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핵 규탄 기권하고 독자적 제재안 내놓은 한국…

  • No : 1829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7-11-30 15:16:35

유엔 북핵 규탄 기권하고
독자적 제재안 내놓은 한국…
북한 변화 위한 국제 협력과 우리의 입장…

이영종 |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장


정부가 지난 10월 27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가 북한 김정은정권의 핵 실험을 규탄하는 3건의 결의안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기권하고 11월 6일 북한에 대한 독자제재 방안을 발표했지만 그 내용이나 방식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지난 9월 11일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안보리 전체회의 표결 모습.

유엔 북핵 결의 기권,
대북제재와 압박에 균열 논란
한국 정부가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동참을 꺼리는 모습을 드러내 논란을 빚고 있다. 북한 김정은정권의 핵과 미사일 도발 위협에 직접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안이한 태도가 아니냐는 측면에서다. 강력한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연연해 대북제재나 압박 전선에 균열을 자초할 경우 국제무대에서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논란은 지난 10월 27일 유엔 총회 제1위원회(군축 및 국제안전 이슈 담당)가 북한 김정은정권의 핵 실험을 규탄하는 3건의 결의안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72차 유엔 총회에서 제1위원회 의장을 맡은 모하메드 후세인 바르 알루룸 이라크 대사는 핵무기 철폐를 향한 공동의 행동을 골자로 한 결의안 ‘L35호’가 찬성 144표, 반대 4표, 기권 27표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북한을 염두에 둔 이 결의안에는 중국과 러시아·북한·시리아 4개국이 반대했다.
대북규탄 내용을 담은 결의안 ‘L19호’와 ‘L42호’도 통과됐다. L19호는 북한 당국이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이른 시일 내에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L42호는 5, 6차 북핵 실험에 대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충실히 이행돼야 하고, 한반도 비핵화가 6자회담에서 평화로운 방식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L35호와 L19호에 기권(L42호는 찬성)하면서 벌어졌다. 우리 외교 당국은 L35호에 대한 기권을 놓고 “핵무기 전면 철폐에 대한 결의를 담고 있지만 특정국가(일본)의 원폭 피해가 강조돼 있어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기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L19호 기권에 대해서는 “핵무기금지조약에 대한 내용이 강조되다보니 당장 핵무기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인식돼 한국의 안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 제공 약속에 배치되는 점을 고려한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부 결정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런저런 정부의 해명이 나왔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적극 참여하는 태도는 아무래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북한과 중국·러시아·시리아 등의 국가만 반대하는 결의안에 굳이 한국까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등이 대북 압박과 한국과의 공조에 공을 들여온 점을 고려하면 현명한 결정이 아니라는 비판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정부의 기권에 대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지적한 뒤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어떤 과정과 이유로 기권을 행사했는지에 대해 국민에게 분명히 밝히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요구하는 등 불똥이 정치권으로까지 튀었다.
대북 독자제재안 발표, 내용-방식 미흡 지적돼
유엔 핵무기 결의안 기권을 두고 이처럼 비판과 논란이 제기되는 건 문재인정부의 대북인식과 접근방식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협력에 방점을 두고 있는 문재인정부는 대북 압박을 강조하면서도 남북관계를 염두에 둔 행보로 논란을 자초해왔다. 특히 대북결의나 제재에 대한 과거 노무현정부 때의 태도를 떠올려 걱정을 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11월 유엔의 대북인권 결의안에 기권한 것을 두고도 큰 논란이 일었다. 당시 노무현정부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표결과 관련한 의사를 타진한 뒤 기권했다는 주장이 당시 외교장관이던 송민순 장관의 회고록을 통해 제기된 것이다.
핵무기 결의안 기권 논란의 불씨가 채 꺼지기도 전에 불거진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 방안 발표를 놓고도 비판이 제기됐다. 북한의 6차 핵 실험 이후 독자제재 방안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정부는 구체적인 방식이나 대상 인물·기관을 언급하지 않은 채 두 달 가까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 사이 미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연합(EU)와 동남아·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이 외교관계 단절 같은 구체적인 독자 방식의 제재에 착수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11월 6일 발표가 나왔지만 한국 정부의 독자제재는 그 내용이나 방식에 있어 실망감을 안겨줬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독자제재 안을 내놓자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북한의 불법적인 돈줄 차단을 위해 북한 금융기관 관련자 18명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로 올렸다는 정부의 설명도 설득력은 떨어진다. 이미 미국 등 국가에서 제재리스트에 올린 인물들을 재탕삼탕식으로 내놓은 데다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대목이 없었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정부는 이런 사실을 관보에 슬쩍 게재하는 선에서 그쳤다. 강력한 대북제재 의지를 과시하는 다른 나라들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이 같은 태도는 여러 가지 의구심을 불렀다는 평가다.
북한, 우리의 대북제재안 강력 비난…
국제사회 압박 고민 드러내
정부의 이런 미온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남 비난공세를 강화함으로써 문재인정부의 대북 압박 노선 동참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는 정부의 독자제재 발표 사흘 뒤인 11월 9일 “남조선 당국의 이번 대북 독자제재안 발표 놀음을 우리에 대한 또 하나의 용납 못 할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또 “괴뢰 당국이 트럼프의 남조선 행각을 하루 앞두고 급기야 대북 독자제재안을 발표한 것은 상전의 비위를 맞추어 환심을 사보려는 비굴하고 구차스러운 생색내기”라고 비방했다. “그 무슨 ‘제재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바닷물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허황한 망상”이란 주장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공언과 달리 더 촘촘해지고 압박강도가 높아진 대북제재에 고심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그 어떤 제재와 압박에도 끄떡없을 것”이라고 호언하던 목소리는 잦아들고, 대신 위기감을 호소하는 정황이 북한 관영매체나 당국자의 말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로동신문〉 등 관영 선전매체와 군중집회를 통해 연일 ‘미국과 제국주의 세력’의 제재에 철저히 대비하자는 캠페인을 쏟아내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이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최고지도자 김정은에게 쏠리는 걸 막기 위해 반미 사상교양과 비난전에 나섰다는 점에서다. “평양에서 드디어 대북제재의 고통을 견디기 힘들다는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사실 북한은 테러 자행과 불법적인 무기 거래, 가짜담배와 위조지폐 등 국제사회에서 지탄받는 국가범죄 때문에 일찌감치 제재의 한복판에 있었다. 1990년대 이후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을 본격화 하면서 국제사회는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2006년 10월 핵 실험 이후 모두 9차례에 걸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받기도 했다. 북한 정권의 역사가 곧 대북제재의 시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데도 최근의 제재상황에 북한이 잔뜩 긴장하는 건 압박의 강도와 방법이 전례를 찾기 힘들 수준으로 강력하고 여러 나라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북한 비핵화와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 포기를 이끌어낼 압박이 필요하다는데 의기투합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북한 당국도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제재조치를 들여다보면 북한의 고민을 짐작할 수 있다. 6차 핵 실험 직후 나온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2375호는 북한의 섬유 수출 금지와 원유 판매량 제한 등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든 강력한 내용을 담았다. 기존의 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석탄과 철광석·수산물과 함께 북한의 주요 달러박스이던 섬유제품 수출길이 막힌 것이다.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해온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도 금지돼 연간 5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도 끊길 상황이 됐다.
속속 이어지고 있는 각 국가의 독자제재도 만만치 않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0월 16일 전면적 대북투자 불허 조치와 함께 대북송금 한도를 현재 1만 5000유로(약 2000만원)에서 5000유로(약 667만원)로 크게 줄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곧이어 미국 하원도 사실상 북한과의 모든 금융거래 등을 차단하고 이를 어긴 제3국 기업·집단을 제재하는 내용의 초강력 제재방안을 통과시켰다. ‘윔비어법’으로 명명된 이 제재안은 북한의 불법적 구금과 비인권적 행위로 죽음에 이른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이름을 땄다는 점에서 미 의회의 격앙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스웨덴은 북한이 40년 넘게 장기 연체해온 자동차 대금 27억 크로나(약 3억 3000만원)의 상환 문제를 다시 꺼냈다. 스위스와 핀란드도 북한에 떼인 돈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유엔은 북한에 동상 건립을 발주해준 아프리카 14개 국가를 무더기 조사하기로 했다. 잇단 외교공관 폐쇄 조치 등까지 이어지며 북한은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렸다.
대북압박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던 북한 당국이 ‘제재피해 조사위원회’를 만들었다는 건 제재가 약효를 발휘하고 있다는 고백이다. 이 위원회는 지난 9월 23일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국가적 차원의 피해조사위 가동과 조사활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존재가 확인됐다. 북한의 피해조사위 구성은 대북제재에 맞서는 전술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재 무용론과 함께 “미 제국주의의 고립압살 책동을 분쇄하자”고 주장하던 데서 ‘피해자 코스프레(costume play)’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유엔과 국제적십자는 물론 인도주의 협력기구 무대에서 읍소에 나선 모습이다. 아동교육과 보건·의료 분야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북제재 이행, 국제사회와 발 맞춰야
북한의 도발행보에 맞서 국제사회는 대북제재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김정은의 태도변화가 드러나지 않는 한 느슨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관건은 국제사회가 얼마나 일치된 모습으로 김정은의 핵 야욕을 좌절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제재는 핵과 미사일 도발을 자행하면서 한반도 안정을 위협하는 북한 정권을 겨냥한 것이다. 주민과 민생을 볼모로 호전적 행보를 하는 북한 최고지도부를 향한 경고 메시지란 성격도 있다.
한반도와 민족의 운명을 겁박하는 김정은 체제의 셈법을 바꿔놓기 위한 대북제재와 압박 정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꼼꼼한 이행에 문재인정부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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