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3ㆍ4세 오너 경영시대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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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12-01 16:40:06
  • 분류 : 자유마당

4대그룹 3·4세 오너 경영시대 본격화

勝於父실현하라재계 뉴리더 키워드?

 정태선(뉴스핌 공공정책부장)

 

삼성을 비롯한 현대차, LG, SK 국내 4대 그룹이 모두 40~50대 젊은 오너 체제 진용을 갖추며 재계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부회장의 3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국내 4대 그룹 모두 3·4세 시대가 시작됐다. 재계에서는 오직 성장을 목표로 치열한 경쟁을 펼쳐온 창업주나 2세대와 달리 실리와 합리를 추구하며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경영스타일로 성장을 모색하는 3·4세 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맞물린 연말 재계 인사 트렌드 역시 오너 경영이다.


3·4세대 오너들이 속속 자기 진용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혁신과 실용을 강조하는 젊은 오너들의 과감한 리더십이 빛을 발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이 선대업적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재계 리더로 자리매김하며, 새로운 동력을 찾아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삼성, 미래 신산업 과감한 투자 M&A사법리스크 난제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한다)’라는 말처럼 이건희 회장은 부친인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어깨 너머로 경영을 배웠음에도 부친을 능가하는 업적을 이뤘습니다. 이 회장 어깨 너머로 배운 이재용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입니다.”


50년 지기인 김필규 전 회장은 고인과의 추억을 이렇게 전했다. 재계의 거인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은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1025일 비공개로 진행됐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영결식에선 이수빈 고문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고인의 삶을 회고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지킨 이재용 부회장은 내내 굳은 표정이었고, 이부진 사장은 눈물을 보였다. 장례식장을 나선 운구 행렬은 이 회장의 한남동 자택과 리움미술관을 돌았고, 사재까지 들이며 애착을 보였던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선 직원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면서 시대를 풍미했던 한 영웅의 시대가 저물고, 재계에서는 3·4세 경영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삼성은 27년 동안 기업을 이끌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로 장남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대를 개막했다. 올해 만 52세인 이 부회장은 20145월 부친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사실상 그룹의 경영을 진두지휘했고,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의 총수로 인정받았다. 이 부회장은 회장직함만 없을 뿐 이미 삼성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직함을 모두 내려놓고 CEO가 돼도 삼성의 중심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를 맞은 삼성그룹은 최고 분야는 유지하고, 신사업은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18년에 발표한 4대 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바이오, 전장 부품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모두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을 확보한 IT를 기반으로 진화시켜나갈 수 있는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초격차전략과 과감한 투자로 1992D램시장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선 뒤 30년 가까이 D램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 미래 먹거리로 꼽는 것은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다. 시스템 반도체는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인공지능(AI) 관련 필수 부품이다. 앞서 삼성은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모두 133조 원을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73조 원, 생산 인프라에 60조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M&A와 사업 재편을 통해 회사의 성장 보폭을 넓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를 둘러 싼 걸림돌은 사법 리스크. 실제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뇌물 혐의로 시작된 재판은 4년이 넘도록 현재 진행형이고, 여기에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은 이제 막 시작됐다. 삼성그룹의 경영권승계와 국정농단 사건재판 등이 위험요인이다.

 

현대차, 스마트모빌리티 혁신 가속화지배구조 개편해야

인류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해 고객에게 새로운 이동경험을 실현시키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014새로운 여정의 시작’(Start of a New Chapter)’이란 제목의 취임사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 대신 만 50세의 나이로 그룹의 공식회장으로 취임해 3세 경영의 막을 올렸다.


1970년생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룹 회장과 총수 자리에 오르게 되면서 그 동안 추진해 온 조직문화 쇄신과 미래 모빌리티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그룹의 혁신 지향점을 고객을 필두로 한 인류, 미래, 나눔등으로 제시하고, ‘자율주행, 전기차, 수소차등을 키워드로 언급했다. 자본시장과 소통도 강조했다. 그는 자본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협력업체를 비롯한 사회와 다양한 이웃,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적 책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정몽구(82) 명예회장이 21년여전 취임 때 현대자동차를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발전시키겠다. 기술수준을 높여 국제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품질 낮은 현대차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지상과제였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은 이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회사로 그룹의 사업영역과 정체성 변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때 쇳물에서부터 자동차까지수직계열화를 완성하고,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 알짜 회사를 품으며 외형성장을 했다면, 그의 비전은 미래모빌리티(모든 움직이는 수단) 전동화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키우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모빌리티 환승 거점(Hub) 등의 개념을 통해 단순히 도로 위를 다니는 자동차가 아니라 하늘과 지상에서 모두 이동하는 장치와 이들을 연결하는 거점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내부 인사도 깊숙이 진행되고 있다. 기존 정몽구 명예회장과 동고동락했던 소위 가신그룹2선으로 후퇴하고 있다. 2019년엔 우유철 부회장이 전격퇴임 했고, 1월에는 윤여철 그룹 부회장이 국내생산담당을 내려놓고 노무담당만 전담하게 됐다. 작년말 단행된 임원인사를 보면 상무승진자 평균 연령이 43.4세로 매우 낮아졌다. 정회장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인재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올 연말 인사에서도 이러한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그는 자율복장부터 유연근무, 직급체계 단순화, 수시인사·상시채용 등 미래 지향적인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또 있다. 우선 그룹 경영을 총괄하게 된 만큼 그 동안 묵혀둔 지배구조개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서울 삼성동에 짓고 있는 현대차그룹 사옥 GBC 완공도 난제 중 하나다. 사업적으론 중국시장 회복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글로벌 감각·혁신적 사고로 무장뉴리더 역할 찾아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5월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룹 총수에 올라 4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구 회장은 올해 만 42세로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젊다. 구광모 회장의 LG그룹은 고 구본무 회장이 마련한 단단한 토양 아래 전장과 배터리 사업이라는 뿌리를 내리는 중이다. LG전자는 2018년 오스트리아 전장 조명 업체 ZKW11억 유로(14600억 원)에 인수하며 전장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LG화학은 최근 배터리 사업을 분사하겠다고 밝히며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돈 안 되는 사업은 과감히 접고 있다. 구 회장 취임 후 LG그룹이 과거보다 과감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취임 이후 LG전자는 연료전지와 수처리 사업을 청산했다. LG화학은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을 중국 기업에 13000억 원에 매각했고, LG유플러스는 전자결제(PG)사업을 3560억 원에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에 팔았다. 구 회장은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내치며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 대그룹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인 1998년 회장에 취임했다. SK그룹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과 부친인 최종현 회장에 이은 3대 회장으로 엄밀히 따지면 2세대 경영인으로 분류되지만 4대 그룹 총수 중 최연장자(60)로서 이들의 활발한 교류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최근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ESG)’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ESG가 기업 경영의 새로운 규칙이며, 이를 측정·표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단순히 경제적 가치만 따지는 게 아니라 사회와 더불어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이 경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SK텔레콤이 통신업을 벗어나 플랫폼 미디어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하는 것도 이런 최 회장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40·50세대에 속하는 이들 네 사람의 공통점은 수십 년간 경영수업을 착실히 받았다는 점이다. 현재 4대 그룹 총수들은 선대와는 다른 경영스타일을 보여준다. 이전 세대에선 성장을 중심에 두고 경쟁을 벌이면서 갈등을 빚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1990년대 자동차사업을 두고 삼성과 현대차가 벌인 신경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후발주자인 삼성은 현대차 출신 인재를 적극 영입했고 1997년엔 기아자동차 인수를 놓고 현대차와 경쟁하는 등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현재 관계는 다르다. 최근 이건희 회장의 빈소에 이재용 부회장이 현대차 팰리세이드를 직접 운전하고 나타났다. 가족만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던 영결식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참석해 이 부회장을 위로하는 등 남다른 우정을 과시했다. 이 부회장과 정 회장 외 4대 그룹 총수들은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9월 초에도 서울 시내 모처에서 4인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등 친목을 다졌다. 단순한 식사를 넘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위기극복 방안을 비롯해 경제계 현안 등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발굴은 가장 중요한 과제다. 삼성전자는 바이오, 인공지능(AI), 5·6세대 이동통신(5G·6G), 비메모리 반도체와 전장을 키울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친환경차·모빌리티·수소경제를, SK그룹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를 정조준하고 있다. LG그룹은 배터리·전장·로봇 등을 개척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과 궤를 같이하며 기업기반을 다진 것은 1세 경영인 즉, 창업주들이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대거 등장한 오너 2세들은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로 기업가치를 크게 높였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초일류기업이 탄생한 것도 2세 경영인들의 성과다.

3·4세 경영에 접어드는 현재 상황은 정부 주도로 신사업을 발굴했던 20세기와 다르다. 단기적인 경영은 임원들에게 위임하고, 5~10년 뒤 미래 먹거리를 고민해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현재 한국경제를 먹여 살리고 있는 중요한 신사업을 발굴하고 개척한 일은 고 이건희 회장의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꼽힌다. 디지털모바일 시대 등 빠르게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총수, 임원이 젊어지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이다. 세대교체를 한 주요 그룹들의 혁신과 미래먹거리 산업에 대한 도전 경쟁이 더욱 두드러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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