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 2020 한미관계(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No : 2737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1-07 14:28:26
  • 분류 : 자유마당


2020년 한 해가 밝았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된 이
후 20년의 성과와 과오를 반성하며 의미 있는 한 해를
열어가야 한다. 한미관계 역시 지난시기를 돌아보며 새
로운 10년을 계획해야 한다. 여러 가지 도전이 예상되지
만 북한의 위협이 실재하는 상황에서 한미관계를 안정적
으로 유지해야 할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돌아보면 한미관계는 전략동맹으로 발전해 왔지만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효순이, 미선
이 사건’이 있었고, 이라크 파병으로 갈등을 빚었다. 최
근에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문제, 한
일 군사정보교류협정(GSOMIA)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
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도 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도전
이라는 한미간의 전략적 이해의 부합으로 한미관계는
진화해 왔다.
금년 한 해도 한미관계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북
한 비핵화 협상의 정체(停滯),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방
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그리고 미
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 등 많은 도전이 놓여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파국이 전망되는 미북 비핵화 협상
2020년 한미관계를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는 북핵 문제
의 향방이다. 미북 간에 북핵 협상이 잘 진행되면 한미관
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
우 남북관계를 이어가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으로
인해 한미관계에도 불협화음이 예상된다.
연초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다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협상의 결과로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지
가 없음이 어느 정도 확인됐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통해 핵시설을 포기하는 대신 제재를 완화 받고, 한미동
맹을 약화하려는 협상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파악한 트
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나쁜 거래’를 선택하기보다는 원
칙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미국을 비난하며 단거리 미사일이나 중거리 미
사일을 넘어 미국 본토를 대상으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
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정은에게 실망을 표시하고 대북제재를 다시금 강화할 것
으로 보인다. 다만 2017년과 같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ry)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성급한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미국 언론과 민주당의 비판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이 한반도에 미치는
기회 요인과 위기 요인
한편 11월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트럼
프 대통령의 재선은 북핵 문제나 한미관계에 있어 중요
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먼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미
국 대선 기간을 활용해 시간을 벌려 할 가능성이 크다. 다
만 미국 대선에서 외교 문제, 특히 미·중 관계에 비해 대
선의 핵심 이슈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북한과
‘잘못된 거래’를 하는 경우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내
의 비판도 적지 않으리라 보인다. 그렇기에 트럼프 대통
령은 북한에 이용당하기보다는 적어도 대륙간탄도미사
일을 발사하기 전까지는 북한 문제에 별다른 관심을 두
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한미관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
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이나 무역균형 문제를 집중 부각시킬 것이
고, 그 결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전례 없는 압
박을 가해 올 것이다.
따라서 연초부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둘러싼 한미 간
의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제일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자
신의 재선을 위해 가능하면 많은 경제적 성과를 거두기
를 희망하기에 동맹국들에 대해 더욱 강도 높은 압박을
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그 결과 한미 간의 무역 갈등
도 재개될 우려가 있는데,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통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산 철강과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다면 한미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일 가
능성이 크다.
2020 한미관계
2020년 한미관계는 네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중
어느 하나라도 상황관리에 실패하면 한미관계의 급격한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 첫 번째 도전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트럼프 행정부는 보
다 많은 금액의 방위비 분담금을 얻어내기 위해 한국
정부를 대대적으로 압박할 전망이다. 물론 총액 기준
으로 한때 언급했던 50억 달러에서 상당 부분 금액을
줄여나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년의 인상률을
훨씬 웃도는 요구를 해 올 것이다.
동시에 기존의 주둔군 지위협정(SOFA) 체제를 넘어
선 역외 전략자산 운용비용이나 역외 작전 분담금과
같은 용도의 새로운 항목을 신설하려 들 때 기존 방위
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의 틀 내에서 협상한다는 원
칙을 견지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 갈등이 깊어질 것이
다. 이러한 이견이 미국의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3월까
지 이어질 경우 한미간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
다. 다음으로 대북정책의 공조 문제다. 북한은 자신들
의 핵 보유를 노골화하며 이를 관철하기 위한 도발에
열을 올릴 전망이다. 이러한 북한의 전략 도발에 대해
한미가 철저한 공조를 해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만일
한국 정부가 선제적 제재완화나 북한 도발에 대한 유
연한 대응을 요구한다면 한미 간에 적지 않은 불협화
음이 노출될 수도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한미 간 이견이 발생할 가
능성이 존재한다. 오는 8월에 한미 군사 당국은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는 전시작전
통제권 문제를 주권의 문제로 바라보며 조속한 전환
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 보유
의사가 표면화되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다면 미국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그 결과 한미 간에는 전작권 전
환의 조건에 대해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끝으로 미국이 본격적으로 배치를 고민할 것으로
보이는 신형 중거리 미사일 문제가 대두될 전망이다. 미
국은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 역량에 맞대응하기 위한 새
로운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신형 중거리 미사일
이 개발되어 배치가 고려되는 시기는 금년 하반기가 될
전망이고, 한미 당국은 이 문제를 협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을 한반도에 배치하
고자 할 것인데 비해, 중국의 경제보복을 우려하는 한국
정부는 이러한 미국의 입장을 수용하려 들지 않을 가능
성이 높다. 그 결과 한미 간에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확산
될 전망이다.
이처럼 금년 한 해는 한미관계에 끊임없는 갈등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나 중거리
미사일 문제는 미국으로부터 제기될 한미관계의 위험요
인이고, 북핵 문제나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는 한국으로부
터 제기될 한미관계의 위험요인이다. 이런 갈등 사안들
을 잘 해결해 나가는 것이 금년도 한미 양국의 공통과제
다. 어느 일방만이 잘한다고 관계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
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원칙에 충실하고 우리가 가진 전략
적 자산을 튼튼히 유지해야 한다. 특히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그 억제력의 기반이 되는 한미동맹을 안정
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우리의 대응 방향
먼저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일정 부문 증액이 불가피하
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 경우 미국으로부터 받아올 수 있
는 안보적 혜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미 미사일 지
침을 개정해 더욱 강력한 미사일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다거나,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재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원자력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한미
양국 모두 ‘윈윈’(Win-Win)하는 협상이 가능하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섣부른 장밋빛 대북관을 벗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전략 도발
을 감행한다 해도 한미동맹이 튼튼히 작동하면 억제 가
능한 위협이다. 오히려 북한과 비핵화 없는 대화를 지속
하면서 한미동맹을 약화하는 것이 더욱더 위험한 상황
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화로 복
귀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를 먼저 진전시키겠다는 과도한
욕심은 버려야 한다. 비핵평화를 추구하며 한미공조 강
화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서는 무조건적 전환을 추
진해선 안 되며, 우리 군의 실질적인 역량을 강화하고 북핵
문제의 해결을 봐가면서 전환을 추구해야 한다. 현 정부 임
기 내 전환을 목표로 서두른다면 이는 우리의 대비태세 약
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
환은 그 자체가 목표여서는 안 되며, 튼튼한 안보를 달성하
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끝으로 미국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사드와는 달리 중거리 미사일은 대중국 공격
용이다. 당장 중국을 적국이나 경쟁국으로 상정하지 않
는 우리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동시에 중국
이 가해올 경제적 압박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인 협
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
해주는 대신 미국이 미사일 지침 개정에 동의하고, 한국
이 사거리 800km가 넘는 중거리 미사일을 독자적으로 보
유하는 것이다.
유사시 한국의 미사일은 미국의 주요 자산이 될 수 있
기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
다. 동시에 한국 자신의 무기체계 개발이므로 중국의 압
력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모두 쉽게 풀릴 일은 아니
지만, 하나씩 풀다 보면 못 풀 상황도 아니다. 중요한 것
은 한미관계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중하게 다루어 나가야
한다는 인식이다. 사소한 일로 반목하기보다는 갈등 사
안이 생겼을 때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극복해 나
가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올 한 해 한미관계에 어떤 도전
이 찾아와도 현명히 대처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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