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미 정상회담 이후의 한반도–북한 핵·미사일 대응

  • No : 1759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7-07-31 16:08:27

북핵 해결 주도…

새 정부 대북 정책 비전과 걸림돌

과거와 달라진 상황,

‘대화와 제재’ ‘핵 동결 입구론’ 효과 발휘할까?

김근식 | 경남대 교수, 정치학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충분히 높이 사지만 핵문제의 당사자인 북한은 꼼짝도 하지 않을 태세여서 과거와 다른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대북전략의 고민이 필요하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현지시각)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전문가 초청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지난 7월 초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와 한·미 정상회담은 무난한 평가를 받고 있다. 탄핵 정국 이후 한·미 정상외교의 공백을 메우고 동맹간 신뢰를 확인했다는 점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대화 추진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 동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성과임이 분명하다. 물론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방위비 분담금 압박이라는 청구서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에서 우리의 주도권을 확인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통령의 표현대로 드디어 우리가 ‘운전석’에 앉았는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도권을 확보한 우리가 실제로 한반도 정세에서 긍정적 성과를 낼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오래 전부터 미국 정부가 일관되게 동의해온 일반론이자 원칙이었다. 남북대화 지지 역시 미국 정부가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는 포괄적 원칙이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FTA 재협상과 방위비 인상이라는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얻어낸 한반도의 ‘운전석’이 실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비싼 대가만 지불한 립서비스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한·미 공동성명에도 ‘올바른 조건하에서’(under right condition) 남북대화를 지지한다고 조건을 걸어놓은 트럼프 행정부다.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한국 정부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권을 한번 맡겨보는 것이라면 향후 북핵 해결 진전이라는 실제적 성과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북핵 문제는 다시 미국 주도의 압박과 제재로 회귀할 것이고 우리의 한반도 영향력은 약화될 우려마저 존재한다. 결국 운전석을 차지한 문재인 정부가 북핵 문제를 희망대로 진전시켜낼 수 있을지가 관건인 셈이다.


북한 핵보유 고집, ‘핵 동결 입구론’ 난항 예상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미국에게서 운전석을 찾아왔지만 정작 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을 지는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핵동결 입구론만 해도 생각처럼 만만한 게 아니다.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중단(moratorium)을 선언하고 영변 등의 핵시설을 검증가능하게 동결하는 대가로 우리도 북에게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대안으로 거론되었던 한·미 군사훈련 축소와 폐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불가하다고 못을 박았다. 북한과 중국이 최소한으로 요구하는 군사훈련 축소·중단이 불가능한 것으로 전제한 상태에서 북의 핵동결을 이끌어낼 방법은 사실상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핵동결을 입구로 해서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그 출구는 비핵화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의 조건에서 아무 대가 없이 북한이 스스로 핵동결에 나설 리는 만무하다. 입구조차 열기 힘든 상황 이다. 운전석은 잡았지만 자동차를 출발하기 어려운 셈이다.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는 충분히 높이 사야 하지만 핵문제의 당사자인 북한은 꿈쩍도 하지 않을 태세다.

김정은의 핵전략은 협상보다 핵보유 자체를 우선의 목표로 하고 있다. 협상에 목을 매는 게 아니라 협상이 없는 동안 오히려 핵능력 고도화와 사실상의 핵보유국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이다. 대북 제재에 중국이 동참하는 것에 대해서도 로동신문 공식논평을 통해 중국을 직접 거명하며 거센 비난을 하고 있는 것도 이것저것 눈치 보지 않고 일단 핵보유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정은의 핵전략은 이미 헌법과 법률에 핵보유국을 명시화했고 당 중앙위 전체회의를 통해 ‘경제·핵 병진노선’을 공식 천명함으로써 사실상 노동당의 자진 해체 이전에는 핵보유를 포기할 수 없도록 못 박아 버렸다. 7차 당대회를 통해 북한의 핵 대국, 핵 강국의 의지는 더욱 강화됐다. 이제 북한에서 핵 포기는 당노선과 헌법을 위반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 돼 버렸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향후 비핵화와 평화체제 협상을 병행함으로써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을 구상하고 있다. 대통령의 외교안보통일 특보인 문정인 교수의 발언도 마찬가지 맥락이었다. 이는 중국의 이른바 ‘쌍중단, 쌍궤병행’ 구상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북한의 핵전략과 어긋나 있다. 이미 북한은 비핵화와 평화체제 병행론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2015년 당 창건 70주년 기념식 이후로는 선 평화체제, 후 비핵화로 더욱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당장 2016년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중국이 비핵화와 평화체제 병행론이라는 이른바 ‘왕이 이니셔티브’를 제안했지만 북한이 거부하고 말았다.

결국 지금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불편함을 무릅쓰면서까지 핵동결 협상을 시도하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병행을 추진하려 해도 정작 북한은 핵동결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비핵화를 논의하는 평화체제 협상에도 관심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핵 포기를 수용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고 이는 곧 북핵 해결 진전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추진하려는 문재인 정부에게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렵게 하는 구조적 현실이 되고 있다.

‘대화와 제재 병행’은 가능할까?

문재인 대통령의 일관된 북핵 입장은 대화와 제재의 병행노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도 최대의 압박과 함께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를 통해 북핵 문제의 주도권을 확인받았다. 문 대통령의 병행론은 사실상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계승하는

것이다.

김대중정부 말기 북핵 2차 위기가 발발했을 당시의 입장이 바로 대화와 제재 병행론이었고 이를 계승한 노무현정부 역시 병행론을 견지하면서 남북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다른 상황이다. 당시는 대화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제재도 병행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제재국면의 상황에서 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변화된 현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병행론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우선 기존 병행론은 남북 대화와 북핵 협상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장관급회담이 개최되고 각종 교류협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남북관계의 영향력과 지렛대를 확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2002년 2차 북핵 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병행론을 견지할 수 있었다. 서해에서 교전이 벌어져도 동해에는 금강산 유람선이 출항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병행론 역시 2차 북핵 위기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이라는 북핵 협상기구가 작동하고 있었고 최소한의 남북관계가 유지되고 있었기에 병행론이 가능했고 결국 정상회담도 성사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남북관계는 단 하나의 채널도 없이 완전 중단되어 있고 우리의 대북 주도권은 말뿐인 수사용 레토릭에 불과하다. 또한 6자회담을 비롯해 핵문제 해결을 위한 그 어떤 협상 틀도 중단되어 사실상 폐기된 지 오래다. 남북관계의 끈이 상실되고 핵협상의 틀이 폐기된 상황에서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병행론은 비현실적이거나 공허할 수밖에 없다.


과거와 달라진 상황, 창의적 해법 모색해야

또한 과거의 병행론은 그나마 북한이 핵 포기와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에 동의한 상황에서 가능했던 것이었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까지 북한은 남북대화와 6자회담에 참여하면서 적어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에는 동의했었다. 북핵 폐기를 목표로 협상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대화와 제재의 병행론이 작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북한은 완전히 다르다. 김정은에게 핵 포기를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의 영역으로 간주되고 있다.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한 북한은 당연하게도 핵 포기를 전제로 한 어떠한 대화와 협상에도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한 김정은은 결코 대화에 나설 생각이 없다. 변화된 현실에서 문대통령의 병행론은 말로는 가능하지만 실제에서는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존의 병행론은 우리의 대북 영향력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북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제재를 가하면서도 대화는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남북관계도 북핵 협상도 망실된 상황에서 그것도 핵 포기 의사가 전혀 없는 김정은에게 병행론은 대화를 성사시킬 수 있는 조건 자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비핵화를 전제한 대화 제의는 입구조차 들어가기 어렵고 결국 지금의 병행론은 제재 지속과 강화로만 귀결될 뿐이다. 과거의 병행론만으로 북핵문제가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

운전석을 잡은 문재인 정부의 희망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북핵문제는 이미 최악의 상황이다. 핵보유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김정은의 핵전략은 문재인 정부의 핵동결 입구론도, 평화체제 병행론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태세다.

근본적으로 변화한 지금의 북한과 한반도의 현실은 과거의 병행론을 답습하는 것만으로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와 다른 지금의 현실에서 문재인 정부는 새롭게 풀어야 할 과제를 안게 되었다. 과거와는 다른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대북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과연 운전석에서 제대로 시동을 걸 수 있을까?

첨부파일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