대급 총선 결과

 

민주당 역대급 승리와 통합당 궤멸적 패배21대 총선이다. ‘민주당 흐름이었지만 이렇게 까진 예상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지역구 의석으로만 단독과반, 더불어 그룹으로는 180, 범진보로는 190+.’ 국회선진화법은 의미 없고 개헌 말고는 모든 게 가능한 꿈의 의석이자 절대 의석이다. 민주당 수도권 의석과 미래그룹 전체의석 수가 같다는 건 완벽한 승리와 완전한 패배의 상징이다.

선거는 사람들의 개인선택을 집합적으로 표현한다. 이 때 대부분 사람들의 선택은 평가와(또는) 기대에 따른다. 지금까지 잘했으면 지지하고 그렇지 못했으면 지지를 바꾸는 게 평가다. 그래서 평가는 과거 지향적이고 평가대상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경제다. 1992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 승리에도 불구하고 대선에서 상대후보의 딱 한마디에 패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이런 이유로 대통령 임기후반의 총선에서 집권당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총선이 지금까지의 정부여당 치적에 대한 국민들의 중간평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 4년차의 2020 총선은 과거 평가 보다는 미래 기대의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예외다. “운칠복삼(運七福三)”으로 불리는 이유다. 운칠은 미래기대를 반영한 코로나 크레딧의 선거라는 뜻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대통령 지지율은 계속 상승했고 투표 직전엔 60%까지 이른다. 어떤 이유로든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는데 패할 수 있는 여당은 없다. 투표 전주 1년 몇 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한 대통령 지지율은 여당압승의 신호탄이다.

사전투표를 앞두고 대구지역 확진자 0.” ‘코로나 크레딧이 완성되면서 투표는 시작된 거다. 총선 날 이뤄진 출구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긍정평가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아가 우리가 선진국임을 자부하기에 이른다. 정부여당에 이 보다 좋은 선거의 조건은 없다. 각본을 미리 짜놓고 하려 해도 어려운 일이다.

복삼(福三)은 야당의 몫이다. 물론 그들도 그럴 계획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다.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 한다는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의 말은 대패의 근본원인이 그들 스스로에 있었다는 솔직한 인정이다. “문재인 정권에만 책임을 돌리며 심판론만 외치는 집단이자 아직도 반성 없는 정당이라 더 혼나야 한다.”는 국민심판은 유권자들에게 그들이 더 이상 대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코로나 크레딧이 완성될 즈음이자 사전투표를 전후해서 야당은 막말논란에 휩싸였다. 한 번에 단칼에 처리해도 후유증이 있을 일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사람들의 입에 더 자주 오르내린다. 덕분에 수도권 중도층은 대거 떠났다. 수도권 대패의 시작이자 야당 심판론의 확인이다. “공천중반을 넘어가면서 당 지도부의 외풍이 끝이질 않았다니 공천의 마케팅 포인트는 흐트러졌고 내부싸움만 부각되면서 이기는 공천은 무색해졌다. 미래는 사라졌고 통합도 없었으며 봉합만 남았으니 어찌 패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코로나 크레딧야당 책임론21대 총선은 한국 정당정치와 대의 민주주의에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을 길이다. 3연승(連勝)3연패(連敗) 대결의 승부, 2020년 총선은 4연승과 4연패로 마감한다. 4연승과 4연패가 주목받은 이유는 그 동안 계속 변화해온 한국정치 지형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바로 진보우위 균열구조다. 이번 총선 비례대표 득표율을 비교하면 범진보 52.2% vs. 범보수 41.5%. 10% 포인트 전후의 차이다. 지역구 득표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49.9% (14345425) vs. 미래통합당 41.5%(11915277). 지역구 득표 8% 포인트 차이가 더블 스코어의 의석수로 현실화되었을 뿐이다. 결국 정당투표든 지역구 투표든 10% 내외로 진보가 우위라는 말이다.

 

 

 

지난 총선과 비교하면 이와 같은 진보우위로의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2012년 총선 비례대표 득표율을 보면 범진보 48.% vs. 범보수 48.2%였고 2016년 총선에서는 범진보 32.7% vs. 범보수 33.5%(새누리당)였다. 8년 전 총선과 4년 전 총선에서 비슷한 분포였던 진보-보수균형이 진보우위로 바뀐 거다. 한마디로 보수가 더 이상 주류는 아니라는 말이다.

진보우위 정치지형은 세대변화의 다른 표현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2050 세대와 60+ 세대의 대결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인구 73% vs. 27%의 대결이다. 예를 들면 총선 전날 조사 자료에는 정부 지원론정부 견제론20대에서 42% vs. 39%, 30대에서 64% vs. 25%, 40대에서 60% vs. 35% 그리고 50대에서 56% vs. 34%였다. 60+세대에서는 32% vs. 54%2050 세대와 정확하게 반대였다.

특히 50대의 반전이 결정적이다. 50대의 변신은 4년 전 2016년 총선과 대비된다. 2016년 총선 당시 50대의 52%는 보수여당을 지지했다. 27%는 야당을 지지했다. 4년이지나 옛 “386 세대50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4년 전 40대 후반 일부와 50대 초반 일부였던 이 세대가 이번 총선에서 글자 그대로 “586 세대가 되었다.

문제는 다음 선거로 가면서 진보노인이 계속 늘어난다는 점이다. 지금 3040 세대의 압도적 지지와 현재 50대의 60+ 세대로의 편입이다. 여기에 2010년 이후 계속되는 젊은 층 중심의 투표율 상승은 진보우위 정치지형의 지속과 강화를 의미할 수 있다. 28년 만의 최고였던 이번 총선 투표율도 최근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총선 투표율의 연속선상에 있다. 그래서 나오는 게 “1.5당 체제진입론이다. 진보우위 정치지형의 완성이자 지속이라는 말이다.

 

 

정당정치와 관련된 또 하나의 포인트는 지역주의의 변화. 물론 겉으로 드러난 의석수의 선거결과는 지역주의의 강화 또는 양극화된 정치로의 회귀. 이번 총선결과를 보면 영남과 호남에서 지배정당이 의석을 싹쓸이했거나 아니면 지난 총선에서 그들이 얻었던 의석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착시현상이다. 더불어그룹 180vs. 미래그룹 103석의 밑바탕에는 49.9% (14345425) vs. 41.5%(11915277)가 있다. 지역구 득표 8% 포인트 차이가 더블 스코어의 의석수 나타난 맥락과 같다. 의석수가 아닌 득표율로 보면 영남 지역주의는 완화되는 중이다.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을 보자. 부산에서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26%를 얻었지만 이번엔 28.4%를 얻었다. 열린민주당까지 포함하면 33%로 더불어시민당 전국 득표율과 비슷하다. 여기에 정의당까지 포함하면 범진보 40%로 미래한국당 43.7%와 박빙이다. 울산·경북·경남의 득표율 역시 4년 전보다 올랐다.

지역구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은 선전했고 득표율은 과거보다 높아졌다. 20대 총선 때 부산에서 40% 이상 득표한 민주당 후보는 8명이었지만 이번 총선에선 16, 두 배가 되었다. 대구에서도 12개 선거구 중 20% 이상을 득표한 민주당 후보는 지난 선거 때 4명에서 11명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대구 선거구 중 절반밖에 공천하지 못했지만 이번엔 전 선거구에 후보를 냈다.

 

 

 

한국정치 균열구조와 정당정치의 변화와 지속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몇 가지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문제해결과 성과창출의 정치. 대통령은 선거 후 국민들께서 선거를 통해 보여 주신 것은 간절함이라며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겠다. 결코 자만하지 않고 더 겸허하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한다. 사람들의 간절함은 대통령과 여당, 그리고 그들이 주도할 향후 한국정치에 충분한 기회와 시간, 그리고 환경을 준 선거결과로 표현된다. 따라서 한국정치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고 세계적 위기에 대처할 책임을 맡는다.

둘째, ‘협치의 정치. 정치적 선언이나 일회성 보여주기나 구색 갖추기의 협치가 아니라 내실 있는 협치여야 하고 제도화되는 협치여야 한다. 의장출신 총리의 임명은 내각과 국회협치의 출발점으로 총리의 국회 추천제도 청와대와 여당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 출발은 야권출신 전현직 의원의 내각참여부터인데 권력의 진정성이 필수조건이다.

셋째, 의회정치의 정상화다. “위장 교섭단체논란은 교섭단체중심 국회운영의 관행과 국회법에 따라 불가피한 현상이다. 정당 조직원으로서의 국회의원과 개별적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의 역할충돌은 언제나 정당 집단주의의 승리였다. 그래서 대립과 교착의 의회정치는 불가피했다. 정부여당과 야당의 대결이다. 이젠 대립적 역할의 균형을 통한 정상화된 의회정치를 지향해야

넷째, 미래를 위한 정치개혁과 개헌의 정치여야 한다. 당장 왜곡되고 누더기가 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선거제도에 대한 긴 호흡의 검토와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 역대 최장이었던 48.1cm의 투표용지와 37개 정당 중 30개가 3% 득표를 하지 못하고, 0.0% 득표정당도 15개나 되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 나아가 선거제도 논의에 국한시키지 말고 정부형태와의 제도적 정합성과 우리의 정치적 경험과 배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개헌논의다.

이러한 과제를 완수하느냐의 승부는 여당역할에서 갈린다. “문재인 청와대당 압도의 욕심을 경계하면서도 여당과 국회의 자율성을 조화시키는 여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당으로서의 정파적 이익과 3권 분립의 견제와 균형의 국회라는 대한민국 공동체의 이익이 같아지게 하되 만약 양자가 어쩔 수 없이 충돌한다면 후자를 우선할 수 있는 여당이어야 한다.

코로나 사태는 세계적으로 최소 50개 지역 이상에서 각종 선거를 연기시켰다. 미국에선 대선후보경선이 연기되었고 프랑스는 2차 결선투표를 미뤘으며 폴란드는 5월 대선의 투표방식을 바꿨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주목한 가운데 정상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것도 역대급 투표율를 기록했다. 예정대로 진행된 선거에서 투표율이 대부분 떨어진 사례와 대비된다.

시민의 힘이다. 유권자들은 선거를 통해 국가 전체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믿었고 따라서 선거에서 내 한 표는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투표에 적극 참여했다. 코로나 혼란과 혼돈의 시대에서 정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준 거다. 이젠 정치가 응답할 때다.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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