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를 수 없는 에너지정책 방향, 탈핵 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전환 필요

  • No : 1801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7-09-28 14:30:02

거스를 수 없는 에너지정책 방향, 탈핵 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전환 필요
독일 등 많은나라 환경과 안전 고려 핵발전 포기
이헌석 |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대선 후보들의 탈핵공약
“원자력발전소 짓는 일을 지양하겠다.” 지난 4월 15일, 울산시청에서 울산지역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의 발언이다. 그는 이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큰 재앙이 발생했다”며 “우리도 안전 문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가능하면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에너지 정책을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홍준표 후보는 그간 핵발전소 문제에 대해 묻는 다양한 질문에 대해 즉답을 하지 않았다. 이날 울산시청에서 발표한 울산지역 공약을 보면 원자력안전기술단지 설립과 방재과학기술진흥재단 설립 등 울산에 각종 기관을 유치하겠다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양하겠다”는 표현을 써가며 핵발전소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큰 틀의 방향에 있어서는 핵발전소 증설에 반대하고 줄이는 정책인 탈핵정책에 동의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각 정당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탈핵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선거과정에선 탈핵운동진영과 정치권이 탈핵을 주제로 한 정책협약이 많이 체결됐다. 정책협약은 해당 정책을 선거 이후 지키겠다는 ‘약속’으로 정당의 일방적인 정책발표보다 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다.
3월 23일 환경운동연합과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명의 대선 후보가 ‘탈핵 10대 공약’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아직 정당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았던 때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등 4명의 경선후보, 국민의 당 안철수, 손학규 후보, 바른정당 남경필 후보가 참여의사를 밝힌 이 공약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이후 핵발전소 백지화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 ▶탈원전에너지전환 로드맵 수립 ▶원자력안전위원회 전면 재편 ▶재처리 고속로 사업 재검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4월 14일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부산, 울진, 영덕, 삼척, 경주, 대전 등 핵발전소·핵연구 시설 주민들과 정책 협약을 통해 ▶건설 중인 핵발전소(신고리 4, 신울진 1·2호기) 건설 중단 ▶신고리 5·6호기 이후 핵발전소 백지화와 허가취소 ▶월성 1호기 폐쇄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중단 ▶‘(가칭) 탈핵국민위원회’ 건설을 통한 탈핵로드맵 수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건설 중인 핵발전소 건설 문제에 대해 심상정 후보는 건설 중단을 문재인 후보는 건설 잠정 중단 후 사회적 논의를 약속했고,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해서는 심상정 후보는 연구 중단, 문재인 후보는 연구 재검토 등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이외에도 전북과 광주,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고준위핵폐기물과 방재정책을 둘러싼 협약이 준비 중에 있고, 작년부터 서명운동을 전개해 온 100만 서명운동 본부 역시 그간 받은 서명을 대선 후보에게 전달하면서 협약을 맺기도 했다.

퇴조하고 있는 핵산업, 늘어나는 재생에너지산업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거치면서 핵산업의 위축이 계속되고 있다. 매년 발간되는 ‘세계 핵산업 현황보고서(WNISR) 2017년판’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건설 중인 핵발전소의 숫자는 계속 줄고 있다. 2013년 66기에서 2017년 53기로 4년 연속 감소했다. 그나마 누적 숫자이고 그해 신규로 짓기 시작한 핵발전소 숫자는 작년 3기와 올해 1기로 급감하고 있다. 핵산업계에선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에도 핵발전소가 계속 건설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현재 건설 중인 핵발전소의 다수가 중국에 몰려 있어 마치 핵산업이 전세계적으로 호황을 겪고 있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체 전력생산량 중 핵발전 비중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전 세계 핵에너지로 생산된 전력비중은 1996년 17.5%로 정점을 찍고 계속 감소중이다. 작년엔 10.5%로 전년 대비 0.2% 낮아졌다.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6년 발전량에서 태양광과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0%와 15% 증가했다. 이를 전체 전력생산 증가분으로 확대해서 보면 전력생산 증가분의 66%를 재생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가 가능했던 것은 그간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수차례 핵발전소 사고를 거치면서 안전규제가 강화되면서 핵발전 단가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핵발전의 정산단가(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단가)는 2010년 39.6원에서 2016년 67.9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신재생에너지 정산단가는 117.3원에서 102.3원으로 낮아졌다. 핵발전 규제는 계속 강화되고 있고 그동안 저평가되었던 핵발전소 폐로 비용과 폐기물처분 비용이 늘어날 경우 핵발전 단가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재생에너지 단가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위원회로 승격 ▶준비 중인 신규 핵발전소 전면 백지화 ▶설계수명연장 중단 ▶월성1호기 가급적 빨리 폐쇄 ▶신고리 5·6호기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 도출 ▶탈핵 로드맵 빠른 시일 내 마련 등을 밝혔다. 이후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탈핵정책을 둘러싼 한국사회 논쟁은 더욱 가속화됐다. 대통령 선거 당시 탈핵공약을 냈던 일부 정당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편법’, ‘탈법’ 행위라며 비판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큰 틀에서 탈핵, 탈석탄, 에너지전환을 이뤄야 한다는 기조에는 큰 차이가 없다.

에너지정책, 국민 선택에 달려
탈핵정책을 둘러싼 세부적인 내용에는 아직 쟁점이 많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를 묻는 공론화위원회 활동은 계속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밝힌 2079년 탈핵 계획엔 너무 빠르다는 의견과 현 세대에는 탈핵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공약(空約)’이라는 비판이 함께 있다. 핵발전소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개혁, 영광의 한빛 4호기 등 안전 문제,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문제도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런 면에서 탈핵한국을 만들기 위한 계획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독일이 1980년대부터 본격화된 탈핵논쟁이 2000년대 초 탈핵선언으로 이어졌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제 한국은 20여 년 전 독일의 모습에 비견될 정도 수준에 와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이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는 전적으로 우리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분명한 것은 이미 많은 나라들이 환경과 안전, 경제성 등을 고려할 때 핵발전을 포기하고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정책 방향을 틀었다는 점이고 이를 통해 핵산업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산업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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