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며

  • No : 4452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5-03 09:59:10
  • 분류 : 자유마당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며

 

신중섭(강원대 윤리교육과 명예교수)

 

 

5월에 새 정부가 출범한다. 우리는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 및 민족문화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언하는또 한 사람의 대통령을 맞이할 것이다. 이 선언은 보수·진보, ·우 구별 없이 어느 진영의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어도 하는 선서다. 이런 선서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시민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고 기쁨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시민은 하나의 헌법 아래 살아가는 하나의 국민이다.

새로움은 항상 기대와 우려를 동반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처한 국제적 상황이나 국내 정치 구도를 보면 기대보다 우려에 힘이 실린다. 이렇게 기대보다 우려에 더 힘이 실리는 가운데 새 정부가 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이 폭주하고 있다. 이 중에 정책으로 이어지는 전문가들의 조언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고, 새 정부가 강한 의지로 실행한 정책이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대통령의 과도한 권력을 비판하는 사람도 많지만, 실제로 대통령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많지 않다. 통제해서는 안 되는 것,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 할 때 정책은 실패하고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멀어진다. 대통령은 그것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그러므로 민주주의가 정착하여 주기적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시점에서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포퍼, 정치는 사회악 제거를 목적으로 삼아야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의 최고 권력 기구인 정부는 한 사람이나 소수자 또는 다수자에 의해 대표되지만, 지배자의 수와 무관하게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통치하는 정부는 올바른 정부이고 사적인 이익을 위해 통치하는 정부는 잘못된 정부라고 하였다. 한 사람이 통치하는 군주정이든, 소수가 통치하는 귀족정이든, 다수가 통치하는 민주정이든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통치하는 정부는 좋은 정부이고,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통치하는 정부는 나쁜 정부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의 이익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정의하거나 합의하는 일은 어렵다. 국정의 우선 순위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집단마다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점진적 사회공학을 주장한 포퍼의 조언은 국가가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포퍼는 정치적인 이상의 실현에 의해 인간을 행복하게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고통이 합리적인 공공정책의 가장 긴급한 문제이며, 행복은 긴급한 문제가 아니다.

행복의 성취는 개인적인 노력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포퍼는 다른 사람들의 동등한 권리와 상충하지 않는 한, 자기 스스로의 삶을 가꾸어 나갈 수 있는 권리를 모든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추상적인 선을 실현하려고 하지 말고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권고한다. 정치는 행복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회악을 없애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회악이란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사회 조건으로 비참함, 가난, 질병, 문맹, 부정, 전쟁을 말한다. 국가는 모든 사람을 잘살게 하려고 애쓰기보다는 가난을 없애려고 노력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해야 한다. 병원이나 의과 대학을 건립하여 전염병이나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범죄와 싸우듯이 무지와 싸워야 한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할 것이 아니라 불행을 피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정치가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긴급한 악을 없애는 것을 정책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입법에서도 사익 추구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절충과 타협이 없는 다수결은 특정 집단의 이익에 봉사하는 법을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불법적이거나 위헌적인 행위가 아닐 수도 있다. 입법의 정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공통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통의 기준이 존재한다면 국회에서 논란이나 몸싸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경험에 기반한 입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많은 사람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거나 문제가 있는 법률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지만, 대통령이 다수당에 속할 때는 그 법을 막을 수 없다.

분명 정치에는 신념의 영역이 존재한다. 마거릿 대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구약 성서의 예언자들은 형제여, 나는 합의를 원한다.’라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것이 나의 믿음이다. 나는 이것을 열광적으로 믿는다. 당신도 나와 같이 이것을 믿으면, 우리 함께 가자라고 했다.” 이런 말을 한 마거릿 대처가 영국의 수상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정치에는 신념의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대통령의 신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공적 이익을 추구할 때 정당화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간 가치동맹이 중요

물론 현실 정치에서, 특히 이념·계층·지역·남녀·세대 갈등이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는 통치 행위나 정책이 사익이 아닌 공익에 기여하는가를 가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더라도 공익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보위. ‘국가 보위를 위해서는 전쟁, 내란, 경제 공황과 같이 국가 그 자체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요인들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특히 이데올로기 종언의 시대에 아직도 냉전이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을 최대한 줄여 야 한다. 핵무기를 핵무기로 대항할 수 없는 비대칭적인 한반도 상황에서는 국제 질서에서 경제적 이익보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가치 동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은 러시아의 우크라

이나 침공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우리는 국가 보위를 위해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지지하고 지원해야 한다.

우리는 선출직의 이력이 없는 초유의 대통령을 맞이하였다. 1년 전만 해도 그가 1년 뒤에 대통령에 취임할 것이라고 믿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아마도 그는 국민의 지지를 먹고 사는 직업정치인과 달리 국민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추종자를 추종하지 않는 정치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지자들의 마음을 살피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가의 이익을 추구하는 지도자를 가지려면 공익에 대한 본능과 직관을 따르려는 대통령의 자기확신과 그것을 감내하

는 시민들의 인내가 필요하다. ‘인내는 민주공화국 시민의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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