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대화에서 ‘차이나 패싱’은 없다

  • No : 1991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8-05-04 13:43:42

한반도 비핵화’ 대화에서
‘차이나 패싱’은 없다
북한-중국 관계 복원 의미와 남북/미북 정상회담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중국학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또 한 번의 고비 를 맞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소통을 강조하면 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확정지었다. 또 미국과의 대화를 원하는 북한과 지속적인 대북 제재와 압박에 곤란을 겪고 있는 미국의 틈새를 파고들어 타협 의 여지가 없어보이던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 부가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5월 말, 6월 초 개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여기서 김정은은 3월 26일 전격적인 중국 방문을 통 해 ‘북핵 주변화’, 즉 차이나 패싱(China passing)을 우 려하는 중국의 역할을 부활시키는 또 하나의 반전 카 드를 선택했다. 이로써 중국은 다시 북핵 문제 논의에 본격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게 됐다. 미국도 대북 실무를 진 두지휘하고 있는 현 정보국장인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 정자를 대북 특사로 극비리에 파견해 의제를 조율하는 등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일본의 아베 총리 역시 “일본 패싱은 없다”며 미국을 방문해 4 월 16~17일 미·일 정상회담을 열었다. 급박하게 움직이는 관련국들의 동향에 따라 한국정 부가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기조를 확인하고 미· 북간 논의를 중재하겠다는 한반도 운전자론도 새 국면 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중 관계 복원의 의미는… 중국 최고지도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전격 성사된 것은 일단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근거로 그동안 소원했던 관계를 정상 차원에서 일거에 복원했다. 사실 중국은 지난 7년 간 김정은 체제를 철저히 무시 했다. 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실험을 계 속했고, 중국이 주도하는 6자회담을 거부했기 때문이 다. 그러나 북한이 핵보유국을 선언하고 독자적 대외전 략을 구사하자 대북 영향력의 감소를 절감하는 상황이 었다. 실질적 대북 영향력 행사를 종용하는 미국에 대 해서는 미·북간 문제인 북핵 문제 해결을 중국에 전 가하지 말라며 불만을 토로해 왔다. 국제 차원의 대북 제재에 동참해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압박과 제재를 견제하는 정책을 강화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트럼 프 행정부가 대북 압박과 제재 정도를 대중 통상 압박 의 척도로 삼겠다는 정책에 대항해 여전히 대북 제재 에는 소극적이었다.이렇듯 중국은 자신들의 역할론 감소에 대한 우려에 서부터 미·북간 대화를 통한 해결 모색을 위한 조정 자론 등 역할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정은 의 방중은 반길만할 일이다. 또 북핵 문제를 계속 미· 북간 문제로 돌리면 오히려 북한이 미국의 대중 견제 카드가 돼 중국을 압박하는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는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영향력에서 벗 어나려는 북한에 일정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고, 남북 간 직접 대화를 강조하는 한국 정부에게 중국이 결코 국외자가 아님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는 다목 적 포석이다. 북한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남·북 정상회담과 미· 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지원을 확보하는 것이 전 략적으로 필요했다. 특히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방식을 둘러싸고 미국과의 이견 표출이 있을 수밖에 없 고 회담 성과가 없을 시 ‘군사 옵션’을 포함한 미국 주도 의 대북 강경 압박 노선이 더욱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 다. 4월 14일, 미국이 영국, 프랑스와 함께 불법 화학무 기 사용에 대한 응징으로 시리아정부군에 대한 미사일 합동 공습을 단행한 것을 보면 김정은의 우려를 충분 히 짐작할 만하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북한이 혼 자 감당하기 벅차기 때문에 한·중·일에 맞서는 북·중·러 라인의 재구축을 시도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국제제재 여파로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중국 의 경제지원이 더욱 절실해졌고, 미국의 대북 강경 압 박정책 완화에 대한 중재 요청 필요성도 있었을 것이 다. 이렇게 보면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향후 대북 정책 변화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다. 한편으로는 이 미 고도화된 핵능력을 바탕으로 ‘핵·경제 병진 노선’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주도적 의지의 표명으로도 읽힌다. 한반도 비핵화 동조, 방식은 다른 중국 관련국들이 강조한대로 북핵문제 해결의 종착역은 ‘비핵화’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인지 ‘한반도 비핵화’인 지 비핵화의 개념과 범위, 추진 방식을 둘러싼 각국 입 장과 이견은 변한 게 없다. 우선, ‘한반도 비핵화’는 한·미 입장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다. 왜냐하면 한국은 핵을 개발하거나 보유할 의 사가 없으므로 북한의 핵이 제거되면 ‘한반도의 비핵 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의 비핵 지대화’다. 특 히 핵을 언제든지 배치할 수 있는 주한 미군의 존재를 자신들의 핵 보유와 연계시켜 자신들이 핵을 포기하면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이 없어지므로 주한미군 철수 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는 중국은 중·장기적으 로 미·북간 평화 협정이 진척되면 중국 견제용으로 인 식하는 미군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나 주한 미군 철 수 문제도 거론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한반도 비핵 화’에 동조한다. 또, 비핵화 추진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이번 중국 방 문에서 김정은이 ‘미국의 위협 정책이 해소되고, 체제 가 보장된다면 단계적으로’ 비핵화 논의에 참여하겠다 는 조건을 내세운 것은 여전히 단계 별로 북한의 행동 에 따른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행동 대 행동’ 원칙 을 고수하는 북한의 기존 비핵화 전략이 변하지 않았음 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 난 25년 간 북한과 많은 합의가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 진 것이 없다면서 더 이상 과거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북한이 우선 비핵화를 선언해야 논의가 가능하다는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언권을 회복한 중국은 현재 한반도 정세의 긴장 완화에 중국의 주도적인 역 할이 있었고 향후에도 분명한 중국의 역할이 있음을 계 속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북 정상회담 성사에 북한 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연합군사 훈련 중지라 는 쌍중단(雙暫停)정책이 주효했기 때문에 다음 단계 인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동시 진행 을 뜻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의 추진을 강조하면서 6 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을 논의하자는 기존 입 장을 다시 천명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서 중국이 배제될 수 없 으며, 북한 체제의 안전이 보장됐을 때 북한이 핵을 포 기할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7월 ‘신(新) 베를린 선언’을 통해 북핵 문제와 평화체제에 대한 포괄적 접근으로 완 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해결을 추진하겠다고 강 조한 바 있다. 관련국들의 이해와 동의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일견 6자회담을 통한 해결 을 강조하는 중국의 주장과 일치되는 면이 있다. 자칫 미국에게 북·중이 연합하고 한국이 동조하면서 미국 을 상대한다는 인식을 줄 우려가 있고, 현 시점에서의 북핵 ‘동결’이 비핵화의 시작이라는 한국정부의 입장도 난처해 질 수 있기 때문에 전술적으로 전략적으로 더 치밀해져야 한다. 비핵화 논의가 미·중의 견제 카드로 변질돼선 안 돼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던 한반도 정국을 일단 대화 국면으로 이끈 것은 현 정부 외교의 큰 성과이며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관련국 지도자들의 연쇄 정상 회담에서의 성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새로운 결과를 도출 하려면 ‘비핵화’라는 확고한 원칙 견지와 함께 유의할 점이 있다. 우선, 적어도 현재까지는 미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 의 입장이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우 리에게는 이미 2005년, 6자회담에서 ‛9·19합의’를 통 한 ‘핵동결-사찰수용-비핵화’라는 단계적 방식이 결국 북한의 사찰거부로 수포로 돌아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또, 김정은이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가 선 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 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한다면’ 이라는 조건을 제시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단계 적 폐기가 실현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철저히 이행만 될 수 있다면 이것도 비핵화의 한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관철하려면 관련국들의 확실한 감시와 동의, 그리고 이행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분명 한 대책이 있지 않으면 미·중 사이에서 중간자적 이 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북한에 또 한 번 이용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중 전술도 잘 살펴야 한다. 중국 상무부는 양국 관계 회복에도 불구하고 4월 8일부터 대량 살상 용 무기로 활용이 가능한 32개 품목에 대해 대북 수출 을 금지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압박에서 중 국이 이탈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북핵 문 제 논의에 6자회담 의장국으로써 미국과 대등한 위치 를 확보하는 중요한 카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는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해 91%가 넘는 북한의 대 중 경제의존도와 원유 공급을 활용, ‘전략적 자산’으로 서의 대북 영향력 확대 시도도 계속될 것이다. 북한을 잃지 않으려는 중국의 노력은 북·중 정상회담 이후 재 개된 양국 문화교류 활동에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 연락부장을 단장으로 한 예술단을 파견하는 등 적잖은 공을 들이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북핵 처리 및 비핵화와 관 련해 대한민국의 원칙과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는 점이 다. 미국과 중국, 북한 누구도 자국 이익보다 우리의 입 장을 고려해줄 나라는 없다. 어렵게 성사된 정상회담 정국에 반대할 사람은 없지 만 자칫 잘못하면 비핵화 논의가 중·미간 상호 견제 카드가 되어 우리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그들끼리의 타 협에 의해 북한이 그토록 강조하는 핵보유국 북한과의 평화적 공존, 즉 소위 ‘핵 있는 평화(nuclear peace)’의 함정에 빠질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한다. 북한의 핵 보유가 ‘미국의 위협에 대한 자위 수단으 로 개발이 시작된 외교행위’라는 일부 주장에도 불구하 고 이는 종국적으로는 우리에 대한 직접적 생존 위협 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도 고려하는 치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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