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은 북 비핵화 조치와 궤 같아야

  • No : 2277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8-11-06 17:05:26

남북관계 개선은 북 비핵화 조치와 궤 같아야

판문점 선언·평양 선언 등 합의사항 이행이 중요해

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장)


한반도의 평화공존과 남북한간 공동번영을 표방하면서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1년 5개월이 경과하는 지금까지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남북한관계의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역대 다른 어떤 정부보다 활발하게 펼쳐오고 있다. 이 때문에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등으로 한반도의 안보환경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으로 평화와 화해, 협력의 상생과 공영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집권 7년차에 접어들어서도 ‘안방군수’ 역할을 자처하면서 혈맹국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조차도 상대하지 않았던 김정은 위원장이 굳게 잠긴 빗장을 열고 국제무대에 나서 긴장과 갈등, 대립구도가 뚜렷했던 한반도에는 새로운 훈풍이 불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핵문제의 해결을 통한 항구적 평화정착,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구현, 지속가능한 남북한관계 정립 등 3대 목표를 제시하면서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선언을 일궈냈다. 즉 판문점선언에서는 남북관계의 전면적이고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다방면적 교류와 협력 및 왕래와 접촉 활성화’를 합의했으며, 평양선언에서는 민족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해 연내에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연결 착공과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정상화 등에 합의했다.


이런 여러 가지의 합의에 바탕을 두고 남북 양측은 물론이고 북한도 지금 이 순간 자국 정상이 도출해 낸 합의사항을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분야별 회담을 개최하는 등 매우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입장과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으로 남북한 활발한 경제협력 기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표방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하나의 시장 형성’과 ‘3대 경제협력벨트 구축’이라는 양대 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곳에서의 ‘하나의 시장’은 남과 북이 시장 영역과 기능을 활용해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는 남북한 시장을 하나로 통합해 나가자는 것으로 남북한간의 활발한 경제협력을 통해 달성하려는 것이다.


북한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4월 20일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병진노선’의 성공을 선언하면서 ‘사회주의경제 건설’을 새로운 전략노선으로 채택했다. 북한이 이 회의에서 채택한 ‘결정서’는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 승리의 선포와 사회주의경제 건설 총력집중, 과학교육사업의 혁명적 전환 등 3가지인데, 이 중에서도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며, 전체인민들에게 남부럽지 않은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 강조하였다. 그만큼 지금 북한이 처한 경제난국은 아무리 ‘자력갱생, 자강력 제일주의’를 표방하는 가운데 맹방인 중국에 도움을 청해도 헤어 나오기 어려운 형편에 있으며 이대로 가다가는 정권
자체를 연명하거나 보지(保持)하기도 어려운 위기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나온 북한의 조치는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논의를 거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숨통을 뚫음으로써 북한 경제발전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정부의 ‘신 한반도 경제지도 구상’과 깊은 연계성을 가지고 그가 집권초기부터 호언했던 “이제 두번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기대와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과 언덕’이 너무나도 많아 결코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발상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특히 이른바 유무상통을 기본원리로 하는 남·북한간의 경제협력은 남북 두 정상의 합의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도출하는 것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이 그물망처럼 너무나 촘촘하게 짜여 있고 우리 정부 역시 ‘천안함폭침’의 결과로 이루어진 ‘5·24조치’의 해제, 그리고 북한당국의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하며 결코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 프로그램의 제시’ 없이는 이행·실천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결코 간단하지 않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김대중정부 출범이래 노무현정부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활발하게 추진되어왔던 남북교류협력은 2008년 금강산관광객 피습사건과 2010년 천안함폭침사건에 이은 연평도포격도발사건 등으로 대북 경제제재 조치,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로서의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전면 중단되고 남북 관계 역시 극도로 경색됐으나, 문재인정부의 출범과 함께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여기에 북한과 미국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싱가포르합의’까지 공표됨으로써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판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의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과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 비핵화 조치 이행이 대북제재 완화와 남북경협 확대 선결 조건
우선 “백 마디 말보다 한 가지 실천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조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북한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정도의 비핵화조치가 이루어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완화된다면,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비롯한 국제 금융기구를 통한 대북투자와 해외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됨은 물론이고 남북한 간의 경제협력도 ‘순풍에 돛을 단 듯’ 일취월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북한의 이런 비핵화조치 이행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제외한 전면적인 남북 경제교류협력이나 접촉까지도 금지시킨 ‘5·24조치’의 해제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중단된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관광사업, 개성공단사업 등도 재개되어 남북한 간의 경제협력은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불러올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남북한 간의 경제교류협력이 북한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정세 및 정치적 남북관계와 결코 무관할 수 없으며, 특히 대규모 투자가 동반되는 경제협력의 경우 이런 정치적 조건의 영향을 더욱 민감하게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북한당국의 진정성 있는 정책추진의지와 함께 ‘손에 잡을 수 있는’ 조치가 그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남북한관계의 진전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업추진을 통해 남북한관계를 더욱 개선하는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보여 진다. 이 경우 한반도정세를 신중하게 고려해 가면서 사업별 추진순서와 속도를 조절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남북한 간의 실질적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여 진다. “작은 길이 큰 길을 만든다”는 말처럼 기존 남북경협에서는 대체로 남측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기획, 개발, 경영한 반면 북측은 토지와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챙기는 수동적 방식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협에서는 북측의 더 많은 참여와 주도성·적극성을 유도하고 사업을 지속하려는 인센티브를 더 많이 갖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북측의 기존 경제개발정책 중 우리의 원대한 꿈이자 정책인 이른바 ‘한반도 신 경제지도 구상’과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반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남북한 간 실질적 파트너십 형성 중요
이밖에도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관련사항을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합의 파기, 계약변경 등이 남북한 당국 어느 일방의 의사에 의해 쉽게 취해지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즉 기존에 잠시 운영하였던 ‘남북경제공동위원회’를 재가동하여 남북 공동으로 경제협력과 관련된 큰 틀을 구체화하고 주요 사업간 우선순위, 사업내용, 로드맵 등 주요 사항을 공동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며, 개별사업 추진과정에서도 남북의 사업주체와 인력이 실질적 파트너십을 형성하면서 함께 일을 해나가는 분위기를 정착시켜야 한다.


결국 남북한 간 경제협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열쇠는 남북한 정상이 이룩한 판문점선언, 평양선언, 그리고 북한과 미국 정상이 일궈낸 싱가포르선언의 합의사항을 그 주당사자인 북한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이행하는냐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남북한관계의 개선은 북한의 비핵화조치와 궤를 같이 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일관된 움직임에도 적극 부응하고 극심한 경제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2천5백여 만 명의 북한주민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이야말로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북한당국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라 보여지며 이를 위한 보다 상세한 ‘핵폐기 로드 맵’이 제시된다면 북한이 국제무대에 정상국가로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며, 이는 또한 한동안 경색되고 교착되었던 남북한 관계가 풀림과 동시에 남북한 간의 경제협력도활화산처럼 타오를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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