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개헌 어떻게 할 것인가?

  • No : 1736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7-06-30 10:31:02
  • 분류 : 자유마당

시대정신 담는 개헌…
국민 합의와 절차적 정당성 중요
제6공화국 헌법의 명암과 개헌 논의의 과제

박정원 |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


현행헌법 체제 30년이 지나면서 사회변화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개헌의 필요성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헌법 개정의 쟁점과 방향’세미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의 탄생과 평가
올해 제헌절은 대한민국 헌법 제정 69년이고 현행헌법 개정 30년을 맞는 날이다. 그동안 9차례의 개헌은 헌법의 부침이 간단치 않았다는 점을 말해 준다. 1948년 제헌헌법은 국가의 최고헌장으로서 국가의 목표와 원칙들을 담았고 이를 통해 건국과 독립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이후 우여곡절의 정치사는 질곡의 과정을 거치면서 헌법에 고스란히 담겼다.
우리 헌법은 근대 입헌주의헌법에 비추어 미국과 프랑스 헌법에 비해 일천하지만 그 역동성은 크다. 요컨대 우리 헌법은 정부수립 이후 후진국에서 보기드문 압축적 경제성장 과정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는 역사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편 헌법이 선진 민주국가로 발전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에 대한 요구도 강하다. 차제에 국민의 광범위하고 강한 지지를 획득하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우리 헌법의 면모를 일신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개혁과 방향이 개헌을 통해 구체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우리 헌법은 주권자로서 국민이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주체임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왔다. 헌법은 국가도약의 길과 함께 발전한다. 국민의 민주의식 고양은 기본권 보장을 향한 민주국가의 기반을 확충한다. 권력분립주의 실현을 통한 국민기본권의 강화, 경제민주화 달성에 의한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의 확대 등은 헌법에서 민주화와 경제발전 원리를 반영하는 데에 기여했다.
민주주의의 실현에 있어 정당성, 합법성, 정통성 등이 중시된다. 그러나 일률적인 기준을 들어 평가하기는 어렵다. 헌법이란 한 나라 최고의 국내법으로서 각 나라가 안고 있는 역사와 이념적 배경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긍정과 부정의 평가는 할 수 있다.
대한민국도 우리의 환경과 상황에 따른 헌법을 보유하고 있다. 최초 제헌헌법은 독립과 민주주의 국가 창설을 국제사회에 자랑스럽게 알렸다.
또한 우리 헌정사에는 제1공화국의 이승만 독재, 제2공화국 장면정권의 미완, 박정희 장군의 제3공화국과 유신헌법 시기의 박정희 대통령의 전제, 전두환 장군의 제5공화국과 제왕적 대통령제 등은 비판적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발취개헌, 사사오입개헌, 삼선개헌, 유신헌법 등 여러 차례의 위헌적인 개헌은 헌법을 만신창이로 만들었고 도외시되는 법으로 폄훼하는 지경에 이르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헌법을 위한 도전은 슬기롭고 용감한 국민의 힘에 의해 다시 헌법의 본래 모습을 찾을 수 있게 했다.

제6공화국 헌법 등장과 그 명암
알다시피 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유신시대를 끝내고 민주주의의 발전을 희구한 서울의 봄은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군사정부에 의해 좌절됐다. 유신헌법의 비민주적 틀을 허물기를 기대했던 국민은 국가권력의 전제적 행태에서 벗어나기 못한 제5공화국 헌법을 부정하고 개헌을 요구했다.
제5공화국 내내 정권의 호헌과 국민의 개헌으로 국론은 대립했고, 개헌을 향한 국민적 요구는 민주화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이윽고 1987년 6월 학생과 시민의 민주화 항쟁은 기어이 호헌을 철폐하고 개헌을 가져온 명예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당시 노태우 대표의 ‘6·29선언’에 이은 개헌에 의해 제6공화국이 등장한 것이다.
1987년 10월 27일 국민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9차 개헌안은 제6공화국 헌법으로 탄생했다. 이로써 유신헌법 이후 대통령 간선제를 직선제로 바꿔 국민주권주의와 권력분립주의의 강화, 기본권 확대 등을 이뤄냈으며, 이 헌법은 현재까지 국민헌장인 동시에 권리장전으로서의 위상과 권위를 지켜왔다. 현행 헌법은 7명의 대통령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했으며 민주화를 거듭해 우리의 국가통치와 국민생활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 성취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 현행헌법은 헌정사적 의미가 크다. 그러나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대통령 5년 단임제는 끊임없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정부형태로서 헌법상 대통령제의 권한행사와 운영과 관련해 불거지는 부작용과 병폐현상은 국민의 질타를 받았다.
마침 정치사의 큰 획을 그었던 이른바 3김시대의 종언은 새로운 헌법을 모색하는 시대적 요구로 받아들여졌다. 게다가 각 분야의 변화된 시대상과 정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에 의해 사회개혁을 반영하는 개헌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여기에는 새로운 미래세대의 희망, 도전과 혁신이라는 평가도 함께 자리 잡고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야의 합의에 의해 그리고 국민적 지지에 의해 만들어진 현행헌법은 전광석화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변화상을 담지 못하는 낡은 틀로서 인식되기 시작했다. 현 시점에서 군부독재의 장기집권 청산이라는 시대정신은 정치영역에서 사라졌다. 군정종식과 5년 단임제 도입으로 단임을 중시했던 요구는 대통령 1인의 권력집중에 따른 병폐를 걱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권력구조 개편 - 시대적 요구 반영한 개헌 필요성 제기
알다시피 현행헌법의 핵심은 직선제와 5년 단임제 쟁취로 5공 청산과 부조리 척결을 위한 제도적 개혁을 주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의해 대통령에 집중된 과도한 통치시스템은 부작용을 일으켜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장해요인으로 우려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대통령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는 지난 대통령들에게 예외 없이 발생했고 이를 두고 임기 초기 제왕적 대통령은 임기 말 식물대통령으로 전락되고 말아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국정운영의 난맥상은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사건에 의해 헌정 초유의 대통령 탄핵결정으로 파국적 상황을 맞았다.
현행헌법의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승자독식에 기초해 짧은 임기 동안 대권도전 태세를 지속시킴으로써 죽기 살기식의 정치적 대결상황이 벌어진다. 국회는 여야의 대결의 장이 되고 청와대의 상왕식 권력행태는 여야의 정쟁의 빌미가 되어 협치를 불가능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은 모든 일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군림해 인치시대를 가져와 권력분점과 협치라는 공감대 형성에 장애가 되었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오게 됐다. 급기야 일상적인 정쟁을 양산하는 현행 통치시스템에 대한 개선 요구는 대통령 권한 축소 내지 견제라는 권력구조 개편론에 중점 제기됐다.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의 도입을 비롯해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의 논의는 현실 정치상황의 문제점의 개폐라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됨으로써 개헌을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되고 있다.

개헌 논의,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정신 구현 중요
헌법 개정이란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최고법인 헌법의 규범력을 높이기 위해,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기존 헌법의 기본적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특정 조항을 의식적으로 수정, 삭제하거나 새로운 조항을 추가함으로써 헌법의 형식이나 내용에 변경을 가하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헌법 개정의 구체적 방법과 절차는 해당 법령에 정해져 있지만 중요한 것은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정신의 구현이다. 불법적이고 위법적인 개헌 은 정당성과 정통성이 없다. 국민적 합의가 뒷받침되지 않는 개헌은 불가하다.
현재 개헌 논의는 대통령제의 문제점 개선에 중심을 두고 있지만, 나아가 지역주의 청산과 지방분권의 실현을 위한 행정제도와 선거제도의 개편이라는 정치제도의 개선에도 관심이 높다. 또한 경제력 집중 해소와 공정경쟁체제의 제도화, 동반성장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실질적인 제도개선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정보화와 글로벌한 사회에서 새로이 요청되는 국민의 기본권보장 체제의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의 특성상 남북관계의 발전과 통일문제는 통일한국의 미래라는 점에서 결코 소홀할 수 없는 헌법적 과제이다. 민주주의의 발전과 건전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민주시민의식에 상응하는 성숙한 헌법이 필요하다.
종래 참여정부에서 섣불리 시도된 대통령임기 개편의 원포인트 개헌 사례와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사건 무마를 위한 물타기식의 개헌론이 공론화되지 못한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우리의 헌정사는 개헌에 대한 정치적 폐습에 대해 훌륭한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개헌을 통해 국가의 통합과 발전을 이루고 분열을 극복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대정신 반영해 절차적 정당성 갖춘 개헌을
분명한 것은 30년을 맞은 현행헌법이 새 국가의 틀을 찾아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헌’법(현실과 동떨어진 헌법)이란 평가를 받지 말아야 한다. 개헌론은 국민의 뜻과는 먼 정치공학적 담론에 불과하다는 회의론을 극복하고 사회변화와 시대정신을 반영해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물론 현행헌법이 가지고 있는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위한 헌법적 목표와 내용을 분명히 한 공적이 중시되는 기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민주주의 도약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안고 태어났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국가체제를 갖추기 위한 실로 막중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책무를 부여받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개헌원칙으로 국민 중심, 분권과 협치, 정치 혁신 등의 원칙을 공개한 바 있다. 취임 후에는 기념사 등을 통해 ‘5·18 정신’의 헌법 전문 규정,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 등을 밝힘으로써 개헌의 구체적 내용과 방향을 제시했다. 2018년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언급도 했다. 마침 20대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쟁점별 개헌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 연관해 개헌론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까지 개헌론은 대통령 권한 축소를 중심으로 한 정부형태의 변경을 골자로 하여 전개됐으나 현재는 전면개헌론에 입각해 논의되고 있다.
정부형태만이 아니라 전문의 민주화 반영, 기본권 확충, 지방분권 실현, 국가조직의 개편, 선거제 개선 등을 포함하고 있다. 국회 개헌특위에서 검토되는 개헌내용은 전 분야에 걸쳐 있음을 알 수있다. 대통령의 강한 개헌의지와 정치권의 공론화, 국민적 공감대가 합의를 이루는 경우 개헌의 현실성은 커 보인다. 그러면서도 개헌은 우리 사회의 이념적 대립과 갈등국면을 극복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가능하다. 이를 고려할 때 개헌론의 중심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통해 실현돼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개헌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크다.
이번 개헌은 과거 한 때 통치자의 장식물에 불과했던 헌법을 명실공히 국가와 국민의 최고규범으로서 가치를 다시 높이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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