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헌정사의 통치구조 변화… 민주헌법과 국회・대통령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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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6-30 15:05:07
  • 분류 : 자유마당

72년 헌정사의 통치구조 변화민주헌법과 국회대통령의 위상

 

 

호광석(사단법인 정부정책연구원 원장)

 

우리 헌법은 1948717일 제정된 이래 현재에 이르고 있으니 역사로 보면, 나이가 72세에 불과하다. 그 기간 동안 모두 9차례 개정이 이루어져 평균 8년에 한 번씩 개정되어 왔는데, 그나마 87년 개정헌법이 32년 이상 지속되고 있어서 평균치를 크게 높인 셈이다. 그 이전에 헌법들은 짧게는 5개월 14일에서 길게는 710개월 만에 개정된 바 있다. 그만큼 한국 정치와 사회는 격랑과 급변의 시련을 겪어 왔다.

헌법의 기능은 크게 정치적 기능과 규범적 기능으로나눌 수 있다. 정치적 기능에는 국가구성 기능, 국민적합의 기능, 공동체 안정과 평화유지 기능, 국민통합 기능, 정치과정 합리화 기능 등이 포함된다. 한편 규범적기능으로는 법질서 창설 유지 기능, 기본권 보장 기능,권력 통제 기능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들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거나 수행에 부적합한 환경이조성됐다면, 당연히 헌법은 개정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헌법에서 중요한 핵심은 권력분립에 기반을 둔 정부형태(통치구조 또는 권력구조)인데, 그것의 두 축을 이루는 것이 입법부인 국회와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원수인 대통령이다. 이러한 국회와 대통령의 관계가 권력구조의 성격을 규정하고, 그럼으로써 민주국가로서의 특성을 평가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우리 헌법이 개정되어 오는 동안 국회와 대통령의 위상이 각각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개정 상황과 함께 주요 내용들을 중심으로 개관해 보고자 한다.

 

·부통령제 시행, 단원제에서 양원제 국회로, 대통령 선출은 간선에서 직선으로(1공화국)

1948년 헌법 제정 당시 제헌국회 헌법기초위원들은 의원내각제를 선호했으나, 국회의장이던 이승만의 반대 등으로 미국식 대통령제를 모방한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하되 의원내각제 요소가 혼합된 정부형태를 채택했다. 정치적 타협이 이루어진 것이다.

3국회와 제4정부의 특징적인 조항들을보면, 단원제인 국회는 정기회를 매년 11220일에 개회한다. 또한 탄핵사건 심판을 위해 탄핵재판소를 설치하는데, 부통령이 재판장의 직무를 행하고 대법관 5인과 국회의원 5인이 심판관이 된다. , 대통령과 부통령을 심판할 때에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의 직무를 행한다.

대통령은 행정권의 수반이자, 국가를 대표하는데,부통령과 함께 국회에서 선출한다.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을 임명하는데, 국무총리는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기타의 국무위원으로 조직되는 합의체로서 국무원을 설치하고 대통령의 권한에 속한 중요 국책을 의결한다.

1차 개헌은 1952년에 이루어졌다. 국회에서 재선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승만이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118일 국회에 제출했지만, 부결됐다. 이후 야당이 의원내각제 개헌안을 재차 제출하자 이에 대응해서 이승만은 또다시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을 제출했고, 결국 74일 야당안과 정부안을 발췌하여 절충한 개헌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른바 발췌개헌이었다.

주요한 내용은 정·부통령 국민직선제 채택, 국회 양원제(민의원과 참의원) 채택, 국회에 대한 국무원의 연대책임과 개별책임, 그리고 민의원의 국무원불신임권부여,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부여 등이다. 상원격인 참의원의 의장은 부통령이 맡고, 참의원 의원의임기는 6년이며, 2년마다 3분의 1씩 개선한다.

2차 개헌은 1954년에 이루어지는데 초대 대통령에 대한 중임제한을 철폐하기 위해서 시도됐다. 1127일 표결 결과 재적 203명에 찬성 135명으로 재적의원 3분의 2(135.33)1표 부족으로 부결이 선포됐다. 그러나 이틀 뒤 자유당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찬성 135표는 사사오입(四捨五入)에 의해 재적의원 3분의 2를 충족시킨다며 이틀 전에 결과를 뒤집고 개헌안 가결을 선포했다. 이를 가리켜 사사오입 개헌이라고 한다. 이러한 2차 개헌 역시 절차적 위헌이다. 주요한 내용으로는 헌법 공포 당시 대통령에 대한 중임제한적용 배제, 국무총리제 폐지 및 국무위원에 대한 개별적 불신임제 채택 등이다. 이러한 내용들은 이승만의 장기집권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대통령제 요소의 강화라는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의원내각제 채택(2공화국)

3차 개헌은 19604·19혁명의 산물인데, 615일 의원내각제 채택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국회에서 의결됐다. 실질적으로는 개헌이 아니라 헌법의 제정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나, 기존의 집권세력에 의한 개헌이었고, 헌법 전문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내용상 2차 개정 헌법을 전면 개정하는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전면개정으로 보는 견해도 일리가있다. 3차 개헌이 최초의 여야 합의에 의한 개헌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헌법부터 대통령 장이 분리되어 제3국회, 4대통령, 5정부로 편성되어 있다. 주요한 내용은 의원내각제 정부형태 채택, 국회 양원제 강화,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 국한, 대통령의 국회 간선제(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채택,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고 1차 중임 가능, 국무원에 행정권 부여, 국무원에서 대통령 제외 등이다. 국회는 대통령에 대해 탄핵소추권을 갖지만, 대통령은 민의원 해산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으며, 국무원이 민의원 해산권을 갖는다. 헌법재판소를 신설함으로써 탄핵재판소는 폐지됐다. 4차 개헌은 19601129일에 이루어졌는데, 주로 3·15부정선거 책임자 등 반민주행위자 처벌 등을 위한 소급입법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통령제 및 단원제 국회 환원, 정당국가 지향(3공화국)

5차 개헌은 19615·16군사쿠데타의 소산으로이 루어졌다. ‘국가재건최고회의19627월 헌법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126일 헌법개정안을 의결한후 1217일 국민투표에서 통과됐다. 1226일 공포됐으나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군정 연장으로 철회가 있었고, 그 헌법 부칙에 따라 새 국회가 집회하는 19631217일부터 시행됐다.

이 헌법에서는 제3장 통치기구 안에 1국회2정부를 포함시키고, 정부 절 안에 1대통령’ ‘2국무회의를 포함시켰다. 이때부터 그동안 존재하던 국무원은 폐지됐다.

주요한 내용은 대통령제 정부형태로 환원하는 것인데, 임기는 4년이고 1차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는 대통령에게 긴급명령권, 계엄선포권, 입법거부권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부분적인 의원내각제요소 가미(국무총리·국무위원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권 부여), 국회를 단원제로 환원한 것도 특징이다. 아울러 국회의원은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지방의회의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공사의 직을 겸할 수 없다. 한편 대통령 후보와 국회의원 후보는 정당 추천을 필수화하고, 국회의원이 소속정당을 이탈 또는 변경할 경우 및 소속정당이 해산된 때에는 의원자격이 상실된다. 다만, 소속정당의 합당 또는 제명으로 소속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이는 정당국가를 지향하는 것인 바, 정당의 책임정치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6차 개헌은 대통령의 1차에 한하여 중임 가능조항을 고쳐 계속 집권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19691017일 국민투표를 거쳐 1021일 공포됐다. 이른바 ‘3선개헌이었다. 주요한 내용은 대통령의 계속 재임은 3기에 한한다는 규정 추가, 200명이던 국회의원 정수 상한을 250명으로 증원,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허용,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 강화(‘국회의원 50인 이상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등이다.

이러한 제6차 개헌은 개헌안의 국회 표결과 국민투표법안 의결을 야당의원들에게는 통보도 하지 않은채 새벽에 여당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강행 처리했고, 국민투표 과정에서도 공무원 관여 등의 시비가 계속되어 절차적 하자가 심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 간선제, 강력한 대통령제(4, 5공화국)

7차 개헌은 1972년에 이루어졌다. 1017‘10월 유신이 발표되고 비상계엄이 선포된 가운데 국회해산과 정당 및 정치활동 중지 상황에서 국회 기능을 대신하는 비상국무회의가 헌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1121일 국민투표로 확정됐다. 비상국무회의기능은 국무회의가 수행했으니, 사실상 입법부를 배제한 상태에서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개헌을 추진한 셈이다. 이 헌법을 유신헌법이라고 부른다.

주요한 내용으로는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통일주체국민회의를 신설하고, 통일주체국민회의는 대통령 선출권 및 대통령이 추천한 국회의원 3분의 1 선출권을 보유한다.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간선되는 대통령은 권한이 강화되어 국회해산권, 긴급조치권, 국회의원 3분의 1 추천권, 국민투표 회부권, 일반법관 임명권 등을 갖는다. 대통령의 임기는 6년으로 하고 중임제한을 철폐했으며, 국회의원의 임기도 6년인데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선출된 국회의원의 임기는 3년이다. 한편 국회의 회기 단축(정기회·임시회 합해서 년150일 이내)과 국정감사권 조항 삭제, 무소속 입후보인정 등도 특징이다.

이 헌법은 강력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보니 제3통일주체국민회의, 4대통령, 5정부에 이어 제6국회로 구성되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장()이 후 순위로 밀려나 있다. 특히 국회의원의 무소속 입후보 인정뿐만 아니라 대통령이추천하고 통일주체국민회의가 선출한 국회의원(유신정우회)이 정수의 3분의 1에 달하고, 정당가입이 허용되지 않는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에 의해 대통령을 선출함으로써 정당국가를 지향하던 3공화국과는 달리 정당이 정권 창출을 포함하여 정치과정 전반에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이러한 점들도 유신헌법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반민주헌법이라는 비판을 받게 한다.

8차 개헌은 19805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와 정치활동 금지 조치와 5·18광주민주화운동 이후헌법상 근거가 없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되어 개헌을 추진했다. 헌법 개정안이 1022일 국민투표로 확정되어 1027일 공포, 발효됐다.

주요한 내용은 대통령을 대통령선거인단에서 간선하고, 국회의 국정조사권을 명시하며, 일반법관의 임명권을 대법원장에게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여전히 일정한 요건을 필요로 하는 국회해산권과 약간의 제한을 둔 비상조치권을 갖는다. 대통령의 임기는 7년에 단임제이고,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이며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국회의원정수를 200인 이상으로 하여 상한선을 폐지했다.

이 헌법에서는 제3정부안에 1대통령을 포함시키고, 이어 제4국회로 이어져 여전히 국회 장이 정부 장 보다 후순위이다. 비록 대통령 단임제 등유신헌법과의 단절을 표방하고 제5공화국을 선포했으나, 전반적으로는 유신헌법의 특성을 크게 벗어나지 못해 권위주의 헌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대통령 직선제 환원(6공화국 현재)

9차 개헌은 1987년에 이루어졌다. 연초부터 가열된 민주화 요구가 6·29선언을 거쳐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여야 합의에 의한 개헌안을 마련하고 1027일 국민투표로 확정되어 1029일 공포됐다.

주요한 내용으로는 대통령 국민직선제, 대통령 임기는 5년 단임제, 대통령의 국회해산권과 비상조치권 폐지, 긴급명령권 부여 등이다.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하지만, 국무총리·국무위원 해임건의권 등 의원내각제요소가 혼합되어 있고, 국회의 회기 제한 삭제, 국회의국정감사권 부활, 대법관 임명에 대한 국회 동의 등 국회권한 강화도 특징적이다.

이 헌법은 제3국회, 4정부안에 1대통령으로 이어져 비로소 국회의 장이 선 편성되어 있다. 4, 5공화국 헌법의 권위주의 성격을 탈피했고, 여야 합의에 의한 개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국민의 참여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그러나 당시의 강렬한 국민적 열망이던 대통령 직선제로 환원되고 절차적 민주주의가충족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는 부인의 여지가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 위한 개헌?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모두 9차례의 개정을 거쳐 온 우리 헌법에서 통치구조의 핵심인 국회와 대통령에 관한 조항들도 다양한 변화과정을 발견하게 된다. 정부형태는 혼합형 대통령제로 시작하여 의원내각제를 경유하여 강력한 대통령제를 거쳐 다시 혼합형 대통령제로 환원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강력한 대통령제 시기에는 헌법에서 국회 장이 정부 또는 대통령 장보다 후순위에 편성되어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의 위상이 하락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회는 단원제로 시작하여 양원제로 전환됐다가 다시 단원제로 환원된다. 국회의원의 임기는 대체로 4년이 유지됐지만, 양원제의 참의원 의원의 임기는 6년이며, 2년마다 3분의 1씩 개선(改選)되고, 4공화국 시기에도 6년이지만,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선출된 국회의원의 임기는 3년으로 차이가 있다.

1공화국 시기에만 정·부통령제가 채택됐으나 미국식 대통령제와는 다르다. 그동안 대통령은 국회 간선제에서 국민직선제로 전환됐다가 강력한 대통령제 시기인 제4, 5공화국에서는 각각 통일주체국민회의와 대통령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였으며, 87년 헌법에서 비로소 국민직선제로 환원됐다.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시작하여 51회 중임제(2공화국)를 거쳐 41회 중임제(3공화국), 이어서 6년 중임 제한 철폐(4공화국)7년 단임제(5공화국)를 거쳐 현재 5년 단임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과정을 거쳐 왔지만, 우리 헌법은 일관되게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해 왔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 대원칙을 준수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직도 여러 가지 이유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있지만,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라서 개헌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미 국회에서두 차례의 대통령탄핵 결의가 이루어졌고, 그 중 한 번은 실제 대통령 파면으로까지 이어진 헌법이 바로 현행 헌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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