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이후, 한반도 평화는?

  • No : 1907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8-03-07 16:28:03

커버스토리

평창 이후, 한반도 평화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과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북한선수단이 참가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서울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방북을 초청한데 더해 미국 펜스 부통령도 방한해 문 대통령과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고 돌아가는 등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제 ‘평화올림픽’을 내건 축제의 마당은 끝나고, 이후 한반도 평화가 더 진전될 것인가에 우리는 물론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북한 관계는 더 나아갈것인가? 이를 보는 미국은 어떤 정책을 취할 것인가? 향후 남북한과 미국의 정책 방향과 과제 등을 전망해 보면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길을 모색해 본다.




김정은이 던진 ‘올리브 가지’…

평화의 징표 되기엔 역부족

핵·미사일 포기 결심 없이는 의미 있는 미·북 대화 불가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장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펼쳐진 북한의 대남 유화 공세와 대미 탐색행보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올 림픽을 무대로 문재인정부와의 대화 물꼬를 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폐막 이후의 남북관계를 어떻게 가져 가야 할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간 형국이다.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남한에 보내는 파격적인 결정 을 하고, 3차 남북 정상회담이란 카드를 던졌지만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친서 를 받는 자리에서 여건을 만들어 (정상회담을) 성사시 키자는 다소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9년 간의 냉랭했 던 관계를 단박에 복원해 당국대화와 교류·협력을 본 격화 하겠다는 점에 남북 당국이 의기투합한 모습이지 만, 서로 셈법이 일치하기는 어려운데다 대북제재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도 한둘이 아니다.

 

올림픽 참가, 초반에는 셈법 맞아 떨어져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화모색은 더욱 녹록치 않다. 김 여정이 청와대를 방문하는 시점에 맞춰 마이크 펜스 미 국 부통령과의 비밀회동을 시도했지만 막판에 불발시 킨 대목은 북한이 제대로 된 대화준비가 안됐음을 보여 준다. 펜스 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 등을 빌미로 미· 북 대화 테이블을 걷어찼지만 실제로는 워싱턴과의 대 면에 여전히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몸 값을 올리거나 협상에서 입지를 높이려 뜸을 들이던 상 황과는 차이가 난다는 해석도 있다.

올림픽 참가라는 깜짝 발표를 통해 남북관계의 틀을 바꿔보려는 북한의 셈법은 초반 제법 잘 맞아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1일 신 년사를 통해 도발행보를 접고 대화공세 쪽으로 노선변 화를 꾀한 건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에 충 분했다. “남조선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 대회에 대표단 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는 그의 언급은 파격이었다.

김정은의 평창 참가제안에 문재인 대통령이 즉각 의기투합함으로써 남북관계는 급물살을 탔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지난해 7월 베를린 선언 등을 통해 지속적 으로 대화 호응을 요구한데 대해 북한이 화답했다는 평 가가 가능한 대목이었다. 판문점 고위급 대화를 통해 남북 간에 북한의 평창 참가와 관련한 사안이 합의되고 군사 당국회담 재개 등에 의견접근을 봤다.

북한은 고위급 대표단(22)과 선수단(46), 예술단 (137), 태권도 시범단(31), 기자단(21), 응원단(229 ) 등 모두 8개 분야에 걸쳐 492명을 125일부터 2 26일 사이에 남한에 파견했다. 경의선 육로는 물론 만경봉92호를 통한 원산~묵호 간 항로를 열었고, 항 공기(인천~평양, 양양~원산) 운항도 이뤄졌다. 특히 김여정을 비롯한 고위급 대표단과 현송월 단장이 이끄 는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 20~30대 여성으로 구성된 응원단은 관심을 끌었다.

이 과정을 통해 북한은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 재 틈을 벌리고 한·미 간 공조를 깨트리는데 집중하 는 모습을 보였다. 최휘 국가체육위원장이나 김여정 등 제재대상 인물을 고위급 대표단에 포함시켜 청와대의 문을 열도록 만들었다. 이어 폐막식 참석자로 정찰총 국장 출신인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을 리스트에 올려 문재인정부가 대북제재의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 치를 취하려 미국과 유엔 등에 요청하는 상황을 연출 했다. 제재 대상 선박인 만경봉92호를 내려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림픽과 남북관계를 볼모로 한국을 국 제 대북 제재망에서 이탈시키려 집요하게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은 대남 선전·선동과 이를 통한 남남갈등 유발 이란 측면에도 공을 들였다. 강릉과 서울에서 펼쳐진 삼 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는 북한의 체제선전 가요가 울려 퍼졌다. 논란 속에 일부 가사가 바뀌는 등의 곡절이 있었 지만 김정은 체제의 찬양·우상화 음악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란은 커졌다.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꼽혀온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남한 방문을 둘러싸고는 정치권 까지 가세한 갈등을 빚었다. 여기에 정부 당국까지 나서 김영철이 천안함 주범이란 확증은 없다며 북측의 도발 을 감싸는 듯한 모습을 보여 논란은 증폭됐다.

 

대북 추가 제재 발표한 미국,

북한의 대남·대미 전략 한계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새 대남·대 미 전술의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용납하기 어렵다는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견고 한 상황이라 김정은의 꼼수가 먹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 다. 올림픽을 활용해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고 이를 통해 미국의 대북압박과 국제사회의 제재망을 무력화 해보겠 다는 계산이 통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과의 대화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 에서는 난망하거나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와 워싱턴의 여론은 북한이 던진 썩은 올리브 가 지’(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의 표현)에 진정성이 담겨있지 않다며 불신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 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가 보장되거나 전제되지 않은 남북 관계 개선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 다.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에 문 대통령이 앞으로 여건 을 만들어란 단서를 단 건 이런 현실적 제약 때문이다.

남북관계의 진전, 특히 정상회담 추진에 따른 부담 도 문제다. 만남 자체로 역사적의미가 부여된 1차 정 상회담(20006·15 공동선언)과 남북 간 평화·경협 로드맵을 짠 2(200710·4 합의)와는 차별화돼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나 북 한의 약속이 없다면 회담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국민들의 대북 비판여론은 여전히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서울 핵 불바다운운하 며 남조선 것들 쓸어버리라고 우리 겁박하던 김정은 이 평화와 대화 운운하는 건 뭔가 찜찜하다는 지적이 다. 이런 국민감정을 도외시 한 채 여자 아이스하키 남 북 단일팀 구성 등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던 문재인정부 는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향후 남북관계와 한·미 대북 공조체제를 두고 나타날 국민여론이 6월 지방선거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서 정 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출발은 좋았지만 이를 지속하기 위한 추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올림픽 이후 평양에 불어 닥칠 격랑은 결코 만만치 않다. 당장 한·미 합동 군사 연습의 재개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수밖에 없 다. ‘평화 올림픽의 취지에 맞춰 연기해놓았지만 미국 은 패럴림픽(39~18)을 마치는 대로 군사연습 재 개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와 군 당국도 이런 방침에는 원칙적으로 공감대를 갖고 있다.

이대로라면 미국과의 대화 모색 스텝도 꼬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해 김정은의 국가 핵 무력 완성선 언을 토대로 올 들어 미·북 관계 개선을 목표로 한 탐 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여정의 청와 대 방문을 계기로 펜스 부통령과의 비밀접촉을 추진했 던 데서 이런 분위기는 감지된다. 이수용 북한 노동당 외교위원장이 지난해 10월 한스 모드로 동독 전 총리 에게 ·북 간 관계개선 및 조선반도 긴장완화를 위 해 애써 달라는 요청 서한을 보낸 것도 이런 정지작업 의 일환으로 보인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근본적 태도변화 없 이는 대북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23(현지시간) 북한을 겨냥해 해상 차단(maritime interdiction)’이란 고강도의 대북제재 조치를 취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발표하면서 사상 최대의 새로운 대북 제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 재무부도 같은 날 북한 을 비롯해 중국과 싱가포르·대만 등의 선박 28척과 27개 해운 및 무역업체, 개인 1명 등 모두 56개 개인과 기관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이 같은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파견한 자신의 딸 이방카 백악관 고문이 서울에 도착 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왔다.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에 화해 무드가 감돌고, ·북 간 대화 추진을 둘러 싼 설왕설래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초강력 제재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제재 짙은 그림자 드리운 북한,

미국의 선제공격론도 스트레스

대북제재는 이미 북한 체제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 고 있다. 지난 겨울 북한은 군 동계훈련 규모와 횟수를 크게 줄여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동계훈련이 한창이어야 할 시기에 북한 전후방 부대에 걸쳐 별다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고, 김정은의 군부대 방문이나 군 관련 행사도 확 줄었다. 김정은은 지난해 같은 시기 엔 탱크와 장갑차 보병연대의 동계 도하(渡河) 훈련을 참관하는 등 활발한 군 관련 활동을 펼쳤다.

여파는 북한이 절대 성역으로 여기다시피 해온 노동 당의 선전·선동 사업에도 미쳤다. 최근 60만부 가량 찍던 신문 부수를 20만부 수준으로 크게 줄였다는 게 대북소식통의 전언이다. 정부 당국자는 해외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신문용지 조달에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노동신문에까지 손을 댄 건 북한에 대량 아 사사태가 발생했던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시기 이후 처음으로 보여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재 강화 움직임 속에 북한 지도부를 더욱 스트레 스 받게 하는 건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대북 폭격론이 다. 평창동계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 216~18일 치 러진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했던 제임스 리시 미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핵무기를 미 본토로 실어 나를 운반시스템(ICBM)을 완성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MSC안보 올 림픽으로도 불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적인 국제 안보포럼이다. 이런 자리에서 리시 의원이 대북 타격 에 따른 엄청난 사상자와 재앙적 상황을 언급하면서 도 대통령은 곧바로 그렇게 할 준비가 돼있다는 점 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은 올림픽 이후 미·북 간 본격 대화에 나서기 보다는 남북대화 진전을 통해 대북 제재의 틈을 벌리 고, ·미 공조를 흔드는 쪽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 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도 미·북 대화의 진전 없는 남 북관계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판단에서 호흡조절을 하 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문 대통령이 217일 올림픽 취재 언론인들을 만나 우물에서 숭 늉 찾는 격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절정을 향해 치닫는 대북압박의 격랑 속에서 붉은 올리브 가 지를 흔들어대는 김정은의 향후 선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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