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이상과 고단한 '현실'의 당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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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2-01 13:46:01
  • 분류 : 자유마당

높은 이상과 고단한 현실의 당 대회

대북제재·자연재해 등 고단한 현실의 숙제 풀어야

 

 

김일한(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당면한 위기대응 전략=‘인민의 호명

2021년 벽두에 북한에서는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가 열렸다. 그리고 대회의 최대 화두는 인민이었다. 일견 뜬금없는 슬로건으로 보이지만, 북한 체제가 직면한 현실적인 위기를 고려하면 유일한 선택지일지도 모른다.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은 두 차례의 당 대회를 개최했다. 2016년 열린 7차 당 대회가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행사였다면, 8차 대회의 목표는 흔히 3중고(대북제재, 코로나19, 자연재해)라고 알려진 최근의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적 성격을 갖는다.


그렇다면 위기의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데, 북한이 주목한 위기대응의 처방은 바로 인민이었다. 북한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필요한 전략과 과제, 그리고 구체적인 추진 주체를 호명해왔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군대’(선군정치)를 불러냈다면, 2020년대의 위기는 인민’(인민대중제일주의)인 것이다.


인민을 중시(이민위천)함으로써 동의와 참여를 유도(일심단결)하고, 결과적으로 위기를 돌파(자력갱생)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5년 평가, “거의 모든 부문 미달

20167차 당 대회 이후 5년 동안 경제실적에 대한 북한 당국 자체의 평가는 혹독하다. 5년 전 수립한 경제계획 대비 실적이 엄청나게 미달했다는 것이다. 총화사업(자아비판 등 평가)에 익숙한 북한 체제를 고려해도 최근의 평가는 매우 이례적이고 파격적이다. 당면한 위기가 그만큼 파괴적이고 엄중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 사회주의 북한의 재건이라는 높은 이상과 고단한 현실사이의 괴리현상을 인정하지 않고는 새로운 처방을 내놓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드러난 평가인 셈이다.


북한 당국은 고단한 현실을 객관적 조건과 주관적 요인에서 찾고 있다. 외부적으로 주어진 객관적 조건은 대북제재 코로나19 자연재해의 3중고를, 내부에서 누적된 주관적 요인으로는 비현실적이고 과도한 경제계획 수립 과학기술발전의 부진 불합리한 경제사업체계라는 것. 그리고 체제내의 세도주도, 관료주의, 부정부패역시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주요한 걸림돌로 진단한다.


따라서 새로운 전망목표(5개년계획)’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책임한 사업태도, 무능력, 구태의연한 사업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혁신, 대담한 창조, 부단한 전진을 위해 단호한 조치를 주문했다. 8차 당 대회 총화보고가 제시한 단호한 조치현실적인 전략과 방법, 그리고 과제였다. , 고단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인민과 함께 현실적인 처방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8차 당 대회 총화보고에 해당하는 문건에 인민현실은 각각 107건과 12건이 등장할 만큼 절실한 위기돌파 처방인 것이다.

 

향후 5년은 현실적전략으로서 완충기, 선택과 집중 전략

85개년계획의 현실적전략은 첫째, 완충기전략, 둘째, 선택과 집중전략이었다. 완충기의 경제전략으로 정비전략, 보강전략이 필요한데, 우선 경제사업체계와 부문들사이의 유기적련계를 복구정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외부적영향(대외의존)”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부문간 유기적 연계의 복구정비는 경제 및 산업부문간 불균형해소를 의미하는데, “사회주의경제는 모든 부문이 불가분리적으로 련결된 대규모의 집단경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5개년계획의 중심과업으로 제시된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을 중심으로 여타 기간공업 부문들사이의 유기적련계를 강화는 농업 부문, 경공업 부문에도 사활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면, 화학공업 부문의 비료생산 확대가 농업생산성에, 금속공업 부문의 성장이 기간공업 뿐만 아니라 경공업부분의 설비 및 자재의 국산화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5개년계획의 또 다른 현실적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중심고리에 력량을 집중한다는 것인데, 대상은 화학, 금속, 농업, 경공업의 4대 분야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나라의 경제력을 타산없이 여기저기 분산시킬것이 아니라 철강재생산과 화학제품생산능력을 대폭 늘이는데 최대한 합리적으로 동원리용할수 있게 경제작전과 지휘를 강화하는 선택과 집중전략을 주문했다. 더불어 인민생활과 가장 가까운 농업과 경공업이 포함됐다. 농업 부문의 식량 자급을 위해 인민들이 페부로 느낄수 있는 실제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며 어떤 대가를 치러라도 달성해야 할 국가중대사라는 것이다. 경공업 역시 중심고리전략을 강조했다.

 

현실적 가능성이 고려된 내각중심의 계획 수립

85개년계획 추진방법의 핵심은 현실적가능성을 고려한 내각중심의 계획 수립으로 요약된다. 지난 5년의 실패가 과학적이며 현실성있는 계획을 수립하기 못했기 때문인데, “인민경제 주요지표별목표를 현실성, 동원성, 집행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타산해보지 않고 부문별수요를 보장한다고 하면서 주관적욕망에 사로잡혀 작성(내각총리 김덕훈)”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5개년계획은 실행가능성에 기반해서, “국가경제의 자립적구조를 완비하고 수입의존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수립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당이 지난 시기의 당 대회들과는 달리 이번 대회에서 자기 사업을 긍정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비판적인 견지에서 랭정하게 분석총화한것은 총결기간에 거둔 성과들에 못지않는 큰 의의가진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는 향후 5년의 경제계획을 담당할 신임 내각 간부들이 임명했다. 그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나라의 경제사업을 통채로 맡겨주었으며, 그 믿음을 기초로 내각이 나라의 경제사령부로서 경제사업에 대한 내각책임제, 내각중심제를 제대로 감당할 것이며, 향후 5년의 경제계획를 통해 자력갱생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내각의 실질적인 역할과 관련해서 인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새로 임명된 26명의 내각 부총리(6) 및 내각상(장관급, 20) 대부분이 40~50대의 젊은 테크노크라트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이들이 당내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진 것인데, 새로 임명된 26명이 당 정치국 후보위원(2), 당 중앙위원(11), 중앙위 후보위원(15)에 포진하면서 경제정책 결정과 집행을 두고 당과 내각의 갈등여지를 최소화했다. 대표적으로 당 경제정책실장 전현철이 내각 부총리를 겸직하면서 당과 내각, 산업 부문간 불균형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임 부총리겸 국가계획위원장 박정근, 부총리 겸 농업상 주철규, 철도상 장춘성 등은 해당 부서의 내부승진을 통해 업무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85개년계획은 화학, 금속, 농업, 경공업의 4대부문에 집중투자를 선언했다. 금속과 화학공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연관 산업인 농업과 경공업의 시너지를 경제전반에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5개년계획의 목표인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인민생활의 뚜렷한 개선향상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경제관리개선조치: ‘통제와 자율의 유기적 결합

경제관리개선조치의 기본방향으로 국가의 통일적 관리인민대중의 요구와 이익을 강조하고 있다. , 경제에 대한 국가통제와 인민의 자율성에 기반한 경제활성화라는 두 가지 방향을 유기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5년의 경험을 토대로 경제위기 관리를 위한 국가주도의 새로운 규율감독체계 수립과 기업과 민간의 경제적 자율성을 확대를 목표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강화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국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지금 우리 내각일군들은 당 대회가 제시한 과업을 결사관철하기 위해 잡도리를 단단히(내각부총리 전현철)”하고 있으며,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강화와 관련해서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를 비롯한 기간공업부문의 여러 단위를 시범단위축적된 경험을 일반화하여 나라의 전반적인 경제부문에 적용(내각국장 조용덕)”하고,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경제관리를 개선하는데서 불필요한 수속절차와 승인제도를 정리하고 간소화(국가계획위원장, 부총리 박정근대)”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높은 이상과 고단한 현실의 갈등

김정은 시대의 공식적인 개막은 2016년 제7차 당 대회 복원과 함께 시작됐다. 1980년 제6차 당 대회 이후 36년만에 개최된 제7차 대회는 북한 체제의 실질적인 권력교체와 정권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계기적 사건이었다. 따라서 김정은 체제의 출범은 높은 이상을 약속하면서 정권의 실력을 검증받고자 했다.


2012년 출범한 김정은 체제는 사회주의 북한의 정상화를 위한 체계적인 경제발전 로드맵을 추진했다. (2012)경제관리개선 조치 시범사업 추진 (2014)‘5.30’경제관리개선조치 추진 (2016)5개년전략(7차 당 대회) (2018)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북미관계 개선) (2021)5개년계획(8차 당 대회). 그러나 체제 내에 누적된 불균형과 부족, 북핵문제와 코로나19 등 고단한 현실의 벽은 제8차 대회를 완충전략이라는, 강제된 선택과 집중전략이라는 새로운 계획과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당면한 과제: 투자재원 확보와 대외변수의 통제 역량

완충전략, 선택과 집중전략의 새로운 5개년계획은 투자재원 확보와 대외변수의 통제 역량을 요구한다. 투자재원 확보의 관건은 국가예산수입의 절대비중인 85%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의 거래수입금(거래세, 부가가치세)과 국가기업리익금(법인세)의 절대규모를 확대하는 문제로 수렴된다. 대규모 국영기업체의 생산 및 경영정상화가 담보되지 않는 재정확대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2년 연속 거래수입금과 국가기업리익금의 예산수입 증가율이 급감했다. 2019년과 2020년 국가 기간공업부문의 부가가치 생산성이 악화된 결과다. 물론 경공업, 기본건설 부문 등 여타 부문의 성장을 통한 예산수입 보완을 추진할 수 있지만 재정 규모면에서 여전히 제한적인 역할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2020‘3중고의 핵심 원인이자 해묵은 숙제인 대북 경제제재가 북한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제재완화를 통한 북중무역 정상화, 남북교역의 재개 등 대외경제 복원을 통한 불균형 해소는 제85개년계획의 성패를 좌우하는 또 하나의 핵심변수다.


그 외에도 장마, 태풍 등 자연재해 관리문제, 내각의 실질적인 역할과 권한강화 문제 등 산적한 숙제 앞으로 호명된 인민과 함께 북한 체제의 고단한 현실은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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