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과 한미연합 방위 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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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10-07 15:41:21
  • 분류 : 자유마당

전작권 전환과 한미연합 방위 태세작전통제권의 이양
이승만 대통령이 국군의 전시 및 평시 작전통제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한 것은 북한의 기습남침을
저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일부에서 국민의 자
존심과 주권을 저버린 결정이라고 비판하지만 당시 이승
만에게 나라를 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었다. 항
일 독립투사이자 미국이 제거하려고까지 했던 이승만에
게 왜 주권과 자존심이 중요하지 않았겠는가. 작전통제권
을 넘긴 것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해야 한다
는 일념으로 내린 애국적 결단이었다.
냉전이 지속되는 동안 미·소 대결의 최전선이었던 한반
도에는 일촉즉발의 긴장상태가 지속됐다. 1970년대 말까
지 북한의 군사력이 앞선 상황에서 우리는 미국의 힘에 의
존에서 나라를 지킬 수밖에 없었고, 유엔군사령관이 작전
통제권을 계속 행사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한국의 국력이 북한을 추월하면
서 작전통제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
했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냉전이
끝난 후의 평화로운 대외환경 덕분에 움츠려있던 우리 국
민의 자주의식이 깨어난 것이다.
 
평시작전통제권 전환 배경
1991년 노태우 대통령이 평시작전통제권을 1995년까지,
전시작전통제권도 2000년까지는 이전받겠다고 밝힌 후 먼
저 평시작전통제권이 1994년 12월 전환됐다. 여기에는 세 가지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첫째, 국제안보환경의 획기적인 변화다. 1980년대 후
반부터 본격화된 긴장완화의 흐름이 소련의 붕괴와 동구
공산정권의 몰락이라는 세계사적 변화를 야기했다. 동북
아에서도 한국이 소련, 중국과 수교하고 경제, 사회, 문화
적으로 교류하는 등 북한이 도발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
가 북한을 지원할 것이라고 믿기 어려운 화해와 협력의
탈냉전 시대가 열렸다.
둘째, 국제안보환경 변화에 대응한 미국의 아시아 군
사전략 변화다. 미국은 1990년 냉전시대의 대소련 봉쇄
정책에서 벗어나 ‘동아시아전략구상’(East Asia Strategic
Initiative: EASI)를 발표하고 주한미군 병력 7000명을 철수
했다. 1992년 제2차 EASI에서는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
군을 주도에서 지원의 역할로 변경한다”고 정의하고 한
국이 한반도 방위를 주도하도록 했다. 한반도 방위의 주
력이 지상군인 만큼, 주한미군의 육군 비율을 더 낮추고
해·공군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국의 경계감이 낮아졌다.
북한은 1980년대부터 체제경쟁에서 뒤처졌고, 경제적으
로 쇠락의 길을 걸었으며, 냉전 종식으로 소련과 중국이
라는 우방을 잃어버렸다. 1990년대 초 한국은 정권수립
이후 최대 위기에 몰린 북한이 소련과 동구 공산정권의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가졌다.
우세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서서히 북한을 흡수할 수 있
을 것이라는 안이한 사고도 우리 사회에 만연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도와 고려사항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는 노무현 정부에서
강하게 제기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국군의 날 기
념식에서 자주국방은 자주독립 국가가 갖추어야 할 기본
적인 것이라면서 “전시작전통제권 행사를 통해 스스로
한반도 안보를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자주 군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자주와 주권을 전작권 전환의 핵심 이
유로 제시한 것이다. 한·미 양국은 2007년 안보협의회에
서 전작권을 2012년 4월 17일 전환하기로 합의했고, 이명
박 정부에서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늦췄다. 박근혜 정
부에서 조건이 충족된 후에 전환하기로 하면서 시기가
더 늦춰졌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 속도감 있게 추진되
고 있다.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전작권을 조기 환수하겠다고 밝힌 만큼, 임기 내에 전환
을 완료하려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점증하는 가운데 전작권 전환이 시기상조라는 의
견도 만만치 않다. 역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들은 북한의
완전한 핵포기가 실현될 때까지 전작권 전환과 한미연합
사의 평택 이전을 연기하자고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전작권 전환과 같이 국민의 안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은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감상적,
희망적 사고에 빠지지 말고 오로지 한반도를 둘러싼 안
보현실에 대한 냉철한 자각을 바탕으로 국민보호의 관점
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 세 가
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국제안보환경이 전작권 전환에 불리하게 전개되
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끌어들
이려던 탈냉전시대가 막을 내리고 세계적으로 강대국 패
권경쟁이 시작됐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남중국해 등에
서 영유권을 주장하며 대외팽창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
데, 미국은 인도태평양전략을 수립하고 전방위적으로 중
국을 견제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도 북·중·
러와 한·미·일이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지금
은 탈냉전시대의 낙관적인 사고를 버리고 그동안 느슨해
졌던 외교안보태세를 다잡아야 할 때다.
둘째, 미국의 아시아 영향력이 강화되는 추세이지만 주
한미군을 해·공군 중심으로 운용하려는 방침은 변화가
없다. 미군을 모두 한강 이남으로 철수해서 평택과 오산
을 중심으로 운용하면 지상군 비중은 더 줄어들 것이다.
한국군 대장이 지휘하는 미래연합사 창설은 주한미군의
해·공군 위주 운영방침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것이다. 미
국이 유엔사를 통해 전작권 행사에 개입하려 한다는 지
적도 있지만, 핵심은 주한미군이 유사시 막대한 인명피
해를 감수해야 하는 육군의 비중을 계속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작권 전환이 북한의 도발시 인계철선 역할을
해야 할 미 육군을 한반도에 묶어두는 데 유리한지를 따
져봐야 한다.
셋째,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전례 없는 위협을 야기하
는 시점에 전작권 전환이 타당한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
한국은 핵에 관한 한 완전히 무방비상태다. 자체 핵무장
능력도 없고 북한의 핵공격을 사전에 예방할 능력도 마
땅치 않다. 만에 하나 북한 핵이 우리 땅에서 터졌을 경
우에 대비한 교육과 훈련도 전무하다. 한국이 공격받을
경우 미국이 핵으로 보복하겠다는 핵우산 약속에 의존
할 뿐이다. 전시에 핵을 전혀 모르는 한국군의 지휘가 제
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다. 전작권이 없는 미국이 한국방
어를 위해 책임감을 갖고 핵우산을 제공할지도 불확실하
다.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NATO의 총사령관이 미군
대장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람직한 한미연합 방위 태세
우리 군이 작전통제권을 가져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
은 없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은 명분과 타당성의 문제가
아니라 실리와 타이밍의 문제다. 대외환경과 북한의 위
협, 우리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가장 적은 비용으
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를 잡아야 한다. 이 과
정에서 한미는 연합방위태세의 발전을 위해 다음과 같이
노력해야 한다.
먼저 미국은 지금까지 한국이 핵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게 했던 금기를 깨야 한다. 북한의 핵보유가 현
실로 다가온 만큼, 한미동맹도 유럽의 NATO처럼 핵동맹
이 되어야 맞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핵시대의 냉엄한 교훈이다. 한미는 핵으로 맞대응하
면서 북한의 핵사용을 억지하고 방어하는 구도로 연합방
위의 틀을 바꿔야 한다.
핵동맹은 한국이 자체 핵무장은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미국의 핵자산에 접근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NATO와
미국이 핵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한반도에 적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미군의 전술핵폭탄을 우리 공군기가
탑재해서 투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양국이 북핵에
대비한 전략과 전술을 공동 개발하며 교육과 훈련을 같
이하면 된다. 한미 핵공유시스템은 미국이 한국을 핵시
대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가능해진다.
한편, 한국은 육·해·공군의 균형 발전을 통한 ‘온전한
군대’를 육성해야 한다. 우리 군이 육군 중심으로 구성된
것은 아이젠하워 행정부가 한국의 지상군과 미군의 핵무
장 공군력으로 한국의 안보를 담당하도록 한 이래 계속
된 문제다. 전작권 전환을 계기로 통일까지 염두에 둔 장
기적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해서 육·
해·공군의 균형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군은
일정 규모의 분쟁에 대해서는 육·해·공군 연합으로 독자
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사력, 교리 및 전략을 보유
하는 ‘全軍’(Total Force) 개념을 구현시켜 나가야 한다.
미군과의 연합방위태세도 ‘한국이 육군, 미국은 해·공
군’ 하는 식으로 특정국가가 특정분야를 주로 책임지는
방식이 아니라 각 군별로 한·미간에 업무를 균형 있게 분
담하는 형태를 취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한국군이 육·
해·공군 별로 독자적인 역할과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군
대로 발전해야만 주한미군의 지위 변동에 영향을 덜 받
을 것이다. 이는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는 인계철선 역할
을 해야 할 미 육군을 한반도에 묶어두기 위해서도 필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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