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동시가입 후 대결 벗어나 다자외교의 장으로...

  • No : 2208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8-09-06 17:52:05

유엔 동시가입 후 대결 벗어나 다자외교의 장으로…

북핵문제와 인권 문제는 여전히 갈등 빚어

정구연 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과 북한은 1991년 제46차 유엔총회를 통해 유엔에 동시 가입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다자외교 무대에 진출했다. 유엔의 정식 회원국이 되기 전까지 유엔은 남북한 정부간의 정통성 경쟁을 위한 대결의 장이었다. 1975년 한국문제(the Korean question)가 탈유엔 될 때까지한국은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임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유일한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단독 가입을 추진해왔다. 물론 미국과 중국·소련 간의 데탕트속에서 1973년 동·서독 역시 유엔에 동시 가입하자 한국은 같은 해 6·23선언을 통해 국제기구에의 북한 참여와 유엔 동시가입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1991년 동시가입까지 남북한은 끊임없는 정통성 경쟁에 매몰된 다자외교를 이어갔다. 냉전종식 이후 국제체제의 변화와 국제사회 규범의변화를 반영하며 유엔 역시 변화를 거듭했으며, 남과 북은 1991년 동시가입 이후 이러한 외교환경 속에서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남과 북이 개별국가로 인정은 받았을지라도 향후의 한반도 평화통일기반구축을 위해 남북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하는지. 특히 다자외교 공간 속에서 북한에 대해 어떠한 접근법이 필요한지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본고는 이러한 문제의식하에 1991년 유엔 동시가입이후 남북의 유엔외교 현황을 살펴보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유엔외교의 방향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동시가입 이후 남북한 유엔외교 현황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이전 양국의 대유엔 외교가 명분과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면, 동시가입 이후 양국의 대유엔 외교는 실리외교로의 전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선 한국의 경우, 1991년 가입 후 그동안의 경제성장과 높아진 국가위상을 바탕으로 글로벌 거버넌스의 주요 행위자로 부상했다. 1993년 소말리아를 시작으로 18개 유엔 평화유지군(PKO)에 파병을 했으며, 1996년에는소위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에 가입했을 뿐 아니라, 2010년에는 OECD 개도국 지원을 담당하는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함으로써 한국은 수원국에서 신흥공여국으로 발돋움했다. 또한 1996년 한국은 안전보장이사회에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을 뿐 아니라, 여러 유엔기구에서 의장국으로 활동했다.

2006년 반기문 외무장관의 유엔삼총장 당선은 한국 다자외교사의 한 획을 긋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반기문총장 재임기간 동안 한국은 2010년 G20정상회의, 2012년 핵안보 정상회의 등 주요 국제회의를 다수 개최하며 다자외교무대에서 주요 행위자로 자리잡아 국제적위상을 높였다.

한국은 이를 발판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운신의 폭을넓히기 위해 중견국 외교를 활발히 추진 중에 있다. 2013년 한국이 주도하고 호주·멕시코·터키 및 인도네시아를포함하는 중견국 협의체 믹타(MIKTA)를 발족했으며, 단순히 한국의 국가이익뿐만이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실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중견국 외교를통해 강대국 외교에 매몰되어있던 한국외교의 지평을 확장시키고 있다.

최근까지 한국의 유엔외교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한 대북 제재와 압박, IAEA를 통한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 관련 정보 수집, IAEA이사회 및 총회, NPT평가회의, 유엔총회, 제네바 군축회의 등 모든 가능한 다자무대를 활용해 외교적 압박 노력을 지속했다.

물론 우선순위는 북핵문제에 놓여있었으나, 한국의 대유엔 외교는 평화유지활동, 개발협력, 기후변화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유엔 회원국들과 공조를 하고 있다. 북한 역시 동시가입 이후 정통성 경쟁보다 실리적 외교로 대유엔 외교의 방향을 선회했다. 북한은 매년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1994년 북핵 위기 이후 ‘하나의 조선’ 정책을 정당화하거나 평화협정 체결 및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요구했으나, 2001년 9·11테러 직후에는 테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 북한은 경제난과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해 유엔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으며, 1991년부터 시작된 유엔개발계획(UNDP)의 두만강 지역 개발 계획(Tumen river area development program)에도 참여해 나진선봉지역의 경제개발을 도모하려고 했다.

요컨대 북한은 유엔 외교를 통해 자신의 대외적 입장을 피력하는 한편 실리적 이익을 위해 유엔의 여러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또한 북·미관계 등 대외관계 개선을 위한 채널에 유엔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1991년 유엔 동시가입 이후 남북한은 유엔에서의 활동을 통해 각자의 이익을 도모하고 외교적 지평을 넓히는데 집중해왔다. 즉 냉전기 정통성 확보를 위한 대결구도에서 벗어나 실리적이고 국익중심의 다자외교의 장으로서 유엔을 활용할 수 있었다.

물론 북핵문제와 인권 등 남북한이 충돌하는 사안이없었던 것은 아니며 여전히 갈등하고 있다. 또한 유엔차원의 대북제재가 유효한 상황 속에서 남북관계 개선이나 남북협력 차원에서의 유엔 활동을 개진하기 어려운것이 사실이다.

남북관계를 위한 유엔외교

정통성 대결의 장이었던 유엔은 남북한에게 갈등과 협력의 외교공간이 됐다. 우선 북한 핵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이며 남과 북 뿐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와 갈등하는 현안이다. 유엔의 대북제재로 인해 사실상 국제사회와 북한의 교류와 협력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과 북한이 유엔이라는 다자외교 공간에서 협력하기 어렵다.


1991년 유엔 동시가입 이후 남북한은 유엔에서의 활동을 통해 각자의 이익을 도모하고 외교적 지평을 넓히는데 집중해왔다. 즉 냉전기 정통성 확보를 위한 대결구도에서 벗어나 실리적이고 국익중심의 다자외교의 장으로서 유엔을 활용할 수 있었다. 물론 북핵문제와 인권 등에서 여전히 갈등하고 있다. 또한 유엔차원의 대북제재가 유효한 상황 속에서 남북관계 개선이나 남북협력 차원에서의 유엔 활동을 개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엔이라는 공간은 북한이 정상국가로 변화하도록 국제사회의 규범과 제도를 내재화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한국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괄목할만한 진전이 이뤄진다면 북한과 유엔의 상호관여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

유엔은 협상과 결정의 틀을 제공하는 포럼 기능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각 회원국은 자국의 입장표명뿐만 아니라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때로는 구속력 있는 법적문서를 도출하기도 한다.

물론 어떤 현안에 대해서도 모든 유엔 회원국이 항상 만장일치의 의견합의를 보는 것은 아니다. 유엔이라는 환경이 국가의 이익을 치환할 정도로 모든 국가들로 하여금 보편적 가치와 국제사회의 안정에 기여하도록 물리적으로 강제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유엔이라는 환경 속에서 점진적으로 국제사회의 법치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유엔회원국들이 각각 다르지만, 이러한 다름 속에서 예측 가능한 행동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법치이다. 이를 통해 북한은 단순히 유엔에 대한 실리외교를 통해 이익을 충족시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또한 한반도 평화 공존과 번영에 국한되지 않은 국제사회의 변영과 평화공존에 기여할 수 있는 외교의 의미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북한이 주장하는 ‘정상국가’로의 진입도 국제적 정당성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며 국제사회와의 관계개선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북한의 전향적인 노력이 최우선으로 필요하다. 남북한 간의 화해뿐만 아니라 북한과 국제사회의 관계개선은 단순히 한국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의 첫 번째 수순은 바로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조치일 것이다. 또한 한국 역시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해결해야할 딜레마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당장 현제 논의 되고 있는 비핵화 협상을 위한 수순 문제가 있을 수는 있으나, 남북한 화해의 과정과 이를 위한 대유엔 외교의 과정에서 북한인권문제 등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해야하는 현안들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앞서 언급했듯이 국제사회 글로벌 거버넌스의 주요 행위자로서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할 것이고 그러한 맥락 속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대유엔 외교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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