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Ⅰ]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

  • No : 1811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7-11-02 15:09:01

김정은, 노동당 창건일 기념 당대회서
‘1인 절대체제’ 다져… 도발 자제할까?

당 중앙위서 대대적 인사교체…
온건세력, 최측근 득세 및 세대교체 등 특징

전현준 | 우석대학교 초빙교수


지난 10월 당창건대회를 통해 대대적인 인사교체를 단행, ‘1인독재체제’를 구축한 김정은이 당분간 군사도발을 중지하고 경제 성장과 대미-대남 관계 개선에 주력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조선노동당 창건 72돌을 맞아 당창건기념탑 광장에서 열린 경축 모임.

세계는 북한의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10월 10일을 주목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제재 2375호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완전파괴론’에 대한 반발로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예측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9월 21일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자리에서 “태평양에서의 수소폭탄 실험 가능성”을 언급했고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국회의원들도 10월 7일 “북한이 노동당 창건 기념일(10·10)에 즈음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
했다.
그러나 북한은 월맹의 맹장인 보 응엔 지압 장군이 말한 “우리는 미국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는 절대로 전투를 하지 않는다”는 방식대로 ‘서방이 예측한’ 시간에 도발하지 않고 넘어갔다. 대신 북한은 10월 7일 당중앙위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10월 8일에는 김정일 총비서 추대 20돌 기념 중앙보고대회를 열고, 야회와 축포발사를 했으며 김정은과 주요 간부들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당창건 72돌인 10월 10일 북한은 중앙보고대회 등 별도의 행사 없이 평양과 지방에서 경축 예술공연과 무도회만하고 넘어갔다. 역사적으로도 당창건 기념일에 즈음한 도발은 2006년 10월 제1차 핵실험, 2016년 10월 무수단 계열 중거리미사일 발사 정도였다.

당중앙위 제7기 제2차 전원회의,
‘김정은 절대체제’ 구축
10월 10일 당창건일을 전후해 북한이 취한 가장 큰 행사는 군사 퍼레이드나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같은 ‘군사적’ 행동이 아니라 ‘비군사적’ 행사인 당중앙위 전원회의 행사였다. 10월 7일 개최된 당중앙위 제7기 2차 전원회의는 김정은 당위원장 주재 하에 개최됐다. 안건은 “조성된 정세에 대처한 당면한 몇가지 과업에 대하여”(김정은 의정보고), 조직 및 인사문제(정치국 위원·후보위원 소환·보선, 당중앙위 부위원장 해임·선거, 당중앙군사위원 소환·보선 등) 등이었다. 전원회의에는 당중앙위원회 위원 및 후보위원, 당중앙검사위원회 위원, 당중앙위원회 성·중앙기관·도·시 책임일군, 공장·기업소 일군 등이 참석했다.
김정은은 정세보고를 통해 ‘병진노선’의 타당성 및 핵개발 지속 추진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핵 위협’을 종식시키고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을 위해서는 병진노선이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북한은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도 단행했다.
그 결과는 김정은의 ‘1인 절대체제 구축’으로 나타났다. 박광호, 리용호 외무상 등 정치국 위원 5명과 최휘(함경북도 당부위원장) 등 정치국 후보위원 4명이 보선됐다. 박광호, 박태성(평안남도 당위원장) 등 당중앙위 부위원장(옛 당중앙위 비서국 비서) 6명이 선거됐다.
최룡해 등 4명이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보선됐고 당중앙위원회 위원 16명 및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 28명도 보선됐다. 최룡해 등 7명이 당전문부서 부장으로 임명됐고, 김병호가 노동신문 책임주필로 임명됐다. 당중앙위원회 검열위원회 위원장에는 조연준이 임명 됐다.

온건파 득세… 인사 개편 특징과 의미
금번 북한 권력엘리트 인사개편에는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큰 틀에서는 별 변화가 없지만 자세히 보면 온건세력, 최측근, 도당위원장들의 득세와 세대교체 등이 특징이다.
첫째 온건파 득세이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과 〈노동신문〉은 10월 9일 김정일 당총비서 추대 20주년 중앙경축대회에서 ‘주석단’에 앉은 간부 25명을 거명했다. 주석단 간부들 순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순이었다. 종전에는 김영남과 황병서, 박봉주, 최룡해 순이었다.
그러나 금번엔 최룡해의 순서가 황병서와 박봉주를 앞섰고, 박봉주는 황병서를 앞섰다. 외교로 문제를 푸는 리용호 외무상이 정치국 위원이 된 것 또한 특징이다. 이것은 전체적으로 당과 정부 관료가 군 관료를 앞섰다는 의미이고 김정은이 향후에는 군사보다는 경제와 외교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고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6차 핵실험까지 단행해 ‘사실상’ 핵무기보유국이 됐기 때문에 향후에는 인민경제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포석인 것이다.
물론 계속적인 무력도발을 통해 미국을 자극해 대북 경제제재를 더욱 강화시키고 최악의 경우 미국의 대북 공격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최측근 득세이다. 김정은의 최측근들은 소위 ‘삼지연 8인방’이다. 8인방은 2013년 11월 30일 김정은 노동당위원장과 함께 양강도 삼지연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이들은 삼지연에서 김 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숙청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황병서, 마원춘, 김원홍, 김양건, 한광상, 박태성, 김병호, 홍영칠 등이 이에 속한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경우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유지했다. 숙청설이 돌았던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은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올랐다.
한광상은 재정경제부장을 맡았다가 한때 숙청설이 있었으나 이번에 당중앙위 후보위원 자리를 유지했다. 국가보위상을 맡았던 김원홍은 한때 혁명화 교육을 받았으나 현재 인민군 총정치국에서 부국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밖에도 박태성은 당중앙위 부위원장으로, 홍영칠 당군수공업부 부부장은 당중앙위 위원으로, 조선중앙통신사 사장을 맡았던 김병호는 노동신문 책임주필에 임명됐다.
8인방 가운데 김양건만 2015년 12월 사망했을 뿐이다. 대신에 지난 2011년 12월 2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영결식에서 운구차에 손을 얹고 걸으며 호위했던 ‘운구7인방’ 즉 장성택, 김기남, 최태복, 리영호, 김영춘, 김정각, 우동측 등은 쇠락했다.

김여정 고속승진,
김정은 유사시 후계자 포석 추정
무엇보다 최측근의 득세는 최룡해와 김여정이다. 최룡해는 빨치산 2세로서 김정일의 최측근이기도 했다. 최룡해는 ‘오뚜기’로서 중국의 등소평과 비슷하다. 최룡해는 이번 회의에서 ‘부장’으로 임명됐는데 그의 위상을 고려할 때 조직지도부장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검열위원장으로 이동함에 따라 그 공백을 최룡해 조직지도부장 임명을 통해 상임체제로 개편했을 가능성도 있다. 최룡해는 당중앙군사위원에 재선출돼 당의 중앙군사위원·정치국 상무위원, 정무국 부위원장,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 당·정 주요 보직을 보유하게 됐다.
관련하여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의 친동생 김여정의 득세이다. 김여정은 2014년 3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2016년 5월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차 전원회의에서 당중앙위원에 선출된 이래 당의 중요정책을 결정하는 권력의 중심 ‘정치국 후보위원’에 합류했다.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가 42세에 당중앙위원에 오른 뒤 당 경공업부장을 거쳐 66세 때인 2012년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한 것에 비해 약관 30세 김여정의 전례 없는 초고속 승진은 파격이다.
〈노동신문〉은 처음으로 김여정의 이름을 명시한 사진을 게재했다. 김정은이 북한 주민에게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의 존재를 공식화한 것이다. 김여정의 고속승진 배경은 만일 김정은이 ‘참수’당할 경우 그 후계자로 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사교체로 내부권력 다진 김정은,
앞으로의 행보는?
셋째 세대교체이다. 통일부는 “대규모 인사개편은 김정은이 현재의 국면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 돌파를 위한 인적개편 측면과 7차 당대회 후속 세대교체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금번 대규모 인사는 ‘고령자 세대 교체’, ‘7차 당대회 후속 보완 인사’로서의 성격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당의 핵심부서는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이다. 금번 인사에서도 박태성, 태종수, 최휘, 김여정, 김병호 등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출신들이 약진했다.
조직지도부의 원로인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당검열위원장을 맡아 일선에서 물러남으로써 조직지도부의 세대교체가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에 조직지도부는 부장을 공석으로 남겨 사실상 김 위원장이 직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기에는 조직지도부장이 인선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최룡해 당정치국 상무위원이 조직지도부장을 맡았을 가능성이 있다. 최룡해의 비중으로 보아 조직지도부 내부 업무는 조용원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승진, 중용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전선동부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당비서 격에 해당하는 당정무국 부위원장인 김기남이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이며 조연준과 김기남의 일선 후퇴가 가장 두드러진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김기남이 맡았던 당정무국 부위원장과 당선전선동부장을 누가 맡았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이번에 급부상한 박광호가 맡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간 북한 매체에 등장하지 않아 인적사항이 알려지지 않은 박광호는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당중앙위원회 부장이라는 핵심적인 지위들에 올라 이번 인사개편의 최대 관심인물로 부상했다.
실제로 박광호 부위원장이 8일 김정일 당 총비서 추대 20돌 중앙경축대회에서 사회를 맡아 사상 분야를 담당하는 당정무국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에 오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김여정이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진입한 것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최연소 정치국 후보위원으로서 선전선동부를 실제로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론된다.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기용된 만큼 제1부부장으로 승진했을 가능성도 있다.
일단 6차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고 국제적인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경제가 4%대로 성장했으며 대대적인 인사교체를 통해 ‘1인 독재체제’를 구축한 김정은은 당분간 군사도발을 중지하고 인민경제 성장과 대미-대남 관계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대화 노력이 무산될 경우 또 다시 군사도발에 나설 것임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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