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중국의 포치와 미국의 중국환율조작국 지정, 세계 경제 앞날은? (박유연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

  • No : 2632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9-02 17:52:41
  • 분류 : 자유마당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미중 무역 분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배경이 무엇
이고 어떤 경제적 영향이 있는지 알
아보겠다.
환율 하락은 경상수지 적자 유발
거시 경제적으로 우리가 환율을 예
의주시하는 것은 환율의 경상수지에
대한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현재 1달러당 환율이
1000원이라고 가정하자. 삼성전자가
500달러 짜리 휴대폰을 1개 수출하면
50만 원(500달러×1000원)을 벌 수 있
다. 그런데 갑자기 환율이 1달러당 500
원으로 떨어졌다고 하자. 그럼 500달
러짜리 휴대폰 하나를 수출해도 25만
원(500달러×500원) 밖에 받지 못하게
된다. 원화로 환산한 수출대금이 갑자
기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휴대폰의 원가를 40만원이라고 하
겠다. 환율이 1000원일 때는 50만 원
을 벌어 10만 원의 이익을 볼 수 있었
다. 하지만 환율이 500원으로 떨어지
면 25만 원 밖에 벌지 못해 원가 40만
원을 감안하면 15만 원 손해를 봐야
한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선택은 한 가
지다. 수출로 손해를 볼 수는 없으니
달러 표시 휴대폰 가격을 올리는 것
이다. 삼성전자가 휴대폰을 수출해
딱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 즉 40만
원을 받기 위해서는 달러 표시 가격
을 800달러로 올려야 한다. 그래야 원
가인 40만 원(800달러×500원)을 벌수 있다. 이렇게 달러 표시 가격을 올
리면 삼성전자 휴대폰의 국제경쟁력
은 추락할 수 밖에 없다. 세계 경쟁
이 치열한 상황에서 달러 표시 제품
가격이 500달러에서 800달러로 오르
면, 외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판매는 급
감하고 수출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말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삼성전자 휴대폰은 그나마 사정이 나
은 편이다.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
는 다른 제품들은 상상할 수 없는 타
격을 입게 된다. 현대자동차가 대표
적이다. 일본차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현대차의 달러 표시 가격이
환율 하락 영향을 받아 어느날 갑자
기 크게 오르면 판매에 큰 차질이 발
생하게 된다. 한국 수출품 대부분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 환율 하락에
따라 달러 표시 가격이 오르면 수출
이 크게 감소하는 것이다.
반대로 수입 기업들은 사정이 좋아
진다. 환율이 1000원에서 500원으로
떨어지면 1달러 짜리 물건을 수입해
오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돈이 1000
원에서 500원으로 줄어든다. 이에 더
수입해 올 여력이 생긴다.
환율이 1000원에서 500원으로 떨어
진 후에도 똑같이 1000원을 수입하
는 데 쓰면 1달러짜리 물건을 2개 수
입해 올 수 있다. 나아가 환율이 낮을
때 미리 재고를 쌓아 두자는 생각을
갖게 되면 예전보다 수입액을 더 늘
리게 된다. 2000원을 써서 1달러 짜리
물건 4개를 수입해 오는 식이다. 그
러면 수입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수
출은 줄어들고 수입은 늘어나는 결
과, 즉 경상수지가 악화된다.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
환율이 상승하면 정반대의 일이 벌
어진다. 환율이 어느날 1달러당 1000
원에서 2000원으로 올랐다고 하자.
그러면 삼성전자는 500달러 짜리 휴
대폰을 하나 수출해 50만 원(500달러
×1000원)을 벌던 상황에서 100만 원
(500달러×2000원)을 버는 상황으로
바뀐다. 이익도 커진다.
제조 원가가 40만 원이니 기존 10
만 원(50만 원 - 40만 원)에서 60만 원
(100만 원 - 40만 원)으로 급등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무척 행복한 상황
이라 할 수 있다.
이때 삼성전자는 두 가지의 선택을
할 수 있다. 첫째는 계속 500달러에
수출해 100만 원으로 매출을 늘리는
것이다. 둘째는 휴대폰 가격을 250달
러로 낮추는 것이다. 환율이 2000원
으로 올랐으니 가격을 250달러로 낮
춰도 예전과 같은 50만 원(250달러×
2000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그러
면 수출 물량이 증가한다.
이럴 경우 대개는 중간 지점을 선택
한다. 휴대폰 가격을 250달러와 500달
러 중간 지점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만일 400달러로 설정한다면 삼성전자
는 휴대폰 하나를 수출해 80만 원(400
달러×2000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
다. 여기서 원가 40만 원을 제하면 40
만 원의 이익을 남기게 된다. 예전 50
만 원 매출, 10만 원 이익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된 것이다. 그러면서 달러
표시 가격이 내려갔으니 수출 물량은
더욱 늘게 된다.
반면 수입 기업들은 상황이 악화된
다. 환율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오
르면 1달러짜리 물건을 수입해 오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돈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수입
부담이 늘면 수입을 줄이게 된다. 아
니면 수입 후 국내 판매가격을 올려
야 하는데, 그러면 수요가 줄면서 결
국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수출이 증가하는데 수입이 감소하
면 결과는 자명하다. 바로 경상수지
가 개선되는 것이다.
미국의 통제 수단, ‘환율조작국’
한 마디로 요약하면, 환율이 오르면
경상수지가 개선되고, 환율이 떨어지
면 경상수지가 악화된다. 그래서 많
은 국가가 환율이 되도록 높은 수준
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중국
이 대표적이다.
강력한 통제 체제인 중국은 환율도
적극적으로 조작한다. 중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되
면서 달러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 그
러면 달러가 흔해지면서, 달러화 대
비 위안화 환율이 떨어져야 한다. 달
러가 흔해지니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
고, 상대적으로 위안화 가치는 올라
가면서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중국은 인위적으로 환율 하락을 막
고 있다. 중국 내 흘러다니는 달러의
대부분을 중국 중앙은행이 흡수하
는 방식으로 달러가 흔해지는 걸 막
아 환율을 떠받치는 것이다. 그러면
중국 내 달러 공급이 일정 수준을 유
지하면서 환율이 하락하지 않을 수 있
다. 중국 중앙은행이 이렇게 빨아들인
달러는 3조 달러가 넘는다. 우리나라
GDP의 2배가 넘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런 중국을 막을 수 있는 지구상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다. '환율 조작
국' 지정 카드가 그 수단이다. 미국은
매년 4월과 10월 교역국을 상대로 환
율조작국 심사를 한다.
미국의 관련법은 환율조작국에 대
해 각종 보복 조치를 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보복 조치를 당하지 않으려
면 환율을 조작하지 말란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은 ①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대미 무역 흑자 ②
전체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의
3%를 초과 ③현저한 수준의 환율 시
장에 대한 개입 등 세 가지다. 세 가
지 조건에 모두 해당하면 환율조작국
으로 지정한다. 이 중 두 가지에 해
당하면 ‘환율관찰대상국’으로 분류
된다. 중국은 ①, ②는 물론 ③번 조
건도 사실상 해당된다. 다만 ③번 조
건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평가
할 수 있다. 중국이 명목상으로는 ‘관
리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하고 있어서,
‘현저한’ 수준의 시장개입은 하지 않
고 있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미국도
이런 시각을 반영해서 중국을 ‘환율
관찰대상국’ 으로만 분류해 왔다.
미중 갈등 격화시킨 ‘포치’
그런데 2019년 8월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다. 이른
바 ‘포치’(破七) 때문이었다.
중국은 환율 관리를 하면서도 달러
당 위안화 환율이 ‘1달러=7위안’은 넘
지 않도록 조율했었다. 1달러=7위안
을 넘는다는 건, 1달러로 7위안이 넘
는 중국 돈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위안화 가치가 낮아진 상황
을 의미한다. 중국은 국제적으로 위
안화 가치가 너무 낮다는 비난을 피
하기 위해 ‘1달러=7위안’ 선 만은 지
켜 왔다.
하지만 중국은 2019년 8월 1달러
당 위안화 환율을 7위안 위로 전격
인상시켰다. 8월 19일 기준 1달러 당
7.0365위안을 기록했다. ‘포치’(破七),
즉 7의 벽의 깨진 것이다.
그러자 미국은 중국을 즉각 환율조
작국으로 지정했다. 10월 심사까지
기다리지 않고 즉시 조치를 취한 것
이다. 이후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을 근거로 중국에 대해 각종 규제 조
치를 가하고 있다. 이뿐 만이 아니다.
국제적으로 중국은 경제정책이 불투
명한 국가란 오명이 더욱 심화되는
결과까지 발생했다.
이런 지정의 이면에는 미중 무역 분
쟁이 있다. 미국과 중국은 트럼프 미
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첨예한 무역 분
쟁을 벌여왔다. 상호 각종 보복 조치
를 주고 받았다. 그러다 중국은 2019
년 8월 ‘포치’를 하기까지 이르렀다.
포치를 통해 위안화 환율이 계속 오
르면, 중국의 미국에 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더욱 늘어날 여지가 생기게
된다. 미국은 이를 두고 볼 수 없었고,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응수했다.
미국은 대부분 나라가 미국을 지
지할 것으로 믿고 있다. 위안화 절하
는 중국과 경쟁을 벌이는 세계 각국
의 기업들이 싫어하는 일이기 때문이
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제
품의 달러표시 가격이 내려간다. 예
를 들어 1달러 당 6위안에서 7위안으
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42위안
짜리 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7달러
에서 6달러로 내려가는 식이다. 그러
면 중국 기업과 경쟁을 벌이는 기업
의 수출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 이
를 막으려면 중국의 위안화 절하 시
도를 봉쇄해야 한다.
모두가 미국을 지지?
다만 모두가 미국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위안화 가치가 내려가면, 중
국에서 원자재 등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들은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
다. 달러로 환산한 수입 부담이 줄어
드는 것이다.
또 미국 의도대로 위안화가 절하되
지 않고 반대로 절상돼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줄어드는 일이 벌어진다고 해
도, 미국을 비롯한 각국 경제에 이득
이 되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산
섬유 수입이 줄어든다고 해도 미국이
섬유를 직접 생산하지는 못한다. 어
차피 미국은 섬유를 생산해 수지타
산을 맞출 수 없을 정도로 경제가 성
숙했기 때문이다. 인건비 등을 생각
하면 외국에서 수입하는 게 훨씬 이
득이다. 이에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
산 섬유 수입이 줄면, 미국의 섬유 산
업이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이 아닌 다른 나라로부터 섬유 수입
이 늘 가능성이 크다. 변화가 없는 것
이다. 그러면서 수입 부담만 늘 수 있
다. 이 보다는 차라리 값싼 중국으로
부터 최대한 많은 섬유를 수입해 오
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이 계속 싼값에 물
건을 공급해 주는 게 낫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이 워낙 대규모로 흑자를
내고 있고, 스마트폰 등 첨단 산업에
까지 중국산의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
면서 위기감을 갖게 된 국가들을 중
심으로 위안화 절상 목소리가 더 강
한 상황이다. 포치와 환율조작국 지
정을 통해 미중 관계는 당분간 계속
살얼음판을 걸을 전망이다. 앞으로
세계 경제를 전망하는 데 중요한 포
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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