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의 정치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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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2-01 13:47:41
  • 분류 : 자유마당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의 정치적 의미

실패의 5, 미궁의 5인민들에게 구슬픈 자기변명의 노래불러

 

김종욱(동국대 정치외교학과 외래교수)

 

 

이번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는 실패자의 대회이며, 미래 전망조차 제시하지 못한 미궁(迷宮)의 대회였다.

따라서 향후 5년간 북한은 수세적인 현상 유지를 통해 새로운 활로 개척을 모색할 것이며, 이 기간 동안 권력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 조선노동당을 중심으로 감시와 통제, 검열의 강화로 김정은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는 공세적 권력 공고화 조치가 결합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야말로 실패의 5을 지나 미궁의 5으로 진입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수세적 현상유지와 공세적 권력 공고화

2011년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유고 이후 등장한 김정은, 그가 제시한 비전은 인민생활 향상이었다. 또한 제7차 당 대회를 앞둔 2016년 신년사에서 인민생활문제를 천만가지 국사 가운데서 제일국사로 규정했다. 인민생활 향상은 김정은이 인민에게 제시한 최상의 선물이었다.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헌신하는 최고지도자에게 북한 주민들은 충성과 복종을 시현하는 교환구조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래서 2020년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도 이제 남은 것은 우리 인민이 더는 고생을 모르고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마음껏 누리게 하는 것이라며, 8차 당 대회에서 그 실현을 위한 방략과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3개월 후 개최된 당 대회에서 북한 최고지도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당 대회 개회사를 통해 김정은은 제7차 당 대회 이후 5년을 일찍이 있어본 적 없는 최악 중의 최악으로 계속된 난국으로 커다란 장애를 겪은 기간으로 규정하고, 그 결과 지난 5년 동안 경제부문은 북한이 목표로 내세웠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했음을 자인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번 제8차 당 대회의 목적을 5년 동안 발생한 결함을 인정하고 그러한 폐단이 반복되지 않게 단호한 대책을 세우는 것으로 설정했다.


결론적으로,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는 북한 인민들에게 지난 5년 통치 기간 동안 제시할 구체적 성과도 없었고, 8차 당 대회 이후 5년간 인민생활을 향상시킬 구체적 수단과 방법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5년간의 북한의 미래는 현상유지의 시간이 될 것이며, 다각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완충기의 성격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에서 완충기사회주의 건설에서 경제발전의 한 단계의 과업이 끝났을 때에 이미 달성한 성과를 공고히 하고 다음 단계의 새로운 과업을 성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력량을 보충, 정비, 재편성하는 준비시기(조선말대사전[1992])”로 정의된다. 그러나 실상 북한에서 진행된 완충기는 계획목표를 실패한 이후 그 과정을 복구하는 수세적 대응 기간이었다. 북한 당국은 7개년 계획기간(1961~1967) 이후 진행된 3년간의 완충기(1967~1969), 그리고 1994~19963년간의 완충기 모두 경제정책의 실패에 뒤이은 수습과정이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완충기를 유념해야 하는 이유는 이 기간 동안 북한사회에서 상당한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먼저 7개년 계획기간 북한 경제는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완충기에 해당하는 1967년 당 중앙위 제415차 전원회의에서 대대적인 숙청과 그 뒤를 이어 정치시스템의 변화를 추진했으며, 궁극적으로 1970년 제5차 당 대회를 거쳐 1972무소불위의 주석체제로 귀결됐다. 그 다음은 당 중앙위 제6기 제21차 전원회의(199312)에서 북한 경제의 실패를 인정하고 농업, 경공업, 무역제일주의로 노선을 변경하고 완충기를 설정했다. 이 완충기 기간, 김일성 주석은 사망(1994)했고,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거쳐 군() 중심의 선군체제로 전환됐다.

 

국가주의에 포박된 허리를 졸라매는 호모 사케르(벌거벗은 생명)’

과거 북한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볼 때, “계획 목표의 실패완충기의 설정완충기 목표의 실패통제와 억압적 정치시스템 구축의 악순환 과정이 앞으로 5년간 진행될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왜냐하면 김정은은 당 대회 총화보고에서 현재의 시대를 우리국가제일주의로 규정하고, 그 시대의 정치방식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 인민들에게 자존과 자강의 생명선으로 자력갱생을 더욱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 개인은 국가의 목표와 정책을 위해 복종하고 인내하고 희생하는 주체로 호명된다. 인민대중을 제일로 여기는 정치를 내세우면서, 그 추상적 집단의 인민을 구성하는 개인은 우리국가가 내세운 목표와 정책에 복종하고 인내하고 희생하는 동원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외부의 제재와 압박으로부터 우리국가자존을 지키고, 추상적 집합체인 인민대중을 위한 정치과정에서 개인은 우리국가자강을 위해 자력갱생을 삶의 철학으로 내재화하고 실천해야만 한다. 북한 당국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내세우지만, 북한 주민들은 우리국가를 위해 자력갱생의 도그마(dogma)에 포박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벌거벗은 생명호모 사케르(Homo sacer, ‘호모 사케르는 주권 권력의 특권 중 하나인 생사를 결정하는 권리에 의해 죽음에 노출된 생명이며, 주권자에 의해 무제한적인 살해 허가가 가능한 예외적 존재들)’가 되는 것이다.


이번 당 대회에서 총비서 취임으로 확고한 최고지도자의 위상을 재확인한 김정은은 자신의 영도력을 보장하는 문제와 이를 실현할 노동당의 당적 규율을 강조했다. 사업총화보고에서 전당에 당 중앙의 유일적 영도체계가 확고히 수립되고 당의 전투력과 영도력이 비상히 강화했으며 당의 기초를 전면적으로, 세부적으로 정비 강화한 것이 총결 기간 당 사업에서 거둔 귀중한 성과로 규정했다.


이와 함께 당 규약의 개정을 통해 당원의 자격 요건과 의무 이행의 강화, 당 중앙 지도기관(상무위원회와 정치국)의 기능과 역할 강화, 당 중앙검사위원회의 역할 강화, 당의 혁명적 무장력으로서 인민군대의 임무 재확인 등이 변화됐다. 또한, 당의 재정관리사업을 강조했는데, 이는 김정은 중심의 당으로 물적 자원을 집중하려는 것으로 이 흐름에 대해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업총화보고에서 당 중앙의 권위를 절대화하고 백방으로 옹위해야 하며 그와 어긋나는 자그마한 요소에 대해서도비타협적인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와의 비타협적인 투쟁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대단한 변화의 징후라기보다는 과거 흐름의 지속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북한은 과거 유일지배체제유일영도체계를 강조함으로써 수령 중심의 위계적 통치방식의 이념적 근거를 확보했다. 동시에 위계적 통치방식을 가능하게 하는 관료체제의 통제와 감시를 한 축으로, 국가(수령)와 관료의 충성과 시혜의 교환관계를 다른 한 축으로 하는 위계적 관료시스템을 작동해왔다.


따라서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방지는 관료 통제의 중요한 방편이 되며, 이런 정책은 수령이 관료들의 잘못된 행위를 통제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인민들에게 각인시킨다. 관료의 부정부패를 비판하는 것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지속된 레퍼토리(repertory)’였다. 또한 사회주의 관료체제는 구조적으로 부정부패와 관료주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경제의 계획 지령과 정치사회에서의 교시·지시·명령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의 부정부패를 통해 계획 지령과 교시·지시·명령을 이행하는 비합법적 당의 지침 정상화 작업이 반복적으로 벌어진다.


동시에 관료들은 자신의 권한으로 주민과 시장에서 이익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제8차 당 대회에서 제시된 유일지배체제와 유일영도체계의 강조,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에 대한 비타협적 투쟁은 의례적·반복적 담론이며, 이것을 뿌리 뽑으려는 순간 관료체제의 근간이 흔들리면서 체제적 위험에 봉착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는 문제다.


북한의 권력엘리트(, 국가기관, 정당·사회단체 포함)의 세대교체도 거의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권력 서열 3위로 부상한 조용원 조직비서를 중심으로 10여 년 간 성장한 김정은시대의 엘리트가 핵심으로 등장한 것도 김정은의 권력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여정의 위상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며, 일시적 직위 강등과 후퇴로 보인다. 당 대회 이어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 내각부총리 8명 중 6명이 교체된 것은 지난 5년의 경제정책에 대한 문책과 동시에 실무 형 인물 배치를 통해 경제문제의 활로를 개척하려는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판단된다.

 

군사력 증강, 이상과 현실의 딜레마

북한의 군사문제의 추세와 변화에 대해서도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당 사업총화보고에 의하면 국가 핵 무력 건설을 완성하는 것이 선차적으로 점령해야 할 전략적이며 지배적 고지로 규정하면서, 당 규약에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과업 부분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한다고 개정했다. 이는 북한 정책방향의 연속성과 함께 한국의 군사력 증강에 따른 대응조치로 보인다.


당 사업총화보고에서 한국이 진행하고 있다는 첨단군사자산 획득과 개발 노력 가속화’, 기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보다 정확·강력하게 개발,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 개발, 첨단 공격 장비 반입 등을 무력현대화에 더욱 광분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이에 맞서는 억지력으로 강력한 국가방위력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향후 총 80대의 스텔스기 도입, 최대 사거리 800킬로미터의 지하 100미터까지 뚫고 들어갈 수 있는 현무-4 개발 성공과 현무-5 준비, 핵잠수함 건조와 한국형 경항모(軽空母) 개발 계획 등을 가지고 있다. 또한 미국의 군사력 평기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의하면 세계 군사력 순위 6위라는 결과가 나왔다.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와 강력한 국가방위력은 미국을 대상으로 함과 동시에 남북 간 군사력 경쟁의 반영이다. 북한의 경제력으로 한국과의 군비경쟁은 오히려 북한의 재정과 경제난을 가중시킬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심각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힘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멈출 수 없는 것이 북한이 처한 현실이다.


북한의 제8차 당 대회는 실패자의 대회이며, 전망마저 제시하지 못한 대회였다. ‘인민대중제일주의는 추상적 구호가 될 것이며, 인민들에게는 우리국가제일주의를 위해 김정은이 제시자력갱생기본 종자에 복종·인내·희생하는 또 다시 5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변화를 선택하지 않고 제시되는 북한의 구호와 정책은 구슬픈 자기변명의 노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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