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평] 최저임금제 이해하기

  • No : 1868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8-01-30 15:48:56

최저임금제 이해하기
신중섭 |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이념이 아무리 다를지라도 빈곤을 칭송하는 사람은 없다. 모든 사회는 빈곤 퇴치를 우선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로 삼고 방책을 모색한다. 최근에 IT 기술의 발전과 세계화로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고 빈곤층의 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선거 때는 이러한 관심이 증폭된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과정에서 여야 구분 없이 경제적 격차를 줄이고 빈곤층의 생활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경쟁적으로 발표됐다. 획기적인 최저임금 인상도 포함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최저임금제나 그것의 인상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바람직한 것으로 합의를 본 듯하다.
경제적 격차를 줄이고 빈곤층의 생활수준을 높이겠다는 정책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우리 헌법 제32조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에서 ‘최저임금제의 시행’을 명령하고 있다.
최저임금법은 1986년에 처음 제정돼 1988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법의 목적을 “근로자에 대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고용노동부에 소속돼 있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최저 임금수준을 의결하고 고용노동부장관이 매년 8월 5일 최저임금액을 결정하면 다음해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최저임금은 시간급 기준으로 1988년에는 1그룹462.50원(2그룹 487.50원)에서 2018년에는 7530원으로 상승했다. 정치권에서는 빠른 시일 안에 1만원까지 인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저임금제의 실시 명분은 저임금 해소를 통해 임금격차 완화 및 소득분배 개선, 근로자에게 일정한 수준 이상의 생계비를 보장함으로써 생활 안정을 가져오고 사기를 높여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제가 높은 최저임금을 통해 그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최저임금 인상 찬성론자들은 외환위기 이후 소득 격차와 경제 불평등을 개선하고 빈곤층의 생활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가계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활성화돼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찬성론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 격차와 불평등을 줄이고 소비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근로 의욕을 상승시키고 자기 계발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노동력의 질을 향상시켜 국민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해 최저임금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반대론자들은 소득격차와 빈곤 해결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최저임금제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사회에 이롭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면 그것이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는 자유 시장에 정치가 개입함으로써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이러한 왜곡은 필연적으로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는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시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근로시간을 줄이도록 강요함으로써 노동자의 일자리를 아예 없애거나 줄여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들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보수를 받고 일할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주가 최저임금을 줄 능력이 없어 그들을 고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는 고용주들은 그 자리를 기계로 대체하거나 아예 자리를 없앤다.
실제로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경비·청소·미용실 등 취약계층 일자리가 사라졌다. 어려운 사람은 일자리를 잃고 일자리를 잃지 않은 사람의 소득은 늘어난 것이다. 더 어려운 사람이 희생하고 덜 어려운 사람이 혜택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 일자리가 많이 필요하게 된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인상은 노인일자리를 없앤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생산성이 낮아 높은 임금을 기대하지 않고 일자리 자체에 가치를 둔다. 대표적인 것이 아파트 경비원이다. 최저임금이 높아지면서 경비원 대신 경비업체가 경비를 대신하게 됐다.
나아가 기업이 최저임금의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면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주장도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와 같은 개방경제의 시대에 기업들은 임금이 낮고 최저임금제가 없는 국가로 생산 공장을 옮길 수도 있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최저임금제 반대에는 경제적 이유보다 더 강력한 철학적 이유도 있다. 최저임금제는 고용주가 고용자에게 지불하는 임금의 최저 수준을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양자선택의 자유를 박탈한다, 최저임금제는 고용주들이법이 정한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도록 막고 노동자들에게 더 낮은 임금을 받고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금지함으로써 양자 사이의 자유계약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 법은 노동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전제하고 그 판단을 국가가 대신하는 것이다.
헌법 규정에 따라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지 않을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상승폭을 적정하게 조정하고, 최저임금제를 모든 지역·업종·직종에 획일적으로 도입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부문별 특성과 노동 시장을 고려해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시간당 근로 강도는 직종에 따라 매우 다르다.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 보다는 취약계층이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확대하기 위해 촘촘한 사회안전망과 이들에 대한 직업훈련의 강화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국가가 강제하는 획일적인 최저임금제 시행보다는 취약계층의 근로자들이 처한 개별적 상황에 맞는 지원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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