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와 침체의 충격파로 세계경제 위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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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5-06 16:39:55
  • 분류 : 자유마당

봉쇄와 침체의 충격파로 세계경제 위축 불가피

미디어, 통신, 식음료는 언택트 경제 시대 호황 맞아

 

 

김동하 / 한성대 교수

 

 

코로나19가 인류를 위협한 지도 4개월이 지났다. 생명, 건강에 대한 위협은 인류 공동의 노력으로 속도를 늦출 수 있었지만, 경제에 대한 위협은 그 어느 위기 때보다 크고 빠르게 점증하고 있다.

인류는 코로나19라는 치명적 변종 바이러스 앞에서 너무나 무기력한 모습이다. 봉쇄, 폐쇄, 거리두기 등 확산속도를 늦추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경제 침체라는 어쩔 수 없는 모순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의 교훈은 전 세계 정부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응으로 이어졌고,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사실상 현금살포성격의 이 같은 세계의 움직임은 디플레이션과 하이퍼인플레이션 사이에서 거대한 줄다리기를 하는 극단의 모순으로 경제를 내몰고 있다.

 

코로나19가 만든 극단의 시대

 

코로나19가 불러일으킨 혼돈의 세계 경제, 그 영향과 충격은 어떠한 모습일까.

그야말로 극단의 시대다.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와 물가가 극으로 치솟는 하이퍼인플레이션 우려가 함께 공존한다. 미국에서 사상 최대 실업자가 발생하고, 사상 최대 무제한 양적 완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실물경제 침체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금융시장 전망은 최악과 V자 회복으로 엇갈린다. 언론, 미디어, SNS, 유튜브 등에서 호언장담하는 전문가들이 넘쳐나지만, 그들의 극단성만큼이나 시장의 변동성은 높다.

디플레이션과 하이퍼인플레이션 모두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국제유가 폭락 등이 징후로 여겨지는 디플레이션의 경우, 생산과 소비 모두 위축을 불러온다. 물건을 만들어도 팔 때 가격이 떨어져 있으니 만들면 손해고, 사는 사람 역시 기다리면 싸지는데 당장 소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현지시간) WTI원유 5월물은 37.63달러라는 상상도 못할 가격으로 떨어졌다.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만기일 당일, 트레이더들이 웃돈을 주면서 석유를 넘겼다는 얘기다. 코로나19 탓에 항공, 정유 등 석유 수요가 급감했고, 공짜는 물론이고 보관료만큼도 투자할 가치가 없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동시에 하이퍼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건 헬리콥터 달러 살포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달러와 현금이 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 보유는 쓰레기라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회장의 말처럼, 현금이 늘어나는데 투자하지 않고 현금만을 보유하고 있는 건 위험한 일이다.

위기를 맞은 미국이 제로금리에 이어 23000억 달러를 공급하겠다고 밝히자, 전 세계 각국, 특히 현금발행에 보수적이던 독일과 유럽마저도 비슷한 정책을 취하고 있다. 늘어난 돈이 경제회복을 위한 생산활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자산가격만 급격하게 치솟는 하이퍼인플레이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IMF가 예상한 거대한 충격

 

지난 414IMF가 세계경제 성장률(World output) 추정치를 발표했다. 온전한 보고서가 아닌 초안이었지만, 내용은 '거대한 봉쇄:The great lockdown'이라는 제목만큼이나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IMF는 전세계 경제가 올해 -3%라는 최악의 침체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가 없던 기존 전망치는 2.9%상승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6%p 넘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월만 해도 OECD는 올해 세계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했지만, 규모는 0.1% 수준(기존 2.5%)이었다. 지난 2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 역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1.9%(기존 2.5%)로 추정했지만, IMF는 그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강력한 침체를 예고했다.

1933년 대공황 때나 있었던 이 같은 마이너스 성장은 현 시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사상 초유의 일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09-0.075%를 기록하긴 했었지만 -3%는 주춤한 정도가 아닌 거대한 뒷걸음질이다. IMF는 선진국과 개도국이라는 대분류 모두 예외가 없는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6.1%, 중국, 인도, 한국을 포함한 개도국은 1% 성장으로 추정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중국·일본 3국의 성장률 감소가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 5%p 넘는 성장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2.0%에서 -3.3%, 중국을 5.9%에서 1.6%, 일본은 0.4%에서 2.7%로 낮췄는데, 한경연은 이를 바탕으로 한국경제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미국 2.0%p, 중국 1.9%p, 일본 1.5%p 순으로 각각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릴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은 지난 3월부터 모간스탠리를 시작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예상했다. 피치는 4월 들어 한국 경제성장률을 0.2%(기존 2%)로 낮췄고, 1.6% 성장을 예측했던 노무라는 가장 나쁜 -6.7%의 역성장을 예상했다.

 

봉쇄와 침체의 모순 심화

 

코로나19가 몰고 온 '봉쇄''침체'의 모순은 경제분야에서 심화되고 있다. 봉쇄가 코로나19 확산을 줄일 수는 있지만,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월말 OECD는 봉쇄 조치가 1 개월 지속될 때마다 연간 GDP 성장률이 2% 포인트씩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인 어니스트앤영(EY)은 지난 46코로나19 산업별 영향 및 전망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실물경제의 위축뿐 아니라 저유가로 인한 리스크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퍼펙트 스톰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EY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금융에서 실물로 번지는 2단계의 위기였다면, 코로나19의 위기는 바이러스가 실물위기에서 금융위기로, 더 나아가 퍼펙트 스톰으로 번져 나가는 4단계의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경기가 V자 회복을 했던 과거 금융위기와 달리, 올해 4분기 이후로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U자형 회복의 가능성이 높으며, 앞으로 산업 전반에 걸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금융위기의 악영향은 부동산, 건설, 금융업 및 금융사에 의존도 높은 기업에 국한됐고,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의 재정 확대, 금리 인하 등 양적완화(QE) 조치를 통해 조기에 진화될 수 있었다. 현 시점에도 미국과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을 목표로 대규모 양적완화를 진행 중이나,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붕괴되면서 충격파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망자 1위로 올라선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의 산업생산지표는 74년 만에 최악으로 떨어졌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막론하고 세계 곳곳에서 생산의 위기, 고용의 위기, 신용의 위기, 부동산의 위기로 이어지는 연쇄충격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산업별 명암 뚜렷’... 언택트 주목

 

코로나19 시대 대부분의 업종이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언택트로 대표되는 일부 통신, 식음료, 미디어게임 등의 업종은 호황을 맞고 있다. 한 예로 미국 최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아마존은 최근 2개월간 주문과 서버매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18만 명의 신규직원을 고용한다고 발표했고, 주가 역시 급락장에서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세계 최대 OTT업체 넷플릭스 역시 가입자가 크게 늘며 사상 최고 주가로 올라섰다. 쇼핑, 엔터테인먼트 뿐 아니라 식사도 집에서 해결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국내 신선식품 온라인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00% 넘게 증가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EY가 제시한 업종별 위험도는 0~5를 기준으로 호스피텔리티, 패션뷰티가 5로 가장 높았고, 자동차와 건설EPC, 유통이 4.0, 휴대폰가전과 모빌리티가 3.8, 화학 3.3의 순으로 위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통신업종은 1.3으로 가장 위험이 낮았고, 미디어게임 2.0 반도체 2.3, 식음료 2.8의 순으로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KB경영연구소는 최근 자료를 통해 코로나19로 유통, 음식료 업종의 성장을, 건설과 해운업종의 위축을 전망했다.

KB경영연구소는 코로나19 사태로 신용평가사들이 건설업종에 대해 불확실성을 경고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해운업종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5월 컨테이너 화물 운송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알 수 없는 미래, 한국엔 제조업의 기회가

 

전 세계가 돈을 살포하고 있지만, 돈은 경제가 돌지 않으면 아무리 풀어도 소용이 없다. 생산과 소비가 활발하지 않으면, 화폐승수라 불리는 화폐의 회전속도가 줄어들면서 돈과 신용의 규모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전 세계 정부는 위축된 시장에 당근을 주고, 과열된 시장에는 당근을 뺏는 냉온탕정책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조치를 취한다던 미국 연준이 최근 시장이 회복되자 밑장빼기식으로 자산 매입을 축소한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도 시장과 각국 정부와 시장은 첨예한 줄다리기를 할 것이고,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시장의 대가들 역시 예측이 엇갈리는 건 마찬가지다. 워런 버핏과 함께 버크셔 해셔웨이를 이끄는 찰리 멍거 회장은 최근 금융위기 때처럼 주식매입에 나서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워런버핏이 존중하는 투자자 하워드 막스는 투자를 하지 않아서 기회를 잃는 것보다는 조심스럽게 투자에 나서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경제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건 있다. 치료제, 백신, 집단면역, 계절독감식 변이 등 어떠한 경우를 고려하더라도 코로나19 자체의 위기가 앞으로 2년 이상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상 가장 늦은 해결책이라 할 수 있는 백신개발 역시 늦어도 내년이면 임상을 거쳐 가능해질 것이다. 올해 침체의 골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내년 2021년 경제는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한 가지 더. 지금의 위기는 한국이 제조업 강국의 특혜를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과정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 못지않게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투명하고 민주적이고 신뢰할 수 있다는 국제적 평판을 얻은 것은 큰 자산이다. 메이드인 코리아가 메이드인 차이나와의 격차를 넓히고, 메이드인 재팬을 넘어설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짜임새 있는 제조업 기반을 가진 한국은 든든하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의 미래는 제조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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