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 ‘통 큰 변화’ 이뤄낼 수 있을까

  • No : 1946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8-04-03 16:08:06



미·북 정상회담,

‘통 큰 변화’ 이뤄낼 수 있을까 

대화 국면을 바라보는 워싱턴과 평양의 손익계산 

한국, 매 국면 대차대조표 점검하며 전략 세련화 해야 

차두현 –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 


  ‘대단한 진전’(great progress). 3월 8일(미국 현지시 각) 북한을 방문했던 정의용 특사단장의 설명을 들은 후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트위터에서 밝힌 소감이다. 실제로, 3월 5~6일 간의 특사단 방북결과는 기존과는 다른 북한의 태도 변화 의지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워 싱턴의 입장에서도 매우 고무적인 것임에 틀림이 없었 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까지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결 정한 것 역시 한국 특사단의 성과를 매우 만족스럽게 여긴다는 것을 반증한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를 표명하고, 북한이 잇단 핵ㆍ미사일 실험으로 응수하면서 팽팽한 긴장관 계를 유지했던 미ㆍ북 관계와 한반도 안보 모두에 본격 적인 해빙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미ㆍ북 정상회담 합의의 의미 정 특사단장(안보실장)이 방미 당시에 밝혔던 방북 및 트럼프 대통령 면담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①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향후 어 떠한 핵ㆍ미사일 실험도 ‘자제’(refrain from)하겠다고 언급했다. ② 김정은은 한ㆍ미의 정례적인 연합군사훈 련을 이해(understanding)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③ 김 정은은 조기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를 원한다고 전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5월내에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고 응답했다. 정 단장은 브리핑의 시작과 말미에 트럼프 대통령 의 최대 압박 정책이 이러한 결과를 이끌어냈음을 강 조하고, 향후에도 북한이 구체적 행동을 보이기까지 압 박을 지속한다는 원칙에 한ㆍ미가 입장을 같이하고 있 음을 천명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 확인과 한ㆍ미 연합훈련 수용, 그리고 미ㆍ북 정상회담 추진은 분명 놀랄만한 성과로 볼 수 있다. 2012년 김정은 시대 가 개막된 이후 ‘병진정책’만이 일관되게 강조되어 왔 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입에서 ‘비핵화’ 언급 자체가 나왔다는 것이 중대한 변화라 할 수 있다. 한국을 통로 로 전달된 것이기는 하지만, 북한이 핵ㆍ미사일 실험을 자제하겠다고 한 것 역시 간접적 모라토리엄의 효과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사단 방북 시 합의된 4월 말의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5월 미ㆍ북 정상회담이 예정됨으로써 한ㆍ미 공조 및 시너지 효과 발휘에도 유 리한 여건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의용 실장이 서울 귀환 후 밝힌 브리핑 내 용(3월 6일자)과 워싱턴 발표 내용에는 미묘한 차이 가 존재한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 로 인해 전반적 상황의 낙관에는 여전히 신중할 필요 가 있다. 정의용 실장의 브리핑 내용 중 결정적 차이는 북한 의 비핵화 ‘조건’과 핵ㆍ미사일 발사실험 재개 유보의 ‘전제’라 할 수 있다. 서울 브리핑에서 소개된 평양의 입 장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 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것 이었다. 이는 북한의 기존 선전인 ‘대북 적대시 정책’ 때 문에 핵ㆍ미사일 개발ㆍ보유가 정당하다는 논리와 연 결될 수 있으며, ‘비핵화’가 아닌 ‘미ㆍ북 핵군축 회담’ 주장과도 궤를 같이 한다. 워싱턴 발표에서는 이 단서가 빠져있지만, 이 논리를 받아들일 경우 북한의 한ㆍ미 연합훈련 ‘이해’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명분으로 언제든 중단 요구 가 능하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서울 브리핑에서는 핵ㆍ미 사일 발사실험 유예 역시 “대화가 지속되는 한”이라는 전제를 내세움으로써 조기 미ㆍ북 대화를 압박하는 모 양새를 취하기도 했다. 더욱이 서울 브리핑에서는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 약”했다는 사실이 소개됐다. 이는 일면 북한의 대단한 호의로 해석될 수 있지만, 자칫 북한의 핵은 ‘대남용’이 아니라 ‘대미용’이라는 주장을 한국이 받아들이는 듯한 오해를 살 수 있었다. 이와 같이, 특사단의 방북 결과는 여전히 워싱턴과 평양이 서로 다른 해석을 주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 고 있으며, 이 해석상의 모호성은 현 단계에서도 여전 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상회담과 관련된 미ㆍ북의 계산, 그리고 주변국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4월과 5월로 예정된 양대 정 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을 향해서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험난한 것이 현실이 다. 비핵화와 대화 국면을 바라보는 시각과 손익계산이 남북한뿐만 아니라 미국 및 여타 주변국의 입장에서도 상이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인 북핵 문제 해 결의지는 향후 상황 전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부정적 요소도 내포한다고 보아야 한 다. 트럼프의 외교ㆍ안보 업적에 대한 개인적 욕망과 북 한 핵 문제 조기 해결의 필요성(본토 타격능력의 차단), 그리고 대북정책에 대한 자신감 등은 미ㆍ북 대화에 긍 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 요인 역시 동시에 존재한다. 우선, 미ㆍ북 대화를 기점으로 북한이 강력하게 희망할 대북 제재 해제 문제에 있어서는 여타 사례와의 형평성을 고 려해야 한다. 기존 미국-이란 핵협상에서 미국은 이란 이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는지를 국제적 검증을 통해 확인한 이후에야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 했다. 이러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방향마저도 트럼프 와 미 공화당은 유화책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협상의지는 상당부분 북한의 저 자세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것을 북한이 수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그동안 북한 비핵화 문제에 있어 미국 못지않게 주요 한 역할을 해 온 중국의 태도 역시 관건으로 작용할 것 이다. 이미 특사단의 주변국 순회 방문에서 나타난 바 와 같이 중국 정부는 대화국면의 복원을 적극 환영한 바 있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 할 수 없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힌 바 있으며, 시진핑 2기 체제에 탄력이 붙은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북 비핵 화 외교정책을 추구할 수 있다. 이 모두 남북정상회담과 미ㆍ북 정상회담에 대한 중 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 유리한 요인이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으로서는 미ㆍ북 관계가 급속히 진 전될 경우 평양이 전통적 북ㆍ중 관계로부터 이탈하는 것을 저지해야 할 동기가 존재한다. 북한이 한ㆍ미 연 합훈련을 ‘이해’한다고 이야기한 것은 중국이 기존에 주장했던 ‘쌍잠정’(雙暫定)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될 수 도 있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독자적인 ‘북한 다루기’ 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는 중국이 남북대화 이후 미ㆍ북 관계진전을 적절히 속도조절하려 할 수 있 음을 암시한다. 일본과 러시아 역시 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긍정적으 로 평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국 중심적인 이 해득실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일본의 경우 만약 미ㆍ북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를 담보할 수 없을 경우 일본의 안전을 이유로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요구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러시아 역시 외교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으로 남북한이나 미ㆍ북 관계의 개선을 지원할 의지와 동력은 여전히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4월과 5월 간의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특히 미ㆍ북 대화 및 관계진전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이에 대 한 미국의 기대수준과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 재까지 미국의 접근은 그동안의 대북 압박 및 제재가 효과를 거두었으며, 이를 배경으로 북한이 대화의 장 에 끌려나왔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며, 한ㆍ미 동맹이 나 연합훈련 등 기존의 미국의 대한반도 이익에 별다 른 변경이 없이도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을 가 능성이 크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와의 차별성에 신경을 쓰고 있 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북한이 기존에 공약했던 수준 (2012년 ‘2·29합의’에서의 핵 동결)을 넘어선 양보를 받아내려고 할 공산이 크다. 즉,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 포기를 비롯한 핵ㆍ미사일 동결, 북한 억류 미국 인 전원 석방, 국제적 검증 등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한이 이러한 구체적 카드까지를 제시하지는 않 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워싱턴은 이를 받아내려 할 것 이다. 이에 더해 전통적 동맹국인 일본의 입장을 감안 해서라도 단순 ICBM뿐만 아니라 각종 중거리 미사일 의 개발ㆍ배치 중단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미ㆍ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 이후 이뤄지고 있 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ㆍ안보 인사 역시 이러한 방향 을 암시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렉스 틸러슨의 해임과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국무장관 지 명이다. 일각에서는 폼페이오가 미ㆍ북 정상회담을 지 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화론자로 선회했다고 분석하 기도 하지만, 이는 일각만을 본 것이다. 그는 그동안 북 한의 핵능력 완성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그 이전에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폼페이오의 국무부 장관 인사보다도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이 후속 외교ㆍ안보분야 인사들이다. 빅터 차 낙 마와 조셉 윤 은퇴로 인해 가뜩이나 좁은 미 국무부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그 범 위가 대폭 줄어들어버렸다. 이는 워싱턴이 동아시아나 한반도의 ‘특수성’보다는 일반적 ‘보편성’ 면에서 정책 을 결정할 가능성을 점점 더 높여준다. 트럼프의 트위 터와 그 주위에서 흘러나오는 틸러슨 경질 사유 중 하 나가 중동문제 해법과 미국-이란 핵협상 평가라는 점 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특수성을 반영한 더 큰 유화책보다는 평양이 국제 기준에 맞추는 양보를 해야 한다는 묵시적 메시지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만약 미ㆍ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통 큰 변화와 양보”를 제시할 경우, 미국 역시 파격적인 관계개선을 시도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그 런데, 또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은 최소한 체제 개혁ㆍ개 방 면에서는 북한보다 훨씬 더 융통성 있는 자세를 취 했던 쿠바마저도 미국의 성에 차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만족한다고 해도 공화당과 미 의회가 이에 동 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 평양이 워싱턴의 기대에 부응하는 카드를 제시 하지 못 할 경우, 아니 애초에 그럴 의지가 없었다고 확 인될 경우, 미국은 기존보다 더 큰 제재와 압력에 매달 릴 것이며, 잠시 접어두었던 군사적 조치까지를 다시 만지작거릴 수 있다. 이는 이 틈새를 공략하며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중국의 의지와 맞물려 또 다른 불확실성을 만들어 낼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2017년 하반기 이상의 긴장국면이 재현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만은 없다. 낙관할 수만은 없는 대화의 길, 우리의 전략은? 그동안 우리 정부는 남북한 간 부활하기 시작한 화 해ㆍ협력무드를 바탕으로 미ㆍ북 간의 입장 차이를 중재 하고 조정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 과 정에서 북한의 시각을 수용하고, 미국의 접근에도 공감 대를 형성하는 태도를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 단계부터는 방북 결과에 대한 우리 자신 의 해석, 그리고 그에 대하여 평양과 워싱턴이 한걸음 씩 움직여 나갈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해 나가야 한다. 이 러한 점에서, 우리 자신이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분 명한 주인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① 기존 북한의 논거를 강화하는 ‘비핵화’ 조건 배제, ② 한미동맹의 근 간에 대한 훼손 차단, ③ 북한의 오해 혹은 집착을 해소 할 수 있는 적절한 단계적 보상 및 유화책의 발전 등에 있어 공통인식을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핵이 국제적 문제인 동 시에 남북한 간의 문제이며, 따라서 향후 남북한 관계 차원에서도 북한이 이를 주요 의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는 점이다. 이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가 결국 지역안정 과도 연결되는 선순환 관계를 만드는 것이 한ㆍ미 공 통의 지향일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매 국면 마다 각 분야별 대차대조표를 점검하고 전략을 세련화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의 태도에 변화는 있는가?”를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북한은 현재 긍정적 신호와 부정적 신 호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 북한매체의 상대적 침묵이 긍정적이라면 잊지 않고 전통적 의제(주한미군의 부정 등)를 슬그머니 흘리는 것은 부정적이다. 둘째,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추가적인 약속이나 태 도변화가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미 지적했듯이 특사 단의 서울 브리핑과 워싱턴 발표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 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채 현재진행형이다. 어떤 면 에서 이게 북한이 바라는 바일 수도 있다는 점, 즉 용어 의 모호성 뒤에서 한ㆍ미를 공략하려는 의도가 있을 경 우를 경계해야 한다. 셋째, 평창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최대 이익은 평창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별 다른 추가조치 없이 대북제재 해제등과 같은 국제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다. 반면, 워싱턴 은 현재까지의 북한 변화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기류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플러스알파’는 무엇인지를 평양과 워싱턴에 제시해야 한다. 넷째, 핵심 카드와 부가적 카드를 구분해야 한다. 북 한은 다시 자신들이 양보할 수 있는 카드를 미분(微分) 하기 시작했다. 미국인 억류자 석방, 핵ㆍ미사일 모라 토리엄, 남북 교류협력 등이 그것이다. 어떠한 카드 등 현 단계에서의 핵심은 ‘비핵화’다. 이 본말이 전도되어 서는 안 된다. 다섯째, 남북한 간에는 ‘주도’가 미ㆍ북 관계에서는 ‘중재’가 병행돼야 한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의 동기 중 하나는 한국에 대한 전략적 우위의 고착에 있다. 즉, 북한이 항상 우월한 남북한 관계의 기초를 만드는 것 이다. 우리 국민들은 과연 평화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 도 북한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결과를 바랄까? 아닐 것 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가 남북한 관계에서 이루어 온 결과를 역전시키지 않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는 정신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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